토, 일, 월. 사흘 동안 총 2시간 반을 자고 깨달았다. 더는 밤을 새울 체력이 안 된다는 것과 이런 식의 생활은 올해가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것.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자아를 살살살 끌러 해방해야 하고 책임감은 '일'이 아닌 '공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
-진짜 대단하다.
-어?
-나라면 그만하고 벌써 잤을 텐데 몇 시간째 꼼짝도 안 하다니. 정신력 인정!
-자면 망해. 하루 더 시간 벌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자정까지 마감해야 해.
-에휴. 그러다 몸 상해요. 나이를 생각해야지. 심장에 무리 가.
-응. 그래야지. 먼저 자.
직사각 나무 식탁 의자에 앉아 열심히 파일을 자르고 있는데 남편이 말했다.
자정이 지나고 날이 밝고 아침을 해 먹이고 배웅하고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겨우 마친 작업 결과물을 공유 서버에 올리고 아침에 해 두었던 볶음밥을 데워 아점을 먹었다. 입안이 까끌까끌. 내 맛도 네 맛도 아닌 맛. 밥도 쓰고 물도 썼다. 눈이 뜨거워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가만! 오늘이 며칠이지? 은행 앱을 열어 등록금을 이체했다. 8학기까지 몇 번 안 남은 등록이었다.
오후 1시. 선풍기를 켜고 침대에 누웠으나 차례로 하교한 아이들 소리에 잠깐씩 깨다 5시가 못 돼완전히 깼다. 울려 대는 카톡에 자꾸자꾸 깼다.
학교 학사 포털에 들어가 '연구 계획서' 메뉴를 눌렀다. 아 이렇게 진행하는 거구나. 개인 정보 동의를 클릭하고 지도 교수와 세부 전공명을 확인했다. 아직 제출까지는 사흘이 남았다. KCI에 들어가 유사 주제의 소논문들을 다운받았다. 스크롤을 쓱쓱. 눈으로 훑었다. 내용이 들어오지 않았다. 과도하게 오른 안압에 눈이 욱신거렸다. 두 눈의 속눈썹에 미지근한 눈물이 몇 방울씩 맺혀 시야를 가렸다. 하. 안 되겠다. 오늘은 다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