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의 너는 안으면 한 품에 들어왔지. 엄마 다리 아파요 안아 주세요. 으쌰. 널 안고 급경사의 감천문화마을을 굽 있는 웨지 힐로 씩씩하게 오르내렸지. 바다가 무서워 가까이 가려 하지 않는 널 안고 걸어 들어가 송도 바닷가에 발을 첨벙 담갔지. 마음이 풀려 모래놀이하는 너를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고운 모래 위에 네 이름 세 글자를 큼직하게 새겨 놓았지.
열네 살의 너는 안으면 외려 네 품에 내가 안겼지. 엄마 다리 아프다. 차 마시러 가자. 굽 낮은 로퍼로 해운대와 해리단길을 느릿느릿 걸어다녔지. 바닷물에 발 담글 생각은 하지 않았지. 바다열차는 예전 그 송도 바닷가에 우리를 데려다주었지. 저쯤인가. 네 이름을 쓰고 멍하니 수평선을 응시하던 곳이. 그때 우리는 10년이 지나 부산에 다시 올지 알지 못했지.
서른 후반의 나는 마흔 후반이 되었고 동화를 읽으며 꿈꾸던 너는 세상 밖 세찬 바람을 깃발처럼 느끼게 되었지. 멈춰야 했던 숱한 장면이 바다 위에 펼쳐져도 너는 다정히 팔짱을 끼며 나를 향해 예쁘게 웃어 주었지.
네가 잠들고 나는 한동안 잠들지 못했지.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파도와 누군가 바다에 뛰어들까 보초 서듯 순회하는 한 남성의 보라색 불빛에 시선을 빼앗겨서.
부산의 바다는 짙고 검었지. 낮도 밤도 그랬지. 남해와 동해 사이에서 멀고 깊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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