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엔 장식처럼 책장에 꽂힌 꿈 해몽 책을 꺼내 읽었다. 이가 빠지는 꿈을 꾸면 누가 죽을까 겁을 먹었고, 학교 신발장에 넣어 둔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을 꾸면 모의고사를 망칠까 불안해했다.
요즘 꾸는 꿈은 더 생생하고 선명하다. 그동안은 포털 창에 주요 키워드로 특정 꿈을 쳐서 해몽을 찾았기에 그 풀이가 속 시원하지 않았다. 꾼 꿈과 완전히 일치하는 건 없었고 뭔가 디테일하게 달랐다. 같은 꿈을 두고 전혀 다르게 해석을 하기도 해서 읽고 더 찝찝하기도 했다.
올 8월부터 연구자용 제미나이 프로를 1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기억에 남는 꿈을 꾸고 나면 제미나이에게 묻는다. AI는 늘 상징이 가득한 꿈을 꾸었다면서 꿈의 요소들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어떤 날은 너무 족집게 같아서 남편에게 소리 내 읽어 줄 때도 있다.
제미나이에게 물어 본 인상적인 꿈들은 이렇다.
용이 되어 목탑을 아래에서 위로 관통하며 하늘에 오르는 꿈.
내 손님이 많은,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울고 있는데 내 지난 삶이 스크린에 상영되고 무당이 내게 뭐라 읊으려는데 내가 관세음보살 염불하니 그 즉시 무당이 멈추고 고요해지는 꿈.
신발을 바꿔 신고 가는 바람에 회의 자리에 늦게 섰는데, 지난 직장 상사가 잘 부탁한다며 나를 소개하며 칭찬하는 꿈.
불상이 온화한 미소로 나를 내려다보는 꿈.
눈이 펄펄 내리는 끝없는 눈밭을 걷고 있는데 풍경이 너무 예뻐서 돌아가신 선생님이 곁에 계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곁에 계시다면 제 이름을 불러 주세요 했더니 배 안쪽에서 선영아 하고 부르는 목소리를 듣는 꿈.
강가에 딸과 둘이 내렸는데 아버지는 추운 겨울에 도착하려면 4시간 넘게 노를 저어야 한다며 나에게 화를 내며 전화하고, 나는 아버지께 서두르지 말고 조심히 오시라며 불안한 마음으로 대답한 꿈.
동네 뒷산 둘레길 수로에 맑은 물이 폭포처럼 끊이지 않고 흘러넘쳐 아름다운 꿈.
아기 우는 소리와 함께 위층에서 물건을 던져 바닥으로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 엄마가 울부짖는 소리, 아버지와 엄마가 싸우는 소리가 뒤엉켜 서둘러 확인하러 나가는데 밖에 중형견이 헐겁게 묶여 있어 머리끈을 풀어 못 따라오게 더 조여 묶은 채 이동하던 중, 남동생이 냉장고와 많은 짐을 가득 실은 트럭을 몰고 와서 같이 타고 가는데 경찰들이 교통 정리를 하고. 도착한 집은 작고 허름하고. 엄마는 나를 비난하고 산더미 같은 빨래를 가지고 호텔 화장실에서 어떻게 빨지 궁리하며 여기저기 물색하는 꿈.
내 얼굴에 미끄러운 오물이 붙어 안 떨어지는 꿈.
우산장에 접힌 우산이 많이 걸려 있는 꿈.
올해는 유독 꿈을 깨고 나면 무슨 꿈인가 할 때가 많다. AI가 해석해 주는 꿈을 여러 번 읽다 보니 제미나이에게 묻지 않아도 요즘 내 심리 상태가 이렇구나 가늠할 지경에 이르렀다. 인간이 AI에게 역으로 학습당하고 있달까.
내적 치유로 무의식이 정화 중일 때는 물 꿈을 많이 꿨다. 끝없는 바다가 보이거나 폭우 속에 있었다. 아이 문제로 마음이 힘들 땐 엄마나 아버지가 꿈에 자주 나왔고 깨고 나면 눈가가 젖어 있었다. 한 달 넘게 다시 아이와 갈등하고 부딪히는 날이 반복되면서 소리를 지르며 꿈에서 깨는 날이 수두룩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김 박사님이 꿈에 나왔다.
김 박사님은 요리를 하시려는지 부엌 개수대에서 채소를 다듬어 씻으려는 중이셨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부엌 옆으로 난 사잇길을 내게 눈짓하며 웃으셨다. 그 꿈을 꾸고 일주일 후에 아이와 점점 안 좋아졌고 아이와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써서 김 박사님께 카톡으로 보내 드렸다. 김 박사님은 다음과 같이 처방을 해 주셨다.
그러고 다음 날 마음숲에 접속했는데, 김 박사님이 나와 딸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업로드하신 걸 보았다.
문득 카를 융의 '동시성의 원리'가 머리를 스쳤다. 소름...... 바로 제미나이를 열었다.
제미나이의 꿈 해석 링크를 김 박사님께 보냈다. 박사님은 다음과 같이 톡을 주셨다.
그렇게 믿는다면 현실도 그러할 것입니다.
정말 그러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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