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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르셔 꽤 Jan 18. 2021

좋은 게 좋은 거죠

맞춤법 따위 개나 주는 거 아닙니다


암요,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는 거 아닙니다. 네, 맞춤법 몰라도 글 쓸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도 그럭저럭 문제없이 잘 됩니다. 그러나 좋은 게 좋은 거죠. 알고 정확히 쓰면 더 좋아요. 맞춤법을 틀릴까 봐 글쓰기에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흥, 맞춤법 따위 그게 뭐라고’ 하는 마음은 옳지 않습니다.      



맞춤법은 의사소통을 위한 기본적인 약속이니까요. 맞춤법에 맞게 쓴 글은 그렇지 못한 글에 비해 편하게 잘 읽히고, 품격이 있어 보여요. 신뢰감을 주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니 맞춤법을 염두에 두고 바르게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맞춤법, 어렵고 복잡하죠. 공들여 공부해도 다 알 수 없을 거예요. 그러니 그때그때 기회가 될 때마다 익히는 게 좋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요. 헷갈릴 땐 규정이나 사전을 찾아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고요.    

  


학생들이 쓴 글을 보면 맞춤법이나 어법에 어긋난 표현이 너무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이래서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온전히 전달할 수가 없거든요. 자신이 가진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없게 돼요. 교사가 쓴 글을 보면서도 가끔 놀랍니다. 너무 기본적인 것들을 틀리면 제가 대신 부끄러워져요. 학생들 앞에서 저렇게 쓰시면 안 되는데 하며 걱정을 합니다. 그리고 종종 제가 써 놓은 글을 보고도 놀랍니다. ‘어 틀렸잖아, 아, 민망해.’ 남이 볼세라 얼른 고칩니다.      



“세상에 신경 쓸 게 얼마나 많은데 맞춤법까지 신경 쓰면서 살아?” 이런 말씀은 하지 말아주세요. 영단어 철자 틀리거나, 영문법 틀리는 건 부끄러워하면서, 우리말 맞춤법이나 어법 틀리는 건 그러려니 하다니. 엉엉, 이건 아니죠. “한국어가 제일 어려워!” 이런 말도 참아 주세요. 영어는 돈도 많이 들이고, 시간도 많이 들이고, 달달 외워가며 정성껏 공부하셨잖아요. 한국어 그렇게 공부하셨으면 그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도 통과해요. 한국어는 모국어라서 편하게 익히셨잖아요. 덕분에 다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시잖아요. 이 빛나는 한국어 실력에 누가 되지 않도록 맞춤법에도 조금 신경을 쓰면 어떨까요. 안 그래도 멋진 당신이 더 멋져 보일 겁니다. (이건 제 생각은 아니고요. 여러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80% 이상의 사람들이 맞춤법 틀리는 이성에게 비호감을 느낀대요. 맞춤법 틀리는 남자가 차일 가능성은 93%랍니다. 웁쓰!)


사실 저는 지금 왜 맞춤법에 맞게 써야 하는지를 이렇게 길게 설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속상합니다. 영단어 외우듯이, 영문법 공부하듯이 국어도 당연하게 아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맞춤법, 어법에 호감을 갖고 조금씩 알아가는 중입니다(열애설 인정 시 단골 멘트죠!). 꾸준히 사랑할 계획입니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마음에도 새겨 주세요.      






이미 글이 길어졌으므로 오늘은 여기서 마칠게요. 다만 그냥 끝내면 아쉬우니까 몇 개만 슬쩍 놓고 가겠습니다.

 

1. 설겆이 아닙니다. ‘설겆다’라는 말은 없어요. 그러니 ‘설겆+이’아닙니다. 그냥 ‘설거지’입니다. 설거지 지긋지긋하잖아요. 거지 같잖아요. 돌아서면 쌓이고 돌아서면 쌓이고, 진짜 거지 같잖아요. 그러니 ‘설거지’입니다. 


2. 네 주방일은 다 거지 같고 개 같습니다. 그러니 김치찌입니다. 찌게 아닙니다. 


3. ‘쓰레받이’ 아니고 ‘쓰레받’가 맞습니다. 


4. ‘입짧은햇님’ 아니고 ‘해님’입니다. 사이시옷은 합성어(어근+어근)에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해님은 파생어(어근+접사)랍니다. 햇빛, 햇볕, 해님이 맞습니다. 


5. 저도 ‘입짧은햇님’ 구독자입니다. 소고기플렉스가 제일 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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