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형님과 친해지려고 하지 마세요
여자의 적은 여자다
남편이 떠나고 간신히 하루하루 보내고 있던 중 작은 시누이네가 친정 나들이를 왔다.
가뜩이나 식구도 많은 집이 북적북적 소란스러웠다.
첫째는 손이 많이 가고 둘째라 그런지 배는 유독 불러 만삭 같았다.
대식구 한 끼 식사를 챙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입이 늘었으니 몸이 고되었다.
거한 밥을 먹고 치우고 쉬고 싶었으나 오랜만에 모였으니 옥상에서 맥주를 한잔 하자는 시누이의 요청이 있었다.
딱 잘라 거절하고 싶었지만 말단 직원이 어찌 상사의 말을 거역할 수 있으랴.
무거운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대화에서 나를 배제시키고 있었다.
맥주잔을 부딪칠 때도, 안주를 권할 때 조차도.
임신 중이었으니 술을 못 먹어서 제쳐졌다 해도 그것과는 상관없이 나에 대한 배려 자체가 없었다.
그렇다. 나는 그 자리에 있으나마나 한 존재였다.
거절을 했어야 했다. 아니 거절 따위도 할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내가 낄 자리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곳에 내가 있었는지 기억이나 할까 싶다.
슬그머니 일어나 잠든 아들 곁으로 가 누웠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귓전을 맴돌았다.
베갯잇이 흠뻑 적도록 울었다.
정글 같은 이 곳에 혼자 두고 간 남편이 원망스럽고 보고 싶었다.
맹수 앞에서 동태를 살피는 초조한 먹잇감처럼 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 난다.)
"형님 씨, 보호자라면서요. 당신 아주 웃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