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3개월 어학연수를 가야겠다고 했다.
그때 첫째 18개월 둘째는 뱃속에서 6개월이었다.
기간이 짧아도 남편 없이 시부모님과 아주버님네랑 있는 건 용납할 수가 없었다.
나는 대책 없이 남편을 붙들고 징징거렸다.
"배는 계속 불러오고 어린 아이랑 당신 없이 어떻게 있으라고. 우리도 데려가라."
철부지 애도 아니고 그렇게 남편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눈물을 머금고, 두 눈 딱 감고 남편을 보내주었다.
남편이 인천공항으로 출발하자마자 형님이 던진 첫마디가 가관이다.
"이제부터 내가 니 보호자다."
그렇게 폭탄 같은 말을 던지고 그들은 저녁 모임이 있다며 나가 버렸다.
남편을 보내고 헛헛한 마음을 안고 시어른들의 저녁 준비를 해야 하니 주방 싱크대 앞에 섰다.
내 주위를 맴돌고 있는 어린 아들 녀석을 보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아들과 버려진 듯한 개떡 같은 기분이 마음을 시리게 만들었다.
그날 밤, 나는 아들을 꼭 껴안고 잠이 들었다.
"이봐요, 형님 씨. 내가 미성년자도 아니고 당신이 왜 보호자 노릇을 하겠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