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줄 노트에 파랑 펜으로 사부작이면
그렇게 즐겁던 걸
빨강을 엄지와 중지 검지로 고쳐 잡고선
그립감이 좋은 트라이앵글 샤프 뒤 뚜껑을
두 번 엄지로 탁탁 두 차례 꾹꾹 놀러서
삐죽하게 나온 심으로 사부작이면
그렇게 재미나던걸
빨강을 좋아하지만 들고 다니며 내보이는 건
무채색 샤프와 노트 그리고 지우개들
밖으로 나와 그리고
쓰는 감정들의 대부분은
무채색의 것들
흑연으로 그려지다가도 그냥 그리다가도
지우개로 지워 버리고 싶은 일상 노트에는
그렇게 심심하던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