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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야RINGOYA Jun 02. 2022

#8 結婚2年目の前撮り(결혼 2년 차의 웨딩 촬영)

태어나기 전에 해둬서 다행이야

마스크 없이 맘 편히 바깥 돌아다니기, 가족 만나러 한국 가기, 해외여행 등 코로나가 끝나면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지만 그중에서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바로 결혼식과 웨딩 촬영이다.

코로나 때문에 벌써 결혼식을 3번이나 미뤘고 웨딩 촬영은 한국에서 하고 싶었기에 꾹 참고 있었다. 그렇게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중 아기가 찾아와 주었고, 시어머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赤ちゃんが産まれる前に、
ふたりきりの時間を写真に残したらどう?
赤ちゃんが産まれたら
なかなか時間取れないしね。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둘만의 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건 어때?
아기가 태어나면
좀처럼 시간을 낼 수도 없으니 말이야. )



그렇게 시어머니의 배려 깊은 한 마디에 아기가 태어나기 전 둘만의 웨딩 사진을 찍기로 했다. 임신 7개월 차, 결혼 2년 만의 웨딩 촬영이었다. 그때 시어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지 않았다면 출산 전까지 웨딩 촬영을 할 생각도 못했을 거고,  우리 부부의 웨딩 사진이 아니라 아기의 돌 사진에 나와 신랑이 출연하는 정도가 되었겠지. 시어머니께 감사드린다.


모처럼 일본에서 찍는 거니 和装(일본 전통 의상)을 입고 찍기로 했다. 웨딩드레스랑 한복 웨딩 촬영은 다음에 한국에서! 스튜디오에서 웨딩 촬영용 메이크업 & 헤어 스타일링을 받고 기모노로 갈아입었다. 기모노가 워낙 화려하다 보니 화장 역시 엄청 진하게 했다. 입술 색이 새빨개서 괜찮으려나 싶었는데 기모노를 입으니 전혀 튀지 않고 잘 어울렸다.


그리고 기모노는 원래 숙련된 사람이 아니면 혼자 입기 힘든 옷이라 입혀주는 분이 따로 계셨다. 그도 그럴 것이 옷을 3-4겹 정도 껴입는 데다가 마른 체형의 경우는 상반신 앞뒤로 솜을 겹대야 하고 단추도 없으니 옷을 하나 입을 때마다 명치 아래쪽을 끈으로 꽉 묶어 고정해야 한다. 그렇게 다 입고 나면 옷의 무게(마지막에 걸치는 옷이 진짜 무겁다)와 단단히 묶은 끈들 때문에 편히 숨쉬기 어렵다. 임산부라 나름 넉넉하게 묶어준 거라고 했는데... 여름에 불꽃놀이 보러 갈 때 잘 입는 유카타도 안에 끈으로 묶는 부분이 있어 다소 불편했는데 유카타는 진짜 편한 옷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막상 웨딩 촬영이 시작되니 행복해서 그런가 그런 힘듦도 싹 잊게 되었다. 신랑에게 촬영 시작 전까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 신랑이 먼저 촬영 장소에 가서 등을 돌리고 기다려 주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이름을 부르며 신랑 어깨를 톡톡 쳤고, 뒤돌아 나를 본 신랑은 놀람과 기쁨, 약간의 쑥스러움이 섞인 표정을 보였다. 그리고 나를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순간 마치 이제 막 결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행복과 감격의 눈물이 났다. 촬영을 구경하러 온 시어머니는 멀리서 나보다 더 울고 계셨다. 실은 기모노로 갈아입을 때 시어머니가 살짝 나를 보셨는데 그때도 너무 이쁘다며 우셨고 나도 따라 울었다. 이쁜 내 모습을 우리 엄마, 아빠도 직접 보시고 싶으셨을 텐데 자기만 봐서 미안하다고도 하셨다. 너무 상냥하시고 감사 분이다.


메이크업이 다 지워질 수 있으니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꾹 참고 촬영을 재개했다. 신랑은 키도 적당히 크고 어깨도 넓은 편이라 옷이 아주 잘 어울렸다. 너무 멋있었다♡ 카메라가 익숙지 않아서 약간 어색한 표정도 보였지만 그 모습마저 사랑스러웠다. 나도 처음엔 해보지 않은 포즈들이라 다소 어색했지만 사진작가님이 능숙하게 포즈 유도도 해주시고 분위기를 풀어주셔서 마지막까지 즐겁게 촬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달 후에 약 50장 정도의 완성 사진을 받았다. 모든 사진 다 맘에 들었다. 기모노 때문에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긴 했지만 신랑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아름다운 사진들을 남길 수 있어 기쁘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해두길 잘했다.


그리고 촬영이 끝난 후, 신랑에게 "나 어땠어?"라고 물어보니


かわいい。お人形さんみたい。
(귀여워. 인형 같아.)


라고 말해준 것이 너무 기분 좋았다. 부끄럼이 많아 달콤한 말로 애정 표현하는 것이 서툰 신랑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 몰랐다. 이 말마저도 내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 거지만.


그 어느 사진 촬영보다도 행복하고 또 행복한 촬영이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추억 가득한 가족사진을 찍어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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