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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야RINGOYA May 30. 2022

#7 お姫様(공주님)

얼마나 귀여울까

何もついてないので女の子だと思います
(아무것도 안 붙어 있으니
여자 아이일 거예요)


임신 21주 차에 아기의 성별을 알게 되었다. 여자 아기라니...♡ 미신이긴 하지만 배도 둥글기보다는 약간 뾰족하게 불렀었고 고기가 임신 전보다 더 맛있게 느껴져서 남자 아기인 줄 알았다.


그리고 솔직히 남자 아기를 원했던 것도 있었다. 남동생과 나이 차이가 꽤 나는 편인데 남동생이 아기였을 때, 어린이였을 때 너무 너무 너무 귀여웠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임신 전에도 길 가다가 아이들을 마주치면 여자 아이보다 남자 아이에 더 눈길이 가곤 했다.


하지만 남자 아기가 아니라고 해서 아쉬운 건 없었다. 막상 여자 아기라는 얘기를 들으니 머리도 땋아주고 이쁜 옷도 입혀줄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얼마나 귀여울까... 이제는 밖에서 아이들을 보더라도 여자 아이밖에 눈에 안 들어온다.


여자 아기는 남자 아기와 다르게 생식기가 눈으로 확실히 확인되는 것이 아니고, 생식기가 탯줄이나 다리 등으로 가려진 걸 수도 있기 때문에 "여자 아기예요!"라고 단언하지 않고 "여자 아기일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물론 확실히 여자 아기인 걸 알 수 있는 표시도 있지만 우리 아기의 경우는 그게 잘 안 보이는 모양인지 임신 9개월 차인 지금도 가끔 물어보면 "- 일 거예요"라고 한다. 그래도 벌써 의사 선생님 5명 정도한테 물어봤으니 여자 아기인 게 확실하다고 믿고 있다.


성별을 안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머스캣과 딸기, 케이크 재료를 샀다. 일본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문화인 것 같은데 ジェンダーリビールケーキ(성별 공개 케이크)라는 걸 만들어서 가족에게 서프라이즈로 성별을 공개하는 것이 유행(?)인 듯하다. 인스타에 ジェンダーリビールケーキ라고 검색하면 이쁘고 귀여운 케이크 사진이 가득하다.


핸드메이드 젠더 리빌 케잌


대충 만든 것처럼 보여도 요리 솜씨가 좋지 않은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 만든 케이크. 케이크를 보고 신랑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근두근 기대하며 만들었다. 신랑에게 "케이크를 반으로 잘랐을 때 머스캣이 들어 있으면 남자 아기, 딸기가 들어 있으면 여자 아기야"라고 설명해주고 케이크를 잘라보라고 했다.


영상에서 마지막에 신랑이

女の子でした〜
(여자 아이였어요〜)



라고 말하는데 영상에는 찍히지 않았지만 살짝 쑥스러워하는 표정과 반짝였던 눈망울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목소리도 원래 저음인데 여자 아기라고 여자 목소리 낸 건가? 아무튼 너무 귀여웠다.


신랑은 성별은 어느 쪽이든 좋다는 입장이어서 여자 아기라고 엄청나게 기뻐하지도 그렇다고 실망하지도 않았다. 여자 아기인데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어느 쪽이든 건강하면 됐어"라고 했다.


그렇게 성별을 알게 된 다음 날, 곧바로 아기 이름도 지었다. 태명이 없었던 터라 빨리 이름을 지어서 불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부를 수 있는 이름으로 짓고 싶었는데 다행히도 여자 아이라 후보가 많이 있었다. 참고로 남자 아이는 한국 이름하면 은근 받침이 들어가는 이름이 많아서 일본에서도 쓸 수 있는 이름이 적은 것 같다.


이름을 뭘로 할지 신랑에게 묻자마자 여러 이름이 나왔다. 난 아직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신랑은 여자 아기인 경우의 이름 후보, 남자 아기인 경우의 이름 후보를 다 생각해놓고 있었다. 여러 후보 중 둘 다 같은 이름을 가장 맘에 들어해서 10분도 안돼서 이름이 정해졌다. 부르기도 편하고 우리 가족에게 의미가 있는 이름이라 참 맘에 든다.


그러고 나서 한자를 뭘로 할지 인터넷으로 한자 후보를 찾아봤다. 우리 아기의 이름은 두 글자인데 한자 조합이 100개는 넘게 나왔다. 조합들 중에서 뜻이 이쁘고 흔하지 않은 조합을 몇 개 골라 길흉을 확인했다.


일본에서는 이름을 정할 때 姓名判断(성과 이름의 획수로 길흉을 보는 것)을 하는데 인터넷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길, 흉 이렇게 나오는 게 아니라 인격, 인간관계, 직업운, 가정운 등 세부적으로 나눈 운세와 전체 운세가 나온다. 이걸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흉이 나오면 괜히 찝찝하니까 되도록이면 길이 나왔으면 했는데 가장 맘에 들었던 한자 조합이 전부 다 길에다가 大大吉(대대길)도 나와서 망설일 것도 없이 그 조합으로 정했다. 무엇보다 한자가 너무 이뻐서 좋다♡ 우리 아기도 이 이름을 맘에 들어해 줬으면 좋겠다.



비록 얼굴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튼실한 뒷모습을 보여주며 엄마, 아빠를 안심시켜준 우리 공주님 사진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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