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은재(강경수 외. 모예진 그림. 사계절) 다이너마이트 (김민령 외. 이윤희 그림. 사계절)
나는 아이들과 단편 읽기를 좋아한다. 중․장편 소설 읽기는 작가가 숨겨둔 의미와 상징을 발견해내는 재미가 있다면 단편을 읽을 때는 빈 여백에 내 경험과 해석을 붙여가며 작품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내는 게 즐겁다. 혼자 읽을 때는 “이게 뭐야?”하다가 여럿이 얘기 나누다 “아하!”하며 통찰하며 기뻐했던 적이 많다.
교실에서 존재감이 크게 없던 아이가 작품에 드러나지 않은 인물의 심리나 인물이 처한 상황을 맞춤하게 추측해낼 때,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문장에서 작품의 주제를 읽어낼 때, 더듬거리며 제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작품과 너무 잘 맞아서 친구들의 공감을 확 불러일으킬 때. 교실에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강력한 변화가 일어났다. 아이들은 그날 이후 내가 건네는 책을 기꺼이 읽었고, 책장을 넘기며 골똘히 생각했다. 그렇게 1년을 읽으며 함께 살았다.
단편 읽기를 좋아하지만 막상 아이들에게 권할 작품은 많이 없어 아쉬웠다. 많은 작품이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렵고, 너무 뻔하거나 너무 실험적이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으면서도 신선한 접근, 삐딱한 시선, 생각을 확장시키는 결말을 가진 작품을 찾기 어려웠다. 다 읽고 나면 한참 멍하다가(이게 뭐지? 무슨 뜻이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뒤늦게 작품의 의미를 알아채면서, 뒤늦은 감동이 몰려오는 작품이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읽은 <정의로운 은재>와 <다이너마이트>는 반가운 단편집이다.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맞춤하다. 코로나 19로 변한 아이들의 삶이 담겼고, 읽는 이가 저마다의 시선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담겼다.
진형민, 최나미, 황선미, 김태호, 김중미, 이금이 등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는 작가들의 작품 모음집이라 다양한 결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중 <정의로운 은재>(오하림)는 아이들의 나쁜 행동에 벌을 가하는 능력을 가진 아이를 통해 처벌의 의미, 선과 악의 경계 등 여러 질문을 던지게 해 준다. <살아 있는 맛>(전성현)에서는 코로나 19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돌아보게 해 주며, <구멍>(이금이)은 코로나 19로 알게 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룬다. 김태호 작가의 <멍한 하늘>을 통해서는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이를 등장시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작품을 읽어나가는 교사 입장에서 여러 작가의 여러 주제의 작품을 한데 모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대부분의 작품이 아이들에게 권하고 함께 읽기에 큰 무리가 없다.
잘 보이는 곳에 꽂아 두었다가 아이들과 한 편씩 아껴 읽어야겠다. 무엇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아이들이 저마다의 감상을 떠올리고 나누게 도와야 한다. 단편은 그래야 맛나게 읽을 수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기꺼운 마음으로 들어주어야 한다. 초등 5~6학년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