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정령 톰티(여유당)
☀ 나무 정령 톰티(니나 블라존 글. 카린 린더만 그림.여유당)
나는 어린 시절을 강원도 산골에서 보냈다. 어딜 가나 산이 있었고, 눈 닿는 곳마다 울창한 나무가 초록빛을 뽐냈다. 성장해서 수도권에 살면서는 어린 시절 늘상 보던 푸르른 풍경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회색 건물 사이에 서 있는 가로수는 장식품처럼 느껴질 뿐 특별한 존재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데 『나무 정령 톰티』를 읽고 나니 무심히 지나쳤던 나무들이 새로이 보이고, 잊었던 강원도 산의 푸르름이 강렬한 기억으로 다시 떠올랐다.
『나무 정령 톰티』는 나무에서 태어나 나무에서 살며, 나무를 돌보는 정령이 있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나무 정령 톰티는 자신이 태어난 나무를 잊었고, 마음 따뜻한 아이들인 마야와 피니, 콘라트와 함께 자신의 나무를 찾기 위해 애쓴다. 그 과정에서 개암나무, 자작나무, 은행나무 등 많은 나무를 살핀다. 새로운 나무를 발견할 때마다 특색 있는 정령과 나무 주변에 사는 곤충이나 동물도 만난다. 아이들이 톰티의 집을 찾으며 도시에서 살아가는 나무를 자세히 관찰하고, 톰티가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우려 애쓰는 모습이 보기 좋다.
에코판타지라는 출판사의 소개가 딱 맞는 이야기다. 읽는 내내 초록잎 가득한 나무를 떠올리고, 나무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정령을 상상하게 된다. 멀리 시골에 있는 나무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나무 이야기라 더 친근하게 와닿는다. 톰티와 아이들 사이에 우정이 싹트는 걸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 마야와 피니는 불청객 톰티를 내치지 않고 톰티의 집 찾기에 힘을 모은다. 아이들은 톰티가 살 나무를 알아보느라 사는 곳 주변의 나무를 살뜰히 살핀다. 저절로 나무 박사가 된다.
아이들과 책을 읽고 나서 학교 교정이나 집 주변의 나무를 찾아가 관찰하고, 그 나무에 살 것 같은 정령을 그려보면 재미있겠다. 길가에,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나무에 정령이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아이들은 신이 날 것이다. 다만, 톰티와 아이들이 새로운 나무를 찾아가고, 그 나무의 특징을 살피는 비슷한 이야기 구조가 반복되는 게 아쉽다. 여러 나무의 특징을 살피는 데는 좋지만 읽는 재미를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나무의 특징을 나타내는 여러 정령들이 있어 그나마 덜 지루하다.
이야기의 맛을 잘 살리며 읽으려면 소리 내어 읽고, 나무의 특징을 살피는 부분이나 정령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잠시 멈추고 그림을 찬찬히 살피면 좋겠다. 한 번에 휙 읽기보다는 하루에 에피소드 하나씩, 어른이 읽어주면 아이 마음에 따스하고 곱게 가 닿겠다. 초등 3~4학년이라면 혼자도 읽겠고, 1~2학년은 어른이 읽어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