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미정 Jul 29. 2021

05. 내가 만드는 나

- 차대기를찾습니다(이금이.사계절)

☀ 차대기를 찾습니다 (이금이.사계절)


 인터넷에서 자기 이름을 검색해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거다. 책 속 5학년 아이들도 인터넷에서 이름을 검색하고, 그걸 별명으로 만들어 부르는 놀이에 빠졌다. 주인공 차대기는 친구들이 자기 이름을 검색하면, 똥자루라는 별명이 드러날까 봐 걱정한다. 그런 차대기가 짝꿍 윤서와 길고양이를 돌보면서 좋은 친구가 되고, 더는 별명이 불릴까 걱정하지 않게 되는 이야기다.    

  

  별명 부르기를 유쾌하게 즐기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매우 힘들어하고 상처 받는 아이들이 있다. 별명이 좋으냐 나쁘냐의 문제이기보다는 아이의 내면이 단단한가, 자존감이 높은가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차대기는 윤서와 관계를 맺기 전에는 별명이 불릴까 봐 전전긍긍한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윤서와 함께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을 해내면서 차대기가 조금씩 변한다. 윤서는 유명한 유튜버 언니가 있지만 그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차대기는 그런 윤서와 시간을 보내면서 자기답게, 당당하게 지내는 힘을 키운 것 같다. 유명인 누구와 이름이 같은 차대기가 아니라 차대기 자신으로 당당해진다.      


 이야기 속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자기 이름과 같은 훌륭한 유명인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건 좋은 일이에요.”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차대기를 찾습니다』는 선생님의 말에 대한 반론이라고 나는 읽었다. 위인전을 읽으면서 위인의 훌륭한 점을 본받고, 어른들이 칭찬하는 아이로 자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 그게 바로 아이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자기답게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차대기의 뜻이 ‘자루’에 지나지 않지만, 차대기는 윤서와 마음을 나누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차대기는 그냥 차대기로 살 수 있게 됐다. 똥자루라는 별명 따위에 더는 흔들리지 않는다.  

    

 글 잘 쓰는 작가라 문장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등장인물과 사건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술술 읽힌다. 읽으며 걸리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요즘 아이들의 관심사나 생활을 반영한 세련된 동화다. 차대기와 친구들, 윤서 가족의 이야기가 한데 어울려 차대기가 차대기 다워지는, 자존감 상승 이야기를 완성했다. 5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세상 모든 차대기 중 가장 먼저 유명해진 차대기다. 6학년에서도 똥자루라고 부르는 아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더 멋진 별명을 갖게 될 차대기다. 아니, 이제는 그런 별명쯤 무시해 버릴 수 있는 차대기다.(p.131)
차대기는 차대기다


매거진의 이전글 04. 제멋대로 읽어야 하는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