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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DOC Jan 20. 2021

여름 밤에 이른 겨울을

이게 옳게된 혁명이지

혁명의 사전적 정의는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서 국가의 기초, 사회의 제도, 경제의 조직을 급격하게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세상을 이전과 다른 형태로 바꾸었을 경우에도 '혁명적이다'라고 표현하죠. 그런 의미에서 에어컨은 가히 혁명이었습니다. 에어컨 하나만 있어도 여름철 삶의 질이 몰라보게 달라지기 때문이죠. 현대 문명의 한 축은 에어컨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기조화 기술.

    에어컨의 본명은 Air Conditioner으로, 번역하면 공기 조화 기술 입니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에어컨은 습도, 온도를 조절하는 기계 장치죠.. 사실 이러한 공기정화 기술은 고대부터 존재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조선 시대 때의 천연 냉장고인 석빙고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여름철 폭염을 피하기 위해 평민과 천민들이 지었다는 토굴도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문화 유산으로 남은 대표적인 예는 석굴암도 있습니다. 모두 대류 현상을 이용한 자연식 공기조화 기술인 셈이죠. 물론 이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차가운 장소'를 만들어냈을 뿐이지 우리가 원하는 방은 전혀 시원해지지 않잖아요.

    이러한 에어컨은 로마 시대에도 존재했습니다. 강가와 수로를 이용해 방 아래에 물이 흐르도록 설계해, 여름에 자연스럽게 습도와 온도가 적정선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간'을 대상에게 '최적화' 시키려는 노력을 끊이지 않았습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우리는 종종 삶의 질을 확 높여주는 제품을 만났을 때, 이런 식으로 감사를 표하곤 합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라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덕담이 아닐까? 에어컨 관련 글이 올라오면 인스타에서도 이런 반응이 보이곤 했습니다.

    에어컨의 원리와 기능은 고대에서부터 내려왔지만, 최초의 전기식 에어컨을 설계하고 만든 사람은 윌리스 캐리어 였습니다. 표지에 그려져있는 아저씨가 윌리스 캐리어입니다. 그는 코넬대학교 전자공학 석사 출신으로, 인쇄소에서 일하다가 인쇄된 용지에 습한 공기에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 습도 조절 기기를 개발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습도를 조절해주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거죠.

    윌리스 캐리어는 나중에 인쇄소를 나와서 자신의 회사를 차립니다. 그 이름은 The Carrier Air Conditioning Company of America. 이 글을 읽는 독자분이 어디선가 본 상표일지도 모르겠네요. 생각하시는 그 회사가 맞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 주식 회사는,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회사거든요! 어찌됐건 인쇄 보조 기기이자, 습도 조절 기기는 기능을 더하고 개량시키는 과정을 거듭해 오늘날의 에어컨이 됩니다. 

윌리스 캐리어의 에어컨 회사 로고



의약, 화학, 영화, 스포츠, 여가...

    만약 에어컨이 없었다면 우리가 아는 사회도 없었을 겁니다. 여름은 여전히 즐겁지만 어딜 가든 덥고 습할 것입니다. 회사의 서버 관리실은 온도 조절이 안되서 산업 발전이 느릴 것으로 예상되구요. 백화점, 카페, 음식점도 지금과는 양상이 많이 달랐겠네요. 문화 산업도 이렇게 활발하진 못했을 겁니다. 실제로 에어컨이 개발되고 나서 가장 먼저 설치된 곳은 극장, 백화점과 백악관입니다.

    앞서 에어컨은 '공기정화 장치'라고 했습니다. 실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중요한 산업은 어디일까요? 어디나 사람이 있는 곳은 중요합니다. 실내 공기가 쾌적하면 더 오래,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오죽하면 에어컨이 없었다면 야근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의료 산업, 섬유 산업, 제조 산업은 실내 적정 온도의 유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온도와 습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실내에 저장해둔 각종 장비가 망가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주력 상품들도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에어컨은 든든하게 수많은 산업의 뒤를 받쳐 주었습니다. 영화와 같은 문화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들여 만든 창작물을 여름에 출시하고 싶진 않았을 겁니다. 고온다습해서 조금만 움직여도 더워, 관객들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죠. 봄가을에 가장 수요가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에어컨이 극장에 설치되면서 계절과 시간에 관계없이 쾌적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산업 발전에 불을 지핍니다.

ⓒTampaPix.com | Tampa Theatre, 1942. 극장에서 더위를 피하세요!

    에어컨의 존재는 지역을 뒤바꾸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플로리다 주는 현재 휴양지로 유명하지만, 옛날엔 그렇지 않았습니다. 열대와 사막의 기후가 맞닿아있는 이 지역은 인구 수도 적고 살기 적합한 곳은 아니였죠. 하지만 집집마다 에어컨이 보급되면서 양상이 달라집니다. 돈 많은 은퇴자들이 유유자적한 삶을 누리기 위해 플로리다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들은 실내에서 에어컨의 유익을 누리면서, 내킬때면 밖에 나가 화창한 날씨와 바다를 누렸습니다. 오아시스에 사람들이 모이듯, 에어컨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인 것입니다.

    최근 에어컨은 단순히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넘어, 향균, 무풍, 공기 순환을 통한 공기의 질 상승 등의 옵션도 추가되었습니다. 디자인도 발달해서 이동식, 벽걸이, 패키지, 빌트인 등 다양하죠. 심지어 예쁘기까지 합니다. 하나의 가구로서 실내를 꾸미는 조형물의 기능도 담당합니다.

삼성의 에어컨입니다. 냉방병 방지를 위한 무풍에, 디자인도 원목을 닮아 공간에 녹아듭니다.


이제 착한 에어컨이 되겠습니다.

    탄소물질 기반 문명의 이기를 누리려면 부담해야하는 불가피한 반작용. 에어컨 사용으로 배출되는 물질은 오존층 파괴에 치명적이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오존층 파괴를 비롯하여 에어컨 사용이 초래하는 환경 파괴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를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유해물질 감소량이 급감하고 최근까지 에너지 효율성도 꾸준히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나노소자를 이용하여 환경 파괴 물질 배출량을 0에 수렴시키는 친황경 에어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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