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58만원에 대하여
10년이 넘도록 LG 통신사를 애용해왔다. 이따금 와이파이와 LTE, 5G의 속도 이슈가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통신비가 꾸준히 상승해왔고, 이제 와서는 5~8만원 요금제가 아니면 불편을 겪을 지경이 되었다. 나름 장기간 통신사 한 번 바꾸지 않고 고액 요금제를 사용해왔는데, 누리는 별다른 혜택도 없었다. 그래서 알뜰 요금제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3년 전 4년 약정을 했다는 점에 있다. 중도 해지를 하게되면 위약금을 물게 되는데, 그동안 혜택 받았던 것을 토해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당연히 알고 있던 사실인데, 당장 통신비를 줄이기 위해 해지해버렸다. 그리고 위약금 폭탄을 맞았다.
처음 통장 내역을 봤을 때는 전산 오류이겠거니 싶었다. 정확한 정보를 알기 위해 U+ 매장으로 향했는데, 가는 도중 어쩌면 위약금이 넘어온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U+ 매장에 가서 58만원은 어디서 나온 금액인지 물어봤다. 위약금이라는 대답을 받았다.
의문인 점은 과연 내가 해지 요청을 할 때 '중도 해지 시 위약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를 받았느냐는 것이다. 받은 기억은 없는데, 그냥 기억이 안나는 걸 수도 있다. 만약 이 정도 금액의 위약금이 부과된다는 걸 알았다면 옮기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차피 옮길 거라면 내야 할 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이 쓰렸다. 목이 멍울이 잡힌듯 메어왔다. 울고 싶은 건 아니었다. 월급의 60%가 월급을 받은 지 일주일도 안되서 날아가버렸다는 사실이 뼈 아팠다. 분노가 스물스물 올라오는데 무엇을 향해 화내야 할 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지금이야 휴대폰 위약금에 그쳤지만, 부동산 계약에 이런 일이 났다면 그 땐 정말 감당이 안됐을 것이다. 사회에 나가 커다란 계약을 할 때는 더 조심하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시간을 쏟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르는 게 잘못이다. 자신의 삶을 둘러싼 여러 약속과 사업들에 대해선 당연히 공부하고 숙지하고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