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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조 Oct 29. 2022

평범한 삶

평범함을 벗어나고픈 사색

  "평범하다는 게 뭔지 알아?"

  친구의 물음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한참을 생각했다.

  "큰 문제없이 살아가는 삶 아닐까?"

  삶의 경험을 토대로 평범함이란 큰 불행을 겪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라 결론을 내리고 답했다.


  평범하다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뛰어나거나 특별한 점이 없이 보통이다.'라고 나온다. 평범함을 인생으로 확장해보면 삶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큰 사건을 겪지 않은 보통의 삶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한 자 짜리 작은 어항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큰 일을 겪지 않고 살아가는 관상어와 같은 삶을 떠올린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일이 없다. 지저분한 물은 사람이 제때 청소해주며, 먹이도 제시간에 맞춰 적당한 양이 공급된다. 그저 안정된 울타리 안에서 그렇게 보통의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한다.


  누군가 말한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려운 거야."

  이 말속에는 특별하게 큰 일을 겪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담겼다. 큰 행복을 마다할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을 것인가? 특별하고 뛰어난 삶을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에게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쯤은 어린아이도 안다. 그러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큰 아픔과 불행의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는 바람을 담고 있는 말이다.


  전화기 너머로 회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에게 쏟아붓는 상대를 향해 일말의 동정심도 들지 않는다. 하지만 고객의 아픔을 자신도 느끼고 있으며 참으로 안타깝지만 도움을 드릴 수가 없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나는 상대의 거친 말에 온갖 짜증이 밀려온다. 친한 지인으로부터 잠시 현금을 융통해 달라는 말에 신뢰감을 바탕으로 나의 소중한 현금을 흔쾌히 빌려준다.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지인은 돌려줄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아 며칠의 말미만 더 달라고 부탁하지만 연기한 일정에도 나의 마음과는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전화로 아쉬운 소리를 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시원치 않다. 오직 나에게 매일 메아리쳐 오는 목소리는 가족의 잔소리다. 숨 막히는 삶의 어려움을 겪으며 마음 졸이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특별한 불행을 삶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으며 그렇기에 그저 평범함으로 만족하며 사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생각한다.


  평범한 삶 속에서 누리는 작은 행복을 우리는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줄임말로 '소확행'이라고 칭한다. 큰 행운이 우리 삶에 찾아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평범한 삶 속에서도 작은 행복들로 삶을 아름답게 가꾸고 즐기려 노력한다. 가끔 맛 좋은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일, 예쁘고 앙증맞은 카페에서 소중한 사람과 나누는 대화, 도심을 벗어나 주말에 즐기는 교외 드라이브나 산행, 낚시 등 우리의 삶 속에서 행복을 찾아 저마다 즐기고 있다.


  "도대체 왜 뛰는 거야?"

  이제 갓 러닝을 시작한 초보 러너인 내게 사람들이 묻는다.

  "모든 생각이 날아가 버리고 길 위에 나만 남아."

  처음부터 이렇게 대답하지는 못했다. 나의 첫 정식 러닝은 내가 소중하게 인연을 맺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뛰기 시작하면서 겪은 경험을 공유해주었는데, 길 위에서 뛰는 동안은 복잡한 삶에서 잠시 떨어져 해방감을 느꼈다고 했다.


  나는 살아오면서 큰 일을 겪은 적이 없다. 정말로 평범한 삶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삶이다. 특별한 어려움 없이 살아온 나는 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고,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왔다. 반면에 지인은 크고 힘든 일을 제법 많이 겪었고, 마음고생도 심하게 했다. 물론 마음이 따뜻하고 강한 사람이라 지금껏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멋지게 살고 있다. 자신은 삶이 고통이라 여기며 그 고통을 잊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 그의 인생을 이해해보고 싶었다. 겪었던 일로 어지러운 마음을 다시 추스를 수 있게 도움을 준 일에 동참하고 싶었다.


  아주 느린 속도로 뛰었다면 분명 오 킬로미터는 무난하게 뛰었겠지만 심장의 한계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당히 속도를 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일 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뛰는 일도 버거웠다. 조금씩 몸이 익숙해지며 이내 삼 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되었고, 거리가 늘어 십 킬로미터까지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되었다. 러닝의 삶을 소개해준 지인과도 가끔씩 함께 뛰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나의 정신을 해부해 본다면 아마 가치관이나 신념과 같은 삶의 뼈대 위에 적당히 굳은 의지와 실천력, 그리고 따뜻한 마음과 같은 근육이 붙어 있을 것이다. 나의 평범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나의 정신이 언제나 건강할 수 있도록 작은 행복의 순간들을 많이 불어넣고 싶다. 특히 사랑과 같은 따뜻한 마음이 많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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