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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당연필 Aug 26. 2021

#9 동네 구멍가게가 망하지 않는 비결

성공하는 사업의 신비하고 오묘한 비밀

 취준생 시절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이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 아주 간단하다. 햄버거를 빨리 만들고, 멀티를 잘해야 한다. 고객에게 친절하게 대하지만 손님들과 관계를 맺진 않는다. 맥도날드의 고객들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 찾아온다. 두 번째는 친구와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아온다. 맥도날드는 불특정 다수의 손님이 찾아온다. 맥도날드 고객들의 특징 중 하나는 매니저나 아르바이트생과 친해서 오는 사람들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멋진 수형의 식물과 예쁜 꽃다발을 만들어 손님에게 제공한다. 손님은 돈을 주며 우리의 상품을 사 간다. 이 행동은 각자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건강하고, 멋진 수형의 식물을 데려온다. 손님들도 집을 예쁘게 꾸미기 위해서 혹은 사랑하는 이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해서 꽃다발과 식물을 사 간다. 각자의 이기심이 반영된 결과이고 이는 자본주의가 굴러가는 원리이다. 장사를 시작하기 전 이 생각이 머릿속에 깊이 뿌리 박여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 생각의 방향은 좋은 식물과 예쁜 꽃에 초점이 맞춰졌다.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이 일을 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좋은 식물과 예쁜 꽃다발을 제공하면 된다. 


한때 마스코트였던 몬스테라, 웅장하다

 꽃집은 신축 아파트 상가에 위치했다. 테라스가 있는 저층 아파트다. 신축이라 그런지 주민들은 2 분류로 나뉜다. 유치원 ~ 초등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둔 부부와 노년층 부부이다.(대부분은 어린 자녀를 둔 부부이다) 아내는 아이들을 좋아하고 잘 다룬다. 아동심리학과를 나와서 아이들과 치료활동이나 심리상담을 많이 했다. 그래서 그런가 아이들이 아내를 좋아한다.(예뻐서인가...?) 아이들이 아내를 좋아하니 부모님들도 가게 오는 것을 좋아한다. 맥도날드 고객들이 맥도날드를 찾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아내는 손님들과 자연스레 관계를 맺어가고 있었다.

 

 7살의 남아를 키우는 부모님이 자주 찾아와 식물과 꽃을 사 가셨다. 남자아이는 가게에 올 때마다 아내랑 노는 게 재밌었나 보다. 한 번은 귀여운 친구가 어머니의 애플 워치를 가지고 시리야 꽃집 이모한테 전화 걸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 어머니가 애플 워치의 시리를 활용해서 전화 거는 것을 종종 본 적이 있나 보다. 너무 귀여웠을 것 같다. 애가 예쁜건 알아서 풉 내 아내를 노리나? 


 아파트 상가 장사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길거리에서 하는 장사와는 다른 느낌이다. 손님과 대면하지 않고, 관계를 맺지 않으면 감정은 사라진 물물교환만 일어난다. 하지만 고객들과의 관계가 형성되면 고객들은 식물과 꽃을 사기 위해서만 가게를 찾아오지 않는다. 아내와 대화하기 위해 종종 찾아오시는 분들은 자영업의 어려움을 알아서인지 굳이 한 개씩 더 사주신다. 여기서 자본주의와는 다른 선 순환이 만들어진다. 자본주의에서는 손님이 좋은 상품을 보고 재화를 지불한다. 하지만 덜 좋은 제품이지만 재화를 지불하면 주인은 손님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 고마움 때문에 다음번에는 더 괜찮은 제품을 제공하고 싶어 지고, 더 좋은 제품을 제공하면 손님은 더 지갑을 쉽게 열 수 있게 된다. 이 방법이 더 기분좋고 행복감을 느끼게 만드는 선순환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코랄색 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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