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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당연필 Jul 19. 2021

#1 아내가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어느 때와 같이 평범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갔다. 아리따운 와이프가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으며 꽃집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오빠, 나 플라워 레슨 받아서 꽃집을 열어볼까?"

"응? 갑자기 무슨 말이야. 원래 꽃에 관심 있었어? 대학원 졸업은?"

평상시 와이프가 식물에 관심을 갖고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꽃까지 좋아하는줄은 몰랐다. 역시 꽃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는 말이 맞나보다. 현재 와이프는 아동심리학과 대학원 수료 상태이고, 졸업 논문만 쓰면 졸업을 한다. 대학원 등록금이 너무 아까워서 졸업을 하면 어떻겠냐는 말엔 언젠간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다.

(나중에 물어보니 자식을 낳지 않으면 그거야 말로 대학원 학비를 낭비하는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와이프는 꽃집을 열기 위해 클래스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자그마치 6개월 동안 들어야 하는 강의이고, 강의 비만 5백만 원이 넘는다. 늘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아내가 한다고 하니 대리만족 느낌도 있었지만, 갓 결혼한 어린 신혼부부에게 마냥 적은 돈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흔쾌히 수락했다. 수락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내가 1원이라도 벌어오면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주의이고, 집 꾸미는 솜씨를 보면 망하진 않겠구나 싶었다.


나름 잘 꾸미는 집


꽃집을 여는 것은 확정되었고, 이제 어디에 열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아내가 점찍어둔 곳이 있었다. 아내는 다 계획이 있는 여자이다. 우리가 거주하는 지역에 테라스형 아파트 단지가 있다. 동네도 부유한 동네이고, 상가도 많이 비어있어서 첫 입주로 가게를 시작하는 곳이다. 권리금을 낼 필요도 없고, 코로나로 세입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월세도 저렴하겠다 싶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계약은 서울 월세방을 구할 때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었다. 게다가 상가는 전혀 모르는 상태로 부동산 중개소에 들어갔다. 부동산 중개소의 문을 열자 긴 치마를 입은 자상한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맞이해주었다. 사장님(아주머니)은 신혼부부가 새로운 시작을 한다며 우리를 칭찬해주었다. 우리가 찾는 상가의 매물은 예상대로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없어 상가 월세가 많이 저렴해진 상태였다. 게다가 아파트 초입에 상가가 있어 노출될 확률도 높았다.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나중에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우리의 사업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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