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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은성 Dec 07. 2020

구인구직

무경력 무스펙자는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하나요?

최근에 다시 구인구직을 시작했다.

예대를 나온 나는 이제껏 토익을 본 적이 없다. 그말인 즉슨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


3년동안 한 기업에서 일했지만 서비스직종이었고 남들 다 하는 스펙관리는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준비 하지 않았다. 25살 때 첫 취업이였는데 예술전공 전문대 졸, 그 안에서의 상위 학점 따위는 있어도 없어도 되는 무의미한 것이였다. 


이제껏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잡코리아를 뒤적거리며 드는 나의 감정은 뭐라고 해야할까.

자신감이 낮아진다고 해야하나, 자존감이 낮아진다고 해야하나.


2021년이면 빼도박도 못하는 30대인 31살이 된다.

나의 전공은 과연 어떤 회사에 도움이 될까 생각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이먼트 회사들도 대기업인 회사들이 많다. 그 곳에서 뽑는 채용공고를 보고는 나가기를 누른다.

이미 클 때로 커버린 회사들은 원하는 인재상이 비슷비슷 하다.

기본적으로 전공자 위주로 뽑는 것과 대졸자 위주로 뽑는 것.

그리고 꼬리표 처럼 딸려오는 토익점수와 대외활동들. 경력기술서 등. 

난생 처음 이력서를 제대로 써보는 나에게는 생소한 것들이다. 단지 취업만을 위해 토익을 본다던지 대외활동을 한다던지 경력을 쌓는다는 것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대학을 나오면 기본적으로 하는 것들일까?

전문대 졸업은 내가 원해서 졸업했기 때문에 그나마 감정의 동요가 덜하다. (그래도 있긴 있더라)

하지만 제일 감정동요가 심한 부분은 경력 부분이다. 도대체 이 경력들은 다 어디서 쌓아야 되는 것이며 이 일을 배우고 싶어서 들어가려는 사람들에게 기회는 아예 없는 것일까.


20대 초반에 카페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처음 일한 곳은 요거프레소 였는데 그 때의 긴장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전에 했던 아르바이트는 미스터피자, 편의점, 국수집 서빙 이런 일이었는데 카페경력은 없었기 때문이고 당시 카페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커피 자체도 좋아하고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카페라는 깔끔하고 향기 좋은 곳에서 일을 하면 나도 바리스타 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환상도 가지고 있었다. 운이 좋게 합격하여 일하게 됐지만 그 전에 넣었던 카페는 모조리 탈락이였다. 경력자를 뽑는 곳이 대부분이였기 때문에.

그 당시에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나같이 처음 카페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디에서 일을 배워야하는 걸까. 기회가 없는걸까? 바리스타 학원이라도 다녀야 되는걸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때의 감정과 지금의 감정은 조금 비슷하다.

SNS를 많이 하는 나에게 요새 뜨는 홍보는 대부분 마케팅60일 완주반, 개발자란 무엇인가, 기획자 단시간에 만들어 드립니다! 등 다양한 학원들이 노출된다. 그만큼 내가 클릭하고 찾아봤다는 뜻이겠지.

이런 알고리즘 또한 참 신기하다. 어떤 기사에서 봤는데 한 사람이 어떤 말을 중얼 중얼 했더니 그것에 관한 것들이 SNS상에 홍보물로 뜬다는 것을 보고 흠칫한 적이 있다. 이렇게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매체를 통해 많은 것들에 노출되고 있고 그 노출을 통해 많은 회사들이 마케팅을 한다는 것인데. 

나 조차도 여러 정보를 넷상에서 찾긴 하지만 저런 얘기를 들으니 소름 돋았다.

우리는 얼만큼 노출이 되어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이 매체를 통해 이익을 얻는 것들도 한편으론 있을 것이다.


이제는 바보상자가 TV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온 셈.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정보를 제공해주는 플랫폼이지 많지만 개인의 정보가 어느정도 침해 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쨋든 나는 무경력으로 내가 하고 싶은 직무를 찾아보게 됐고 몇군데 이력서를 넣었다.

사실 내 꿈은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다. 일을 구하는 이유는 나의 꿈을 위한 하나의 목표수단이다.

그렇다고 하여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회사원이고 싶지 않다. 관심있어하고 자신있는 분야에서 일을 하고싶다. WORK와 JOB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 


나의 WORK는 창작자이고, JOB은 회사원이고 싶다.


두가지가 충족 되려면 워크에서 수익활동이 보장이 되었을 때 겠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번다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얼마나 큰 행복과 기회인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그렇지만 워크가 잡이고 잡이 워크인, 평범한 회사원들은 워라밸을 꿈꾼다.


일반대학교를 나왔더라면 경력을 쌓을 수 있었을까.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그나마 경력과 학력을 보지 않는 한 잡지사 에디터 직무에 이력서를 넣었다.

자기소개서도 제대로 써본 적이 없어 감이 오질 않았지만 쓰는 내내 질문에 최대한 응하려 했다. 에디터란 무엇일까, 얼만큼 솔직하게 써야될까, 경력이 없는데 괜찮을까 여러가지 걱정이 앞섰지만 일단 지원했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도 썼다.

글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를 최대한 표현하려 애썼다. 쓰는 내내 나름 마음이 편안했다.

그치만 그날 저녁 지원 현황을 보다가 지원자들의 스펙을 보게 됐다. 굳이 보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당연하게 나와있었다. 토익 점수가 900이 넘는 사람, 대졸자, 대외활동자, 경력자.. 


나만 빼고 다 경력자인듯 했다.

토익은 당연하게 적어야한다는 친구의 말을 이제야 실감했다.

에디터, 기자를 뽑는데 토익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력서를 쓸 의욕이 사그라들었다.

내가 살아온 인생은 헛 살아온 인생일까, 나는 앞으로 취직은 할 수 없을까, 또 알바를 해야하는 것일까.


하고싶은 음악을 하기위해서는 올인해야한다는 것과

무모하게 도전하기 보다 일단 안정된 직장에 취업해야한다는 마음과 

내가 30대만 아니여도 라는 마음과. 여러가지 마음이 공존한다.

나는 아직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러던 와중에 친한 언니와 통화를 하게 됐다.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기술을 나는 가지고 있다고.

내가 없는 것처럼 그들도 없는 것이 있는거라고.

나는 단지 필요가 없었기에 토익시험을 보지 않은 거라고.


그치, 그들은 춤 전공자도 아니며 서비스 직종에 일한 것도 아니며 커피에 대한 지식도 없으니까.

언니가 해준 말로 작은 위안을 삼아본다.


하나의 예술가로 인정받고 폭 넓은 직업군이 있었더라면 나와 같은 학교출신인 친구들이 그렇게 까지 꿈을 포기하진 않았을 것 같다.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이 몇 안된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예술가로 인정받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노력하여 정상에 있는 댄서들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도 있다. 국위선양하고 돌아와도 실생활에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유럽처럼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술을 통한 직업이 활발해지는 때가 올까?

나도 35살 안에 자랑스레 말할 수 있는 직업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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