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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은성 Nov 28. 2020

유 퀴즈 온 더 블럭

나에게 있어 완벽한 프로그램 (2)

유 퀴즈를 보는데 한 고등학생이 자신을 표현하기를 많이 무섭다고 했다.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이고 미래에 대해서 두렵고 무섭고 불안하다고 했다.


18살인 친구의 입에서 세월 앞에 벌써라는 단어를 쓴다는 게 30살의 나한텐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28살 때 퇴사를 하고 나이 핑계를 대며 저 친구가 말한 미래에 대한 두렵고 무섭고 불안한 감정 때문에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했다.


벌써 이렇게 세월이 흘렀나, 벌써 30대가 코앞이네.


이런 생각들만 가지고 1년, 2년을 보내왔다.

 '조금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걸'이라는 현재의 감정도 35살의 내가 본다면 30살 지금의 내가 18살 친구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과 같지 않을까.



그리고선 용문고를 67년도에 졸업하신 아버님과의 인터뷰에선 본인을 측은하다고 표현하셨다.

집에 있는 게 너무 심심해서 밖으로 나갔을 때 지하철을 탈 때면 자연스레 자리를 비켜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 파고다 공원에 간 나의 모습이 내가 느끼기에 측은한데 남들이 보기에도 측은할 거 같다고. 그래서 안 나가신다고 했다.

일을 그만두는 것이 너무 싫었다고 하신다.



나는 5개월 정도 집에서 쉬면서 인생을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엇인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존재로 인정받고 실력으로 증명해내고 그것에 대한 합당한 돈을 받으며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과 함께 내 존재가 이제는 어딘가에 쓰임 받을 수 있을지 의심까지 하기 시작했다.


쉬는 것 또한 끝이 있어야 편안한 쉼이다.


나의 쉼은 끝이 보이지 않는 쉼이다.

어딘가로 튈지 모르는 인생 앞에 사지 멀쩡히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비교를 끊임없이 해댄다.


아빠랑 티브이를 보다가 한 연예인이 나왔다.

그 자리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분이었다. 정말 대단한 사람 같다고 아빠랑 수다를 떠는데 그런 나에게 아빠가 말했다.


 사람도 못해내는 게 많아.
그걸 너는 쉽게 해낼 수도 있고.
각자 가진 것이 다르니까.

우리 아빠는 가끔 나에게 비수가 꽂힌 명언들을 툭툭 내뱉는다. 심지어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부류의 말들을. 참 신기하다. 이것도 유전인가?


아빠의 말은 또 다른 내가 위로를 해주는 것처럼


그만 비교해 남들과. 너는 너야.


라고 말해주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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