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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은성 Oct 06. 2021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보고 나서

"봐라, 슈퍼스타K처럼 엠넷에서 댄서들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올걸?"


2009년, 서울 대학에 3군데밖에 존재하지 않는 '스트릿 댄스과'의 진학한 학생의 말.


- 6년 뒤, 댄싱9이라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위 말을 했던 학생은 그 프로그램에 참가를 했을까?


저 말을 한 당사자인 나는 일을 하고 있었고, 춤이랑은 많이 멀어져 있는 상태였으니

당연히 참가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춤은, 나에게 굉장히 특별한 것 그 이상의 무언가로 존재했었다.

무엇을 확고하게 이만큼이나 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했던 목표는 이제껏 없었기 때문과

나의 자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 나를 알고 표현하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글로 표현하기에 복잡 미묘하고 버거웠던 감정들이지만,

가볍게 정리를 해보자면 엄마 아빠의 반대, 나의 대한 믿음 부족, 미래의 대한 걱정의 이유

댄서 활동을 접고 일을 시작했지만 미련은 떨치지 못했다.

댄싱9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이 될 때마다 울면서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아는 사람이 절반 이상이 출연했으며, 당시 대학생 시절 때 내가 했던 말을 떠올려보자면

그런 프로그램이 생겼을 때 나는 바로 출연할 것이다.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더 더욱이나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


타의적이든 자의적이든, 어쨌든 내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누구를 원망하고 싶진 않았다.


그랬던 시절이 지나고 지금은 춤을 전문적으로 추진 않지만, 숨고나 프람피 같은 플랫폼에서

레슨을 간간히 하며 춤에 대한 충족 만족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 또한 코로나 때문에 중단이 되었지만.


나야,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타격을 입진 않지만 현재 댄서로 활동하며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코로나가 직격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현재도 활동 중인 댄서 친구들의 고민을 듣고 있으면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한참 멀었구나.


'댄서'라는 직업이 대중들에게 '딴따라'라고 비쳤을 때부터 춤을 췄고 활동했었기 때문에

과정 중에서 서러움와 비주류라는 손가락질과, 미래가 없다는 어른들의 말을 들으며

온갖 설움을 견뎠더랬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 한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레슨비는 똑같다.

우리나라에서 전문댄서, 스트릿댄서로서 살아남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고

직접적으로 몸을 담고 있진 않지만 댄서들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고 노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속이 상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엠넷에서 방영이 되었고, 내가 생각했을 때

지금 대한민국은 댄스 열풍이다!


나만 알고있던 댄서들의 닉네임을 일반 친구들이 운운하며, SNS의 시청후기를 올리는 등

춤에 관심이 없던 친구들 조차 이게 어떤 춤이냐며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다만 방송적인 요소 때문에 한 장르, 혹은 대결구도, 감정싸움 등이 주류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TV에서, 방송에서 스트릿댄스 배틀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경이롭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스트릿댄스의 장르는 정말 10가지가 넘게 있다.

그만큼 장르 특성도 다르며, 추는 춤의 음악장르도 다른데 '걸스힙합' 위주로 흘러가거나

'코레오'쪽으로 흘러가는 것 = 이것 또한 트렌드이겠지만.

조금은 아쉬운 것 같다.


스트릿댄스의 뿌리는 대부분의 흑인음악과 흑인에게서 비롯된 것이 많이 있다.

사람들은 시청을 하며 단지 방송댄스, 춤 이라고만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프리스타일의 역사

장르의 역사를 밑에 자막으로라도 짤막하게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내 친구들도 보면서 춤을 잘 추고 멋있다.라고 생각은 하지만 저건 왜 팔을 저렇게 돌리는 건지

저 춤이랑 이 춤은 다른데 어떤 점이 다른 건지 등등 궁금하다고 질문을 했었다.

일반인들은 댄서들이 호응하는 포인트를 모르고 음악을 어떻게 들으며 춤을 봐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모든 걸 떠나서 멋있고 즐거우면 춤이다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왕 보는 거라면 알고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댄서들이 CF를 찍고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 기쁘다. 정말 진심으로 행복하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진 않았지만 대한민국에는 비보이 말고도 스트릿댄스, 춤 잘 추는 댄서들이

정말 무수히 많기 때문에 그만큼 활약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져야 하고 그러려면 대중의 힘이 필요하다.


처음 춤을 출 때부터 생각해왔던 것이지만, 사람들이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는 것처럼

춤을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왔다.


이런 프로그램이 시작이 될 수 있다.


댄서들은 그만큼 대우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을 한다.

시청하는 3분을 위해 한 달을 새벽 연습을 하고 몇십 번, 몇백 번이고 안무를 짜내고 맞춘다.


단지 유행처럼 지나가는 바람이지 않기를.
우리나라 댄서들이 설 자리가 많아지기를.
많은 사람들이 춤을 알고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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