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이 기획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이유.
1942년 3월, 워싱턴 DC 근교 항구로 향하는 여객선 옆을 지나던 화물선이 갑자기 침몰했다. 독일 잠수함 U보트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연합군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U-보트가 미국 연안을 직접 공격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 침몰 광경을 직접 목격한 사람 중에 필립 모스(Philip M, Morse)가 있었다. 그는 MIT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으며 미국이 태평양 전쟁에 참여하게 되자 수많은 미국의 과학자들이 무기 관련 연구를 하는데 참여한 것처럼 그도 지원하고 있었다. 그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음향학을 활용하여 대잠수함 어뢰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U-보트의 공격으로 침몰하는 화물선을 목격한 필립 모스는 의구심이 일었다. ‘연합군에는 과연 U-보트의 전술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있을까?’
필립모스는 새로운 기획안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둘 다 ‘군사 보안’이라는 두터운 장벽에 부딪힐 게 뻔했다. 하나는 군대의 무기나 장비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군사작전간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체계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었다.
무기나 장비의 성능과 효과는 누가 가장 잘 알까? 바로 그것을 개발한 사람이다. 그 무기와 장비 사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역시 개발자가 함께 연구하는 하는 것이 더 효과적임은 자명할 것이다.
군사적 결정이 사령관의 경험이나 용맹에 기초한 주먹구구식 결단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군사작전 역시 현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 두 가지 과학적 방식을 통한 ‘Operation Research작전연구’ 가 현실세계에서 활용할 수 있으려면 민간 연구원들이 직접 전투현장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해야 했다. 이 활동을 허락할 수 있는 군 관계자가 있을까?
필립모스는 학계와 군(軍)에 연구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물론 예상대로 군사보안에 가로 막혔다. 군대에서 어떤 무기로 어떻게 싸우는지를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좋을 건 없다, 적도 알게 될 테니 말이다. 더구나 지금은 전쟁이 한창이지 않은가? 그래서 군이 민간연구소나 대학에 연구를 요청하지만 연구 개발된 무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기밀사항이다. 물론 그의 주장에 관심을 보이고 지지한 고위급 군 관계자도 있었다. 그러나 전투현장에서 민간 전투원들이 자료를 수집해야만 한다는 말에 다들 난색을 표했다.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기획이었기에 미칠 것만 같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