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씨가 ‘기획’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이유
“이번 ‘기획서’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다”
연신 혼잣말을 내뱉으며 컴퓨 자판을 두드리다가 갑자기 아...소리치며 일어났다가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건 에이스씨다. 그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다른 직원들이 보지 못하게 야근을 하거나 휴일에 나온다. 무언가 유니크하고 독보적인 것을 내놓지 못하면 직성이 풀리지 않아 하는 성격이고 이런 일을 치르면서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고 여기기에 마다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기획서는 쉽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잘 아는 분야라서 그렇다. 잘 아는 데 기획서에 담을 임팩트 있는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는 이런 상황에 빠질 때마다 되살아나는 느낌이 있다. 바로 논술 시험을 망쳤을 때다,
논술 시험을 50분 동안 치른다. 아는 주제가 나왔다. 쉽게 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다. 써야 할 내용은 많은데 한정된 지면 내에서 작성해야 되니 어느 한 내용을 너무 자세하게 쓰면 다른 내용을 쓸 공간이 부족해진다. 핵심 내용을 언급하지 못한 채 문장만 길어봤자 속빈 강정 같기에 어떻게 쓸까? 구상하느라 오히려 시간을 많이 날려 버린 게 화근이다.
머리카락을 쥐어 뜯고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리를 떤다. 몰라서 못 쓰는 게 아닌데...정말 잘 아는 내용인데...20분 밖에 안 남았는데 아직 한 글자도 못 적고 있다. 지금부터 적어내려가기 시작해도 물리적으로 반도 못 적을 것이다. 이 느낌에 사로잡히자 더 안 써졌다.
그는 그렇게 시험을 망쳤다. 잘 아는 내용인데 왜 안 써졌을까? 아마도 최고의 논술 답안지로 게시되는 모습을 상상하며 독보적으로 잘 쓰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욕심 부리다 보니 첫 문장 조차 안 써진 것이다. 기자들이 기사문을 쓸 때 리드문이 중요하다고 고민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러기에 시험시간 50분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이번 기획에서도 그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에이스씨는 불안한 기억에서 헤어나고 싶기도 하고 새로운 발상을 얻고 싶어 기획에 관한 서적을 잔뜩 쌓아두고 펼쳐보기 시작했다. ‘아...별로 볼 게 없는데... 뭔가 유니크한 게 필요해...’ 중얼거렸다.
그렇게 기획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시간이 계속되고 있엇다. 내일 보여주기로 한 보고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결국 해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