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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씨가 기획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이유.

신영씨가 기획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이유


 “신영씨, 다음 주까지 이번 주제 기획서를 가져와보게”


 입사 1년차인 신영씨는 부장님이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시니 당황스럽다. 이 회사에서 일을 배우면서 커리어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있긴 했지만 프로젝트를 맡아야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월급도 많지 않다. 그만큼 하는 업무도 단순했다. 정해진 절차를 알아가는 것은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했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업무 매뉴얼도 잘 작성되어 있어서 처음 듣는 일들도 막상 매뉴얼에 잘 안내되어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모르면 물어보면 되었다.

 그런데 기획서를 작성해서 가지고 가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신영 씨는 그만큼 도전적인 생각을 가지고 이 회사에서 일할 생각이 없기도 했거니와 입사 1년차가 해야 할 일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느꼈다. ‘자기 일을 떠넘기는 건가?’ 아니면 ‘나를 좋게 보고 키워주려는 건가?’ ‘원래 이 시즌에 해야 되는 일인데 내가 몰랐나?’ 심경이 복잡해진다.


 우연히도 신영 씨는 도널드 밀러의 책 <무기가 되는 스토리>를 보고 있었다. 부장님께서 기획서를 써 오라고 하는 순간 이  책에 나오는 7가지 문장 공식이 떠올랐다. 브랜드 전쟁에서 살아남게 해 줄 수 있는 무기가 되는 스토리를 만드는 공식은 비교적 간단했다. 


  무언가를 원하는 어느 ‘캐릭터’가 ‘난관’에 직면하지만 결국은 그것을 얻게 된다. 절망이 절정에 달했을 때 ‘가이드’가 등장해 ‘계획’을 알려주고 ‘행동을 촉구’한다. 그 행동 덕분에 ‘실패’를 피하고 ‘성공’으로 끝맺게 된다.  

 무기가 되는 스토리 중에서


 이 책에서는 히트 친 영화들은 간단한 공식을 따른다고 하면서 그림으로 표현해 준다. 


 정확히 말하면 신영씨는 기획서를 써와야 하는 난관에 직면한 자신의 처지가 주인공과 같다고 느꼈다. 혹시라도 기획서를 잘 써보려면 공식에 따라 어떻게 하면 될지 적어보기 시작했다.  


 ▪ 어느 캐릭터가 : 신영씨는

 ▪ 난관에 직면한다. : 다음 주까지 기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 가이드를 만나서 : 가이드는 누굴까? 부장님?... 없다. 

 ▪ 그가 계획을 제시하고 : 없는 가이드가 줄 계획은.. 없다. 

 ▪ 행동을 촉구한다. : 없다.

 ▪ 도움을 받아 실패를 피한다. : 도움을 받을 수 없다.

 ▪ 성공으로 끝 맺는다. : 과연 ?? 



 신영씨는 직감한다. ‘이 스토리가 성공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계획을 제시해주고 행동을 촉구해 줄 가이드를 만나야 한다.’ 가이드는 어디에 있을까? 


 내성적인 성격의 신영 씨는 선배나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어렵다. 답답한 마음에 서점에 들러 기획에 관련된 서적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그들이 만든 책을 보는 것이라고 나는 다른 방법이잖아?’


수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기획서를 제출하라는 지시는 신영씨에게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죽을 수도 있 병을 선고받은 것과 같은 충격이다. 분명히 오늘 서점에가서 책을 찾아봐야겠다고 마음먹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든다.


 ‘정말 나 혼자 기획서를 작성해서 가져오라는 것일까?’


 아직 이 일을 해야겠다고 수용하지 못한 상태이다보니 이른바 ‘부정’의 단계가 시작된다. ‘아....이 익숙한 패턴...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신영씨의 머릿속 뭔가 떠오른다.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다섯 단계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이라는 순서의 다섯 단계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머릿 글자를 따서 DABDA 모델이라고도 한다.

 ▪ 부정 (Denial) –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부인한다.

 ▪ 분노 (Anger) – ‘왜 하필 자신인지?’ 신을 저주하거나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 타협 (Bargaining) – 죽음 앞에서 신이나 절대자에게 어떻게든 죽음을 연기하려고 타협을 시도 한다.

 ▪ 우울 (Depression) – 이젠 도저히 희망이 없구나하며 우울증에 빠진다.

 ▪ 수용 (acceptance)  – 죽음을 받아들인다. 


 1960년대 초반 미국의 병원에서 불치병 환자들을 대하는 데 있어 약을 먹으면 나아질 것이라는 판에 박힌 이야기만 들려주는 것 외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살아 날 가망이 없는 환자들은 사실상 방치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퀴블러-로스 여사는 죽어 가는 환자들이 별 관심 없이 거칠게 취급당하는 것을 보고 평생 죽음에 관하여 연구를 했다고 한다.

 그녀는 죽어가는 수 백명의 말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를 통해 죽음의 과정이 5단계를 거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내용을 1968년 <죽음의 순간(On Death And Dying)> 이라는 책에 담았다.


 죽음을 이해하고 잘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숭고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어느 한 사람이 어떤 일을 해야 함을 ‘수용’하게 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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