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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기획이 조직을 망가지게 한다.

한스 폰 젝트 장군의 4분면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했다. 1919년, 승전국들은 패전국인 독일에게 그 책임을 물어 응징하듯 베르사유 조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독일군은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시행하게 되었고 전차·전투기 등의 무기개발과 보유를 금지 당했다. 총 병력 수 또한 10만 명을 넘지 못하게 제한 받았다. 독일은 히틀러가 재군비를 선언한 1935년까지도 베르사유 조약을 준수했다. 재군비 선언 후 4년 밖에 지나지 않은 1939년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불과 20년만이다. 10만 명으로 제한받던 경무장 군대가 불과 4년 만에 중무장한 300만 대군으로 급성장하며 극적인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히틀러의 능력 때문이었을까? Never, 결코 아니다. 

  물론 독일의 침략은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독일군의 놀라운 변신은 연구대상이 되기 충분했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한스 폰 젝트Hans von Seeckt 장군을 지목한다.

 한스폰 젝트 장군은 1919년 7월 7일 독일 육군참모총장이 되었으나 승전국이 독일 육군 총참모본부를 폐지시키면서 불과 1주일만에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독일 육군의 총참모부는 현대 참모제도의 원형일만큼 승전국 입장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만큼 있어서는 안되는 조직이었다.

 그러나 한스폰 젝트 장군은 스마트하게 총참모본부를 유지시켰다. 이를 테면 군 수송을 담당하던 군인들을 정부의 교통부서로 보내는 식이었다. 베르사유 조약으로 인해 외부의 강압 속 대대적인 군(軍) 감축이 시작되자, 최대한 엘리트만 선별해 군대에 남겼다. 진정한 소수정예화를 지향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과를 올린 독일의 명장들 중 상당수는 이 때 발탁되었다. 당시 한스 폰 젝트 장군이 군인의 유형을 4가지로 구분하며 말했다고 알려진 내용이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이는 전형적인 2X2 매트릭스로, 똑똑한가? 멍청한가? 축과 부지런한가? 게으른가? 축으로 나누어 4개 유형으로 구분한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인간은 조직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로 참모로 적당하다. 지휘관은 전쟁터에서 날렵해야지 평상시에 부지런하면 힘들다. 지휘관에 적합한 인간은 똑똑한데 게으른 인간이다. 멍청하고 게으른 인간은 시키는 일은 군말 없이 한다. 이들은 병사로 적당하다. 마지막 유형이 멍청한 데다 부지런하기까지 한 인간인데 문제가 심각하다. 한스 폰 젝트 장군에 따르면 작전을 망치고 동료까지 죽일 수 있으니 즉시 총살시키는 것이 좋다. 


 당신의 기획서에 인격이 있어서 그가 똑똑하거나 멍청하게 여겨질 수 있고 부지런하거나 게을러 보일 수 있다면 왜 당신의 기획서가 망한 기획서인지 알 게 될 것이다. 


피터의 법칙

     

 로렌스 피터는 레이먼드 헐과 함께 <피터의 법칙>이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에서는 왜 이렇게 직장에는 무능한 상사가 많은가? 의문에 답해준다.

 “아니 어떻게 저런 사람이 승진 한거지?”

라는 말에는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더러는 나쁜 사내정치가 만연하여 소위 라인을 잘 타서 무능하지만 그 자리에 앉아있다고 평해질 때도 있다. 

 이 책은 보다 객관적으로 접근한다. 

 고위직에 오른 사람들은 그 능력이 탁월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생각보다 이유는 간단하다. 조직에서 어떤 직책의 적임자를 선택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봐야할까? 그 직책에서 요구되는 직무수행 능력일 것이다. 만약 외부 인사를 그 직위에 ‘스카웃’한다면 그렇게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내부직원을 승진시킬 때는 통상 그렇지 못하다. 지금까지 보여 온 업무성과에 따라 평가하게 된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실무에는 우수한 능력을 보일 수 있었어도 그 이상의 직급에서도 그럴지는 미지수라는 점.  

 결국 지금까지의 업무성과가 부족한 직원은 더 이상 승진하기 어렵고 설령 고위직에 적합하지 않을지라도 업무성과가 좋은 직원은 고위직으로 승진하게 되다보니 조직 전체가 무능해 진다는 것이다.  


     

나쁜 전략은 조직을 몰락시킨다.

     

 리처드 루멜트 교수는 그의 책 <전략의 적은 전략이다>에서  ‘나쁜 전략’을 소개한다. 

 대부분의 조직은 자원을 집중하지 못하고 분산한다. 좋은 전략을 수립하지 못해 온 복잡한 조직인 만큼 내·외부의 이해관계를 두루 만족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얽히면 어떻게 되겠는가? 각각의 목표가 방향을 달리하거나 상충되기까지 한다. 

 나쁜 전략은 상충하는 목표를 추구한다. 연관성 없는 사업에 자원을 할당하여 허비한다. 양립할 수 없는 이해관계를 수용하기에 결국 선택과 집중에 실패하는 나쁜 전략으로 이어진다.


도대체 왜 이렇게 하는 것일까몰라서 그럴까


나쁜 전략은 목표만 내세운다. 목표에 따른 행동을 무시한다. 결정적으로 나쁜 전략을 세우는 사람들은 목표만 제시하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다한 것으로 생각한다. 현실성 없는 전략이 하달 되었을 때 그들에게 전화해보면 간단하다. ‘상부에서 결정한 전략이니 따르라. 행동은 하부조직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현실성 없는 이유를 알려주면 그제서야 문제가 있구나 알게 되는 듯 한 목소리의 떨림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나쁜 전략은 이렇듯 현실성과 일관성이 부족하다보니 이런 문제를 감추기 위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루멜트 교수는 나쁜 전략의 4가지 속성으로 ‘미사여구, 문제회피, 목표와 전략의 혼동, 잘못된 전략적 목표’를 제시한다. 이 자체가 기획 프레임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컨셉이기에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당신의 기획서가 놓여 질 자리는 어디일까?

     

 당신은 아이젠하워 박스를 책상에 두고 일하는 사람이다. 당신의 기획서를 어느 섹션에 두게 될까? 처참하게도 중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은 일로 분류되어 삭제될 처지에 놓인 것은 아닐까?
  이 챕터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당신의 기획서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제 3자의 눈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들 것이다. 그 많은 보고서들은 왜 만들고 있는 것이지? 과연 어떤 사람이 기획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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