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독준 Jul 08. 2023

타인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았을 때

자신을 돌아보기 좋은 것 같다

   현재완료 시제로 말하자면, 나는 특정 지인과 주변의 기괴한 이야기들에 대해 토로하는 협정을 맺었다. 그래서 서로에게 대나무숲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나무숲 시스템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직장인으로서의 스트레스 해소의 피치 못할 수단이라고 궁색하게 변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 그 지인이 인터넷 세계를 돌아다니던 중에, 언젠가 내가 이야기했던 사례를 연상할 수 있도록 하는 일화들을 발견해서 내게 알려준 것이다. 일화 자체가 꽤나 기행 중에서도 구체적인 사례여서, 처음에 지인도 그런 기행을 하는 사람이 여러 명이라고 생각하여 내게 "세상에는 이런 비슷한 일화를 만든 사람들이 여러 명 있는 것 같다"는 요지로 내게 알려준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훑어보니,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내가 아는 이야기들에 관한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즉 비슷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가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럴 수 있던 것은 그 저자의 꼬리가 매우 길어지고 있는 부분에 있었다.


   맺힌 것이 많은 모양인지, 아예 시리즈물로 만들어서 저격 대상에 대한 아카이브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의 이야기 말고도 다른 여러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당연히 힌트가 늘어나게 된다. 그 아카이브에 있는 내용들 대부분이 내가 아는 내용이었다.


   전래동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대나무숲에서 비밀을 소리치던 모자 장인은 그 대나무숲에 아무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람만 불면 대나무숲에서 AI로 학습된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오는 일을 당했다. 이것보다 더 나아가서, 아예 대나무숲에 혼자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속마음을 익명성만을 믿고 행동하다가 절대 들키면 안 되는 사람에게 들켜버리다니 쓴웃음만 나오는 것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위에서 언급된 행동이나 내 행동이나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두목에 대한 애증에 대해 브런치에서도 수십 편은 쓴 것 같다. 올바른 행동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최대한 서술적으로 모호하게 하는 것에 주안을 해서 나 자신이든, 두목이든 특정되지 않도록 노력은 하지만 하는 행동은 저 애처로운 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내게 약간의 경종을 울린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플랫폼에서 계속 꼬리를 길게 만들고 있는 그를 나도 전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가만히 지켜볼 생각이다. 단두대에 목을 걸고는 자신은 안전한 곳에서 저격 대상을 공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상 자신에게 떨어질 칼날의 높이만 스스로 줄을 당겨서 계속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가 하는 행동을 보면 지금 다소 들떠 있는데, 언제나 소재란 생겨나는 것보다 소모되는 것이 빠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저격 대상이 그가 제일 싫어하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분명 그와 사이가 좋지 않은 자들도 많기 때문에(예를 들면, 나도 그가 싫어하는 사람 Top 5에는 거뜬히 들어갈 것이다) 그가 조금이라도 잘못된 소재 선택을 한다면 약간의 실수라도 당장 개입하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에 타인의 행동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나서 여러 복잡한 생각이 들었었다. 구체적으로 따지자면 저렇게까진 안 한다고 해도 근원적으로 다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도 없고 자신해서도 안 되는 것일 것이고 말이다. 그래도 이런 기괴한 이야기를 접했으니 조금 더 생각을 해보며 전진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며칠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