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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Jul 10. 2023

시간 약속은 철저히

   공적일 때, 사적일 때를 구분하지 않고 나는 시간 약속은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 약속을 지키는 진정한 방법이지만, 종종 사람들을 만나거나 용건이 있을 때 약속하는 것까지 하지 않는다면 사회인일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이야기는 지금 하지 않겠다.


   공적인 부분에서 시간을 지키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대부분 동의해 줄 명제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나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나 지인들과의 시간 약속도 공적인 약속 못지않게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약속 시간에 맞춰가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조금 더 일찍 가서 약간 기다리는 것을 즐긴다.


   약속에 늦게 나타나는 사람을 절대로 속내를 드러내어 타박하지는 않지만, 내 마음속에서의 소리 소문 없는 신용도 하락은 피하기 어렵다. 이것은 용납해 주기를 바라는 부분이다. 일단 이러한 태도가 생겨난 것은 내가 정말 싫어하는 반면교사에게서 사회생활을 하며 획득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두목이 시간 약속을 아주 엉망진창으로 하는 바람에, 나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런 일은 여러 번 있었다. A지점으로 오라고 약속을 잡아놓고는, 그것을 잊었는지 무시하였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B지점에 가있다가 A지점으로 오느라 수십 분을 기다리게 한 적은 다섯 손가락을 넘어간다.


   어떤 때에는 무슨 기싸움을 하는지, 약속에 크게 늦어놓고는 분명 당장 할 필요도 없는 통화를 하면서 도착하고도 상대방의 시간을 더 빼앗았던 적도 있다. 그냥 기억력의 문제나 체계 없음의 문제보다도 이 부분에서 굉장히 부정적인 인상을 나는 받았던 것이다. 상대방에게 적적한 방식으로 위압감을 주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 약속에 대차게 늦어버리고서는 상대에게 더 기다리게 하는 무례란 상식 밖이라서 그에 대한 내 인상 점수는 마이너스에서 절댓값이 더 큰 마이너스로 추락해 버리곤 한 것이다.


   그런 사람을 보고 있자니, 내 시간의 소중함도 절절히 느끼지만 타인의 시간의 소중함도 정말 크게 느껴졌다. 가깝든 멀든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나도 저런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공적인 부분에서는 시간 엄수를 했지만, 사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해이한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어느 시점부터는 어떤 약속이냐를 막론하고 그냥 나 자신이 약속에 늦는 것이 싫어졌다. 정해진 시간보다 10~20분 정도 일찍 도착하는 것을 습관화했다. 그리고 10~20분 일찍 도착하기 위해서 시간 계산을 신경 써서 하다 보면 맞춰 가는 것보다 몸이 덜 힘들다. 보통 맞춰가려면 아슬아슬할 때가 많아서, 걸어갈 여유가 없어서 환승을 하거나 할 때 뛰어야 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도심에서).


   서둘러 다니는 것은 스스로에게 작더라도 확실한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 여유롭게 움직인다면 계단을 조심스레 오르고 내리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에스칼레이터에서 뛰는 일이 생길 수 있고 사실 매우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타인의 시간을 소중히 하는 마음은, 자신의 시간 또한 소중히 하는 마음과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소리 소문 없이 내면의 평가 점수가 하락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두드러지지는 않겠지만, 시간 약속을 자주 어기는 사람은 그것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타인의 시간에 대한 존중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나는 냉정하게 생각한다. 나와 시간 약속을 했는데 자주 어기는 사람은 내 시간이 귀한 줄 모르는 사람인 것이다.


   물론 타인의 시간보다 내 시간이 더 귀하기 때문에, 시간 약속에 철저하며 일찍 다니는 이유는 내 시간을 경시하는 사람을 솎아내기 위해서는 일찍 다녀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렇게 무섭게 쌍심지를 켜고 있지는 않고 지금까지 그런 것으로 타박을 해본 적은 없지만(이런 습관을 확실히 들인 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의 일이다), 아마 평생 이런 관점을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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