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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 MOANA 2

때론 헤매어야만 찾을 수 있는 길도 있어 

by 앤나우 Jan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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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과 2편의 스포가 가득합니다 ^^ 



모아나를 엄청 좋아했다. 아이보다 내가 더 푹 빠져버렸던 것 같다. 여느 디즈니 공주와는 다른 매력의 통통하고 다부진 체형의, 당고 머리가 잘 어울리고 행동력 만렙인 당찬 소녀, 모아나가 주인공이다. 


어머니의 섬 '테피테'와 흉악한 용암 괴물 '테카'의 이야기부터 흥미진진하다. 태초에 바다뿐인 세상에서 벌어진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 속에 새로운 전설을 쓰러 그 바다로 풍덩 빠져드는 모아나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거기에 돌섬에 유배된 변신술의 귀재 마우이, 선재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 (*마우가 "게딱지"라고 부르는 장면만 몇 번을 돌려봤는지! 이 장면에선 그 유명한 대사 "잇츠 마우이 타임!"도 등장한다) 게딱지 타마토아, 매력적인 인물과 노래로 가득한 영화는 몇 번을 봐도 재밌었다. 


가장 좋았던 건 테피테와 괴물 테카가 바로 같은 존재였다는 반전이었다. 


난 너를 알아, 그건 네가 아니야, 하고 괴물의 소용돌이치는 가슴에 모아나가 손을 뻗어 바다에서 발견한 심장을 넣어준다. 소름이 돋으면서 전율이 느껴지는 장면, 뭔가를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악마 같은 모습의 괴물이 생명의 본연, 자연 그 자체의 테피테였다는 건 뭘 의미하는 걸까 생각해 봤다. 여태껏 자기의 본모습을 잃고 원래의 자기를 괴롭히는 괴물로 오해받고 모든 걸 다 피폐하게 만들었던 테카가 테피테였다니! 뚜렷한 선과 악이 있고 그걸 무찔러야 할 적인 것 같은 이분법에서 벗어나 또 다른 길을 보여준 결말 같았다. 파괴되고 타락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수많은 이유로, 외부적인 요소에 의해서도 천사 같은 캐릭터가 가면을 쓴 채 갇혀있기도 한다. 아이들의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고 쉽게, 가볍게 웃으면서 보다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으면 기분이 참 좋다. 모아나가 나에겐 그런 영화였다. 어쩌면 이건 테카의 유일한 본모습을 알아봐 준 모아나의 성장스토리라고 생각했다. 피하기만 하고 과거의 아픔 속에 숨고 안주하는데 치중한 어른들에 저항해 스스로 자기의 모습을 찾으려 하는 소녀의 성장 이야기. 


그래서 보는 내내도 이 멋진 스토리가 사실은 모아나의 상상 속 이야기고 바다로 벗어나, 집을 떠난 순간부터 수많은 좌절, 시련을 겪는 과정이 사실은 마우이, 타마토아, 테피티로 형상화된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테피티의 모습과 모아나의 모습이 무척이나 닮아있다. 원하는 꿈이 있는데도 모투누이에 매인 몸이 된 모아나가 긴 모험을 통해 돌고 돌아서 헤매고 울고 좌절을 맛보면서도 본연의 모습을 찾아온다는 금의환향 같은 스토리. 왜 꿈이라고 생각했냐면 돌아올 때 그녀가 탄 배가 처음처럼 작고 초라한 한 척,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마우이에 의해 동굴에 갇힐 때도 스스로 동굴에 갇히는 과정을 상상해서 표현했다고 느껴졌다. 곳곳에는 상상 같은 요소들이 숨어있다고 생각했는데 극장에서 2편을 보자마자, 이런 나의 상상력 가득 환상 같은 이야기가 바사삭, 부서졌다. 










장염이 다 낫자마자 큰 아이가 악기를 배우는 동네 교회에서 단체관람으로 '모아나 2'를 본다고 하기에 얼른 신청했다. 그것도 오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스무 명 넘는 친구들과 다 같이 볼 수 있다는 점, 가족 모두 같이 관람하자는 제안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티켓 한 장 가격으로 우리 세 식구가 볼 수 있는 것도 감사했는데 세상에! 팝콘과 음료까지 공짜로 받았다. (업무가 많았던 신랑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일주일 내내 아이들과 장염으로 집에 갇혀 지내다가 외출하자마자 보게 된 첫 영화가 '모아나'라는 것도 두근두근 좋았다)

게다가 리클라이너 좌석까지, 제일 뒤에 세 좌석을 앉게 된 덕분에 아직 어린 선율이가 집중하지 못하고 좀 돌아다니게 될 경우에 서서 왔다 갔다 움직일 공간도 생긴 것 같아서 안심이 됐다. (슈퍼 마리오때는 4번 넘게 밖으로 나갔다;;;) 중간 자리였으면 오히려 관람에 방해될까 봐 신경이 쓰였을 텐데 배려해 주신 덕분에 이런저런 상황에 여유 있게 대비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선율이는 영화가 시작하고 10분도 안 됐는데 이거 언제 끝나, 엄마? 팝콘을 열심히 먹더니 마지막 30분가량을 편안한 의자에서 딥슬립 뻗었다! 어찌나 고맙던지! 배부르게 잘 먹은 팝콘 덕분이다. 감사합니다 :)




낙원과도 같은 모투누이에서 자꾸만 벗어나고 싶고 바다로 떠나고 싶어 하는 소녀는 이제 길잡이가 됐고  바다가 날 부르고 저 먼바다 끝이 궁금하다고 떠난 것에 그치지 않고 '연결'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풍족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곳에서도 '우리만' 있다면 결코 끝까지 살아남지 못할 거란 경고부터가 살짝 오싹하다. 다른 종족, 다른 부족, 바다에서 다시 만나고 연결해야 할 의무 자체가 모호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다. 

흠... 갑자기 《아바타 :  물의 길》이 떠오른 건 왜일까, 연결된 다른 종족들과의 세계관 확장이란 설정 때문일까.



이미 '상상'으로 결론 내린 내 마음속에도 역시 상상과 꿈으로 마우이가 살아있었는데 2편에서 마우이는 제대로 형상화된 진짜 인물로 모아나와 그녀의 선원 일행, 모투누이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하하;;;


바사삭, 여기서부터 나는 뭔가 마음 한쪽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였을까. 


테피티처럼 양면성의 깊은 내포가 아니라 그냥 험하고 심술궂은 악당처럼 보이는 날로나 박쥐여인 마탕이 같은 캐릭터들이 조금은 실망스러웠던 것 같다. 

2편을 만들기 위한 내용들을 짜 맞춘 느낌, 1편에서 느꼈던 감동과 신선함이 사라진 듯했다.


아앗, 그래도 실망만 할 수 없지! 일주일간 아프고 고생한 시간 속에서 얼마 만에 찾은 극장이고, 영화고 그리고 모아나인데! 1편 보다 조금 더 성장한 모아나를 볼 수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기쁨인데! 또 새로운 항해도 이제 막 시작인데 나도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조금 더 몰입하려고 마음을 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수선한 와중에도, 설정 오류 붕괴로(ㅋㅋㅋ) 당황한 내 마음을 부여잡고 집중하려는 의지를 갖고 자세를 고쳐 앉는 것이었다. 



진정한 길잡이는 길 따위는 몰라. 목적지로 가는 길은 꼭 하나만은 아니야. 공식도 지도도 없다니까. 널 가로막는 건 너뿐이야!
길을 헤매! 언제나 다른 길은 있어, 모아나!  
 -날로의 부하인 박쥐 여인 '마탕이'-




'맛탕이'로 잘못 들으면 순간 웃을 수도 있지만, 인상적으로 들어오는 노래는 없었지만(*이것도 역시나 살짝 아쉬웠다) 조금씩 노랫말 속 가사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혀 흔들림 없을 것 같은 모아나가 갈 길을 잃고 갇힌 순간 미로에 갇힌 것처럼 앞길이 뿌연데 마탕이가 등장한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야 탈출하고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엉뚱한 이야기로 유혹하는 듯한(?) 가사는 '길을 헤매 보는 거야. 안전한 길만 가면 평생 몰라, 규칙은 깨라고 있는 거야.' 인물의 애매한 얼굴과 모습이 선인인지 악인인지 모르겠지만 모아나를 한 번 더 깨뜨려주는 역할을 한다. 낭떠러지에 다다랐을 때도 날개를 펴고 올라갈 수 있으면 그 길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듯이 말이다. 모아나 역시 자유 분방하고 당찬 10대 초반 모습에서 좀 더 책임질게 많아지고 어깨가 무거워진 '성장통'의 정점에 다다른 것 같았는데 억누르는 의무감이나 마땅히 해야 할 무거운 과업 앞에서 '벗어나'란 이야기는 신선하고 대단한 자극이 되지 않았을까? 


고난을 극복하고 극복하고 참아낸다고만 성장하는 게 아니다. 때로는 진짜 내가 원하는 거, 벗어나고 싶은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 할 순간들도 맞닥뜨린다. 


그리고, 모아나 2는 성장한 소녀의 이야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 자신을 "믿어주는" 믿음과 연대의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확신을 갖고 뭔가를 할 땐 뭔가 틀어져.
다른 길은 언제나 있어! 
우리가 가지 못할 곳은 없어.
-'모아나'





테피테가 결국 테카였고 테카 본연의 모습테피테였던 것처럼 모아나를 옭아매고 가장 아프게 하는 것도 결국 모아나 자신이었다. 어린 소녀에서 또 더 성장한 청소년, 거기에서 한 발 더 어른으로 나아가는 길은 왜 이리 아픈 걸까. 자기 스스로가 자꾸만 위축되고 걸림돌이라고 내면으로 파고드는 자책감, 죄책감, 자괴감 때문은 아닐까. 우연한 사고였고 거기에서 벌어진 일에 큰 마음의 짐을 느낀 모아나는 모든 걸 결국 해냈음에도 저런 말을 내뱉고야 만다.


확신을 갖고 할 때마다 뭔가가 틀어진다고. 

자신감이 사라지고 자기를 잃어서 헤매는 모습이 또 다른 잿가루로 변해버린 테카같이 느껴졌다. 

이쯤 되니, 나는 역시 1편이 좋구나. 어쩔 수 없다, 인정하자 했다. ㅎㅎㅎ

하지만 가장 깊은 좌절의 순간에도, 모든 방법이 안 통한다고 느꼈을 때도 모아나가 깨달은 게 있다.

'모든'방법을 다 쓰진 않았구나. 언제나 다른 길이 있다는 거, 다시 헤엄쳐서 자기 할 수 있는 다른 길로 나아가는 모습이 용감하고, 뭉클하고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실패나 성공이 중요한 순간에서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려도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모아나는 여전히 용감하고 사랑스럽고 놀랍도록 어른스럽다.


아픔을 극복할 때, 상처를 회복할 때 스스로 자생으로 된 것 같지만 거기엔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과 내 편인 누군가, 그리고 나에게 사랑을 준 단단한 믿음의 존재가 늘 바탕이 되기 마련이다. 모아나에겐 새로운 항해의 동료 로토, 켈레, 모니뿐 아니라 타우타이 바사(고대 족장이자 위대한 길잡이), 언제나 모아나 곁에 머무는 할머니 탈라, 모투누이 섬의 가족들, 사랑스러운 동생 시메아, 그리고 유쾌한 단짝 마우이가 있으니까. 이미 다양하고 든든한 사람들만으로도 그들에게 받은 응원과 사랑만으로도 충분히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지 않았을까.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기 위해선 실패와 좌절이 꼭 필요하다. 실패와 좌절을 통해 아무도 믿지 못해도 유일하게 날 믿어야 할 존재가 '나밖에'없다는 걸 깨닫게 되니까. 모아나의 잔꾀(?)로 얼떨결에 선원에 합류하긴 했으나, 수영조차 못하는 켈레 할아버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방이 바다인 섬에 살면서도 농사를 짓고 작은 땅에서만 안주하고 그걸 천직으로만 살았는데 망망대해에 나온 것이다. 바다는 '빠져 죽을 수 있는'위험이 도사리는 가장 위험한 곳인데도. 수영 연습조차 한 적 없는 켈레가 코코넛 구명조끼를 입고 마우이를 구하러 나가는 장면에선, 나는 모아나가 바다 더 깊은 곳으로 뛰어들 때 보다 더 큰 감동을 느꼈다. 생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도전을 그냥 몸이 절로 '살려야겠다는'마음 하나로 움직인 장면이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더 많이 느낀 할아버지의 도전이라 더 뭉클했는지도 모르겠다. 켈레에게 나아가야 할 '지금', 이 순간의 길은 바로 바다였구나. 새로운 걸 자꾸만 도전하게 하고 만나게 하고 소통하게 하는 바다로 거침없이 뛰어들었을 때 바다는 켈레를 포용해 준다. 





우린 여전히 함께란다, 조금 달라진 것뿐이야. -모아나 할머니 탈라




조금 많이 달라지고 또 다른 형태였지만 모아나 2 역시, 모아나가 있었다. 마우이의 갈고리가 몇 차례 부러지고 부서지고 시련을 당해도 다시 빛을 발하는 것처럼 사실은 그 모든 게 상징이든, 상징이 아니든, 상상이든 중요한 건 모아나는 시작부터 아무 힌트가 없는 미지의 세계로 또 다른 항해를 나섰다는 거다. 실행하고 움직여야 어떤 이야기든 새로 시작할 수 있다. 바다의 힘과 아무 도움을 받지 못할 때도 모아나는 스스로에게 묻고 답한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조차 스스로 존재를 확인하고 묻고 또 묻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길을 찾을 수 있다. 영화 곳곳에 너무 커다랗게 빵 터지는 볼거리를 더 넣으려 한 장면들이 지나쳤다 싶은 곳도 있었고 몰입에 살짝 방해가 되기도 했지만 전편에서 나온 등장인물들과의 재회, 그리고 또 망망대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폭풍우와 요동치는 회오리, 괴물, 새롭게 꾸려진 또 다른 선원들 등 볼거리는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보이지 않지만, 믿음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믿음은 꿈쩍 않고 바다 밑에 잠긴 섬 하나를 들어 올리기도 하고 신화 속 반신반인을 동료로 만들기도 한다. 또 미지의 땅에서 또 다른 나를 마주할 수 있게 만든다. 나와 다르지만 또 닮은 사람들, 하나 · 둘, 몰려드는 다른 연대들로 그들이 마지막에 끌어올린 섬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나만의 쿠키

*중간에 나오는 카카모라 앞에 펼쳐진 거대한 괴물섬 정체가 등장하자마자 큰 아이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엄마, 저건 가리비 같아요, 가리비는 눈이 수백 개가 달렸거든요. 그러니까, 가리비 옆모습! 옆에서 보면 이렇게 이렇게(양손을 모았다가 펴기를 반복한다)


아악... 가리비 찜은 못 먹겠다. 이제, ;;;;;









#모아나

#성장한모아나

#실망스럽지만뭐그래도좋아

#우리들의교회단체관람

#몹시쓸모있는글쓰기










▶ 모아나 2

애니메이션 · 가족 · 어드벤처 · 100분 · 미국 / 캐나다 · 데이비드 데릭 주니어 감독 

*월트 디즈니 픽처스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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