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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게, 토닥토닥

나를 안아주는 그림책의 말들

by 앤나우 Jan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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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쓸모 있는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아침부터 카드레터를 보내주는 작가님이 계셨다. 


 글향 작가님


그날그날 아침을 여는 글감을 골라주셨는데 놓쳤던 기억을 꺼내주기도 하고 일상을 돌아보게 해 줬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이른 아침을 모닝콜처럼 열어주셨다. 아, 모닝콜과 다른 점은 자동반사로 끄는 대신 한 번 더 자꾸만 읽고 싶은 글이 배달됐다는 점이다. 와, 부지런하고 이 방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분이구나,라고 느껴졌다. 

memo 아침 · 밤으로 오프닝 카드레터와 엔딩 쪽지가 일상이 됐고 나에게도 조금씩 스며들었다. 어린 왕자의 여우처럼 길들여진다는 과정은 나도 잘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마음과 귀를 열어 관심을 기울이는데서 시작한다. 글쓰기가 조금 지치거나 쉬어가고 싶다고 느껴지는 날에도 글을 쓰고 싶게 만들었다.



위로의 말이 필요한 날엔 말없이 나를 토닥토닥해주는 문장을 선물처럼 올려주셨다. 나는 그게 좋았다. 아기자기하고 다정한 사진과 그림은 덤이었다. 잘 모르는 사이임에도, 글향 작가님은 아마도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님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글감으로 고민한 적은 없었기에(*매일 쓸거리는 넘쳤지만 쓰는 실행력이 딸린다는 게 문제였다 >_<;;) 글감 배달로 느껴지기보단 아침에 나를 깨워주는 문장, 나를 응원해 주는 글로 다가왔다. 매일 아침 응원을 받으면 왠지 기분이 좋다. 그냥.


글쓰기 멤버가 아닌, 헬퍼로 함께 참여해 주시면서 줌으로도 접속해 주셨다. 이미 설명서(첫 모임에 대한 사용 설명서 같은 줌 미팅 시간이 있다)는 필요 없음에도 내가 몹*글을 처음 시작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접속했을 때 글향 작가님도 들어오셨다. 글향 작가님조아 작가님, 이미 기존 멤버분들이 들어오셨는데 왠지 모르게 그때 만남이 인상적이었고 함께 해준다는 마음이 고마웠다. 이제 막 다시 시작하고 꾸준한 글쓰기를 다잡는 나에게 러닝매이트가 돼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마음 가운데 또 다른 연결을 해줄 것 같은 만남이었다. 침착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가만가만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던 글향작가님과 어마어마한 달리기 사랑으로 환골탈태를 보여주신 조아작가님이 기억에 남는다. 모임의 리더이신 알레작가님은 헤어스타일부터 압도적인 분이고, ㅎㅎㅎ 그때 스코틀랜드에서 지내고 계시는 영글음 작가님은 못 뵙는데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함께 소설 읽기와 쓰기도 도전해 본 귀한 연결이 됐다. 영글음 작가님, 가볍고 팔랑팔랑하는 어투도 즐겁고 그 안에 또 꿰뚫어 보는 눈도 진중한, 솔직하고 유쾌한 분이다. 아... 이렇게 쓰다 보니 나는 글쓰기 모임으로 귀한 인연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구나, 스쳐 지나갈법한, 어쩌면 우연으로라도 스칠 수 없는 사람들이 '글' 하나로 '책'하나로 이렇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감사하다. 


 






작년 여름에 글향작가님께서 그림책에 대한 에세이를 내셨다고 해서 관심이 생겨서 찾아봤다. 한 번도 광고나 언급조차안했지만 그냥 읽어보고 싶었다. 원래 아무 이유 없이 좋을 때 따라붙는 부사 '그냥'처럼 성의 없어 보이는 이 부사가 누군가에 대한 감정을 이야기할 땐 왠지 진심이 담기는 것 같다. ㅎㅎㅎ


『다정하게, 토닥토닥』와, 내가 짧은 아침 카드레터에서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가 책 제목이라는 것도 신기하고 얼른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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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게, 토닥토닥 (그림책 소개 부분)/ 소개한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봤다





침착하고 차분한 인상 그대로 크게 요동칠 것 같지 않은 성격의 글향 작가님을 상상하며 읽기 시작했다. 잔잔하고 여성스러워 보이는 글향님의 글 속에도 수많은 세계가 요동치고 있었고 솔직한 일상의 고백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맞아, 맞아 나도 언제부턴가 꽃 사진에 열을 올리고 찍고 나도 모르게 홀린 듯 꽃과 자연을 찍고 옆을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와 같은 포즈로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웃은 적도 있지, 여기저기서 공감이 터지면서 즐거웠다. 나도 김영선 배우가 〔유 퀴즈〕프로그램에 나온 걸 보면서 펑펑 울었는데 그냥 원래 눈물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사실은 내 마음이 이랬던 거구나. 지금 와서야 알아차리고 들여다본 내 마음을 토닥토닥 어루만져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닌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나도 모르게 불편한 감정들을 너무 깊숙이 숨겨 두었던 건 아닐까? 진심 어린 따뜻한 눈빛으로 그 감정을 읽어주고, 포근히 안아 준다는 느낌을 받자마자 숨겨 두었던 감정들이 무장 해제되어 눈물로 나온 것이었다. 
 당시 나는 누군가에게 받는 공감과 위로, 인정에 목이 바짝 마른 상태였다.
-p.22 「1장 · 나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은 날에는」




뭐가 뭔지도 잘 몰랐던 내 마음을 읽어주는 글을 읽으면 그게 묘한 위로가 되고 힘이 될 때가 있다. 글향님의 글이 그랬다. 


나는 얼버무리고 표현하기 힘들었던 감정들을 처음 줌에서 봤을 때부터 가만가만 들어주고 끄덕여주고 대신 표현해 주는 기분이 들었다. 일상의 아주 작은 것 하나에도 민감하고 섬세했다. 누군가에 대한 배려도 깊고 풍부했다. 나 역시 툭하면 그냥 울 것 같은 순간들 속에서도 '예민하다, 까다롭다'이런 말과 지적을 하도 많이 받아서 그냥 쿨하게 '나 울보야, 원래 잘 울어' 이렇게 센 척하고 넘어가곤 했는데, 신랑이 왜 우냐고 엄마 우는 거 봐봐 할 때도 그냥 더 크게 울었는데 사실은 내 속은... 나만 왜 이렇게 울까 답답하고 외로웠다.  

momo 예민하다는 말보다는 섬세하고 민감하고 정서가 풍부한 아이라고 나를 바라봐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중요한건 이제 내가 나를 그렇게 까다롭고 예민함 투성이의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거다. 



공감과 위로, 인정에 늘 목말랐으니까 그렇게 성취와 인정을 받고 싶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마음먹었던 때가 떠올랐다. 마음을 길어올린 문장들은 나를 언제나 움직인다. 움직이게 한다. 어제오늘 이틀간 도서관에 가서 글향님의 추천작들을 찾아서 읽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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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경 작가님 책을 보이는대로 꺼내서 마음껏 읽어보기도 하고





이미 가지고 있고 좋아하는 작가님 책도 있었지만 대부분 처음 들어본, 잘 몰랐던 낯선 책들이었다. 그중에 제목과 내용이 와닿는 것만 골라서 읽는데 눈물이 툭 떨어졌다. 맞아, 나 그림책만 읽어도 눈물이 나왔지. 둘째를 임신한 중에도 첫째에게 '이제부터 내가 누나야'란 책을 읽다가도 첫째 아이의 마음이 안쓰러워 읽다가 눈물이 터진 적도 있고 앨리슨 맥기가 글을 쓰고 피터레이놀즈가 그린(이 작가를 좋아한다) 「언젠가 너도」의 어떤 장면에선 마음이 서늘하면서도 아팠던 적이 있다. 아주아주 커다란 그 숲 속을 들여다보는 작은 소녀를 보는데 나에게 숲은 언제나 낯설고 무서운 공간으로 인식이 된 탓일까, 성장에 따른 고통과 낯선 세계가 지레 겁이 나고 두려워지기도 했다. 그림책이 나에게도 참 많은 감정과 위로를 건넸구나. 아이를 위해서 읽어준다고 하면서 읽었지만 사실은 내 마음이 위로받고 싶어, 위로하고 싶어 그렇게 밤새 목이 쉬도록 나는 읽고 또 읽고 내가 더 읽고 싶었던 책을 골랐던 건 아닐까. 


아이가 잠들기 직전까지 그림책을 꺼내 읽어줬던 나의 긴긴밤과 거기에 숨어있던 내 마음을 다시 열어서 토닥토닥 이미 충분하다고,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지, 괜찮아하고 두드려주는 책이다. 


작가님이 마음에 담고 정성스럽게 소개해준 멋진 그림책들을 한 권 한 권 조금씩, 어느 날은 쌓아놓고 왕창 빠져 보는 것도 너무 멋진 일 같다. 긴긴 겨울방학에 내 따뜻한 밍크 이불색과 같은 표지의 다정한 책을 만나서 반갑고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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