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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나우 Nov 15. 2023

내가 뜨는 게 아니라 나는 거였어!

*책 꽃들에게 희망을 *드라마 무빙

*꽃들에게 희망을*

Hope for the flowers 

-트리나 폴러스 지음

Now and talk 

*대화에서 책으로 대화해요* 


첫 번째 책 《꽃들에게 희망을》

나우앤 톡톡 첫 번째 모임의 늦은 후기입니다. 

이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봐요. (밴드에는 그날 남겼지만 사실은 좀 더 길게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생각났어요.)

장소 : 햇볕이 쨍쨍 강하게 내리쬔 파스쿠찌 초록 소파 테이블 (주차장도 넓은, 대화동의 나름 핫 플레이스)

참여해 주신 분 : 아름님, 아만다님, 썬님 그리고 저 

30분 정도 각자 소개와 모임 규칙을 나누고 이야기했어요. 

모임에선 서로의 닉네임을 부르기로 약속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우리가 읽은 책 내용과 느낀 점, 떠오르는 생각을 나눴습니다. 






배고파서 허겁지겁, 먹다가 아름님 덕분에 찍은 사진 ㅎㅎ(모임 전/ 중간에도 하면서 뭘 먹었는지 기록하는 게 '중요'한데 오늘은 샌드위치를 다 먹고 나서야 깨달은;; ㅋㅋㅋ)

혼자 읽었을 때도 좋았지만 함께 나누니 제가 한 번도 질문하지 않았던 질문이 터져 나오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이야기가 되어 흘러나올 때 희열을 느꼈습니다. 


가까이 살고 친했던 이웃들과 처음 만난 새로운 분이(아름님) 그냥 제가 공지한 글만 보고도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한 게 사실 놀랍고 좋았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만 어떤 모임이 될지도 모르면서 "할래요!"라고 웃으며 손(번쩍!) 들어주고 저를 전혀 모르지만 책방에 닿은 인연으로, 따님의 추천으로 "열심히 참여해 볼게요!"라고 동참해 준 분들에게 묻고 싶었어요.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한 달 한 번, 책으로만 만나는 사이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시간을 마련한다는 건 진짜 큰 결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고마운 마음, 뭉클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저는 동네에서 책 모임을 편하게 하고 싶어서 열었지만 저 말고 단 한 명만 와도 즐겁겠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둘이니까요) 7명이 함께 읽겠다고 해주시고 첫 모임은 4명이 한 자리에 모였네요. 이런 모임을 이끌어서 한 적이 없는데 겨우 한 번 했으면서 무슨, 할 수도 없지만 혼자서 생각했습니다.

'아, 이래서 소모임을 시작하고(커뮤니티라고 썼다가 어색해서 지웠습니다ㅋㅋ) 모이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구나 하고요. 

주변에 친구들도, 사회생활,  크고 작은 모임을 통해 알게 된 귀한 인연들도 많지만 내가 이끄는, 처음 시작하는 책 모임에 와준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어요. 

돈은 벌기 힘들고 쓰기 어렵지만 벌 수도 있고 쓸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내야 하고 시간에는 결심과 진심이 필요하기에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제가 고른 세, 네 권의 책으로 모임을 하겠다 했을 때 저랑 같이 첫 장을 넘겨준 우리 나우앤톡 모임 분들.

고맙고 감사해요.

자자, 방장이라고 부르는(저를 이렇게들 불러주시네요^^;; 이거대로 아날로그스럽고 좋습니다, 저는 ㅎㅎ)

제 소감은 여기까지 하고 책 이야기 중 인상 깊고 좋았던 부분을 나눌게요.





본격 모임을 시작하기 전 함께 있는 카톡방에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제목이 애벌레, 나비에게 희망을! 이 아닌 왜 제대로 등장하지도 않는 그림 '꽃들'에게 희망을 일까요?
▶어떤 그림을 좀 더 유심히 보게 됐나요? 그 장면이 마음에 와닿았던 이유도 함께 생각해 보세요.
▶나는 노랑 애벌레와 줄무늬 애벌레 중 둘 중 누구와 닮았을까요?
▶줄무늬 애벌레처럼 자신의 경험, 스스로의 말속에서 깨달은 경험이 있나요?(한강의 시 《괜찮다》함께 읽어보기


질문을 던지고 제 생각을 짧게 적어놓긴 했지만 온라인으로 나누진 않았어요. 간단한 미션은 책과 페이지를 사진 찍어 올리는 정도로만 진행했는데 이렇게 한 이유가 있어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다 쏟아내고 수다를 떨어야 직성이 풀리는 제가 '휴, 잘 참았다' 할 만큼 카톡방에선 최소한(?)의 맛보기만 하느라 혼났네요. ㅋㅋ 제일 길게 썼는데 무슨? 하실지도 모르겠으나, ㅋㅋㅋ


책 이야기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야 더 풍성하게 나눌 수 있다이너조이님 이야기가 좋은 참고가 됐기 때문이에요. 이미 다 나눠버리면 또 만나서 할 이야기가 없기도 하겠죠? 







*아만다 : 이 책을 읽고 우리의 인생이랑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공하기 위해서 뭔지도 모르고 경쟁을 끊임없이 하고 결국 이기고 올라갔을 때 허무함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에요. 책을 읽으면서 꼭대기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왠지 허무하고 슬프다고 신랑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자아를 발견하지도 못하고 꿈을 모른 채 자꾸 위로만 올라가는 건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자연 관찰을 좋아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비의 생애도 같이 살펴봤어요. 나비의 생애 중 사실 가장 가장 긴 부분을 차지하는 건 애벌레 시절이잖아요. 화려한 순간, 화려한 생(나비 자체로 날고 있는 순간)은 너무 짧아요. 애벌레로 살아가는 하루하루 날마다 행복을 발견하고 싶어요. 


Note. 짧은 그림책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읽고 또 깊게 생각해 준 부분에 감탄했어요. 외유내강 성격의 아만다님답게 성공을 향해서가 아니라 날마다 일상을 쌓아가고 발견하는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썬 : 이 책을 읽고 나서 제일 먼저 아이들이 생각났어요. 

지금 내가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위로만 꼭대기로만 내몰고 있진 않았을까 생각해 보고 반성이 되더라고요. 

내가 진정하고 싶은 거, 이루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든 책이에요. 

(스스로) 꾸준함이 늘 부족하다 여겼는데 제가 할 수 있는 힘으로 사람들과 나누고 사회에 공헌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책을 계기로 이렇게 다잡은 마음들을 실천으로 잘 연결하고 싶습니다. 







애벌레들이 처음엔 따뜻하게 포옹하고 불타오르기도 하고(?) 호감을 마구 느끼다가 서로의 털 하나까지 다 알고 있고 거기에 조차 시들해진다는 표현이 우리의 인간관계, 애정, 연인, 부부의 관계를 돌아보는 듯했어요.

노랑 애벌레가 모든 것에 시들해진 줄무늬 애벌레를 꾸준하게 한결같이 감싸주고 위로해 주고 어떻게 해서든 함께 하려고 하잖아요. 마음이 떠난 줄무늬를 붙잡으려 하는 것까지도 뭉클했어요. 한결같은 마음을 품고 지지하는 노랑 애벌레 모습이요.


썬님의 이야기에 아만다님도 동감하며 이야기했어요. 


*아만다 : 여기엔 어떤 성별도 나오진 않지만 저는 얘네들이,  남자와 여자의 모습 같다고 느끼기도 했어요. 서로 함께 하고 사랑 자체에도 충만할 수 있는 여자와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있어서 꿈을 찾아가는 남자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럼에도 끝까지 감싸주고 안아주려는 모습이 뭉클했고 확신할 수 없으면서 행동하는 것보다는 그냥 기다리고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이 더 낫다는 수용적인 모습에서도 저와 신랑의 모습도 떠올려 볼 수 있었어요. 


Note. 와, 이런 생각을 했군요. 전 한 번도 이 부분을 유심히 읽지 않았는데 이 부분 대사를 같이 읽어보니 진짜 꿈을 따라가서 뭔가를 성취하려는 남자와 변화를 싫어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여자의 모습, 혹은 그 반대의 모습도 떠오르네요. (전 여기서 무릎을 쳤어요.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하고 말이죠. 저는 꿈과 결심, 말의 힘 위주로 초점을 맞춰 읽었는데 두 분은 온화한 성격답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지하고 가정을 지키는 엄마, 아내의 마음도 살펴봤구나, 세심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쯤부터 모임이 점점 빠져든다, 더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을 남들이 다니고 하는 곳으로 내모는 건 아닌지 돌아봤다는 썬님의 솔직한 이야기에 공감했고요, 선한 영향력과 힘으로 사회가 돌아가고 지탱한다는 신념이 있는 썬님이 만큼 누군가를 돕고 일으켜 주고 싶다는 이야기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진짜 사랑하는 마음은 권태롭고 상대에게 무감각 해진 순간이라도 평온을 잃고 있음을 알고(인정하고) 상대를 더 즐겁고 편안하게 해 주려고 끊임없이 애쓰는 거라는 걸 느꼈어요. (노랑 애벌레의 마음에서 말이죠) 여러분 덕분에 제가 또 배웠습니다. 






*아름 : "난 가지 않겠어!"라는 노랑 애벌레의 대사에 나를 투영해 봤어요. 

좌절시키고 포기하는 말도 주도적인 선택도 모두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것도 깨달았어요. 

내면의 무궁한 가능성에 대해서 꾸준히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내)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희망을 주는, 희망이 되는 말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어서 긍정의 마음이 중요하단 걸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상대방도 긍정의 마음으로 이끄는 말 한마디, 손짓이 정말 소중 합니다. 사업을 하고 있는데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어요. 코로나라는 위기도 찾아왔었고요. 하지만 그래도 말할 수 있는 건 저는 한 번도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았어요. 꾸준히 시작한 일을 했고, 그래도 해보자, 이렇게 말했던 게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어요. 긍정의 표현, 생각 하나가 저를 일으키는 장점이 됐어요.

나비의 날갯짓이 모두를, 줄무늬 애벌레를 꼭대기에서 내려오게 한 것처럼 말이죠. 

상대방도 긍정의 마음으로 이끄는 말 한마디, 손짓이 정말 소중 하다고 느꼈어요. 


Note. 저와는 이 날 처음 만난 아름님. 와, 진짜 멋있는 분이더라고요. 동네 책방에서 연이 닿은 인연으로, 따님의 적극적인 추천(감사해요 ㅎㅎ따님도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으로 《나우앤톡》에 함께 참여해 주셔서 감사해요.
첫날 저에게 열심히 참여하겠다는 적극적인 다짐들도 잊을 수가 없네요. 저를 얼마나 설레고 기분 좋게 하는 긍정적 마음인지! 실제로 뵈니 주고받은 문자보다 더 에너지 넘치고 웃는 모습과 긍정적 생각이 빛나는 분이셨어요. 연륜 안에서 쌓인 단단한 마음과 노하우들도 저희가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한껏 기대가 되고 기다려집니다. 모임 첫날에도 1시간 정도 미리 카페에 오셔서 블로그 글도 올리고 미리 책도 다시 한번 살펴보고 기다리셨다는 말에 감사한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이 작은 동네 책 모임을 기다리고 기대한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부족하지만 아름님께 제가 이 시간을 어떻게 채워 줄 수 있을까 고민도 살짝 했고요. 하지만 고민은 기우였네요. 제가 이끄는 모임이 아니라 저는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기록을 남기는 사람이지 이미 한 분 한 분이 책 모임을 쌓아주고 채워지고 있다는 걸 첫 모임을 하면서 느꼈어요. 
저도 오늘 이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자, 저의 이야기입니다. Andnow

앤나우의 이야기


어린 시절 가볍게 읽었던 이 책이 어른이 돼서, 아이를 낳고 읽으니 전혀 다르게 느껴졌어요. 저는 제가 줄무늬 애벌레 같다고 느꼈어요. 이만하면 안정적으로 걱정 없이 살고 있지 뭐. 장기하 노래처럼 '나는 별 일 없이 산다- 사는 게 재밌다'이런 무미 건조한 톤으로 노래를 할지라도 딱히 걱정할 것도 크게 좌절할 것도 없는 저의 모습이 줄무늬 같았거든요. 서늘한 그늘도, 먹을 것도, 다정한 조건들도 있지만 '그 이상의 것'이 저도 날마다 고프고 고픈 사람이었구나, 나도 그 나무에서 기어 내려와야 결국 이게 시작이 되는구나 하고 말이죠. 이야기의 시작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실로 거창하고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작은 실천이 따라야 하는 건 물론이고요. 글을 쓴다는 게 저에겐 꿈을 좇는 시간처럼 느껴졌어요. 실제 그 시간들에 위로받고 나를 찾아가지만 이것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했을 때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지도 알 수 있었어요. 자책과 책망, 후회, 비교, 이런 것들도 끊임없이 따르는 시간이 되리란 것도요. 즐겁게만 살고 싶은 사람인데 말이죠. 


맞아요! 꼭대기에 오르려고 누군가를 밟고 억누르고 얌체같이 치사하게 굴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방법이 있었어요. 바로

나비


나비가 되어 스스로 훨훨 날아가는 거죠.


꼭대기엔 아무것도 없었지만 나비들만이 유일하게 한 방에 날아서 아무것도 없다는 걸 볼 수 있었죠. 날갯짓 몇 번이면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랑 싸우거나 다투거나 경쟁하는 것보다 자기 날개를 찾는 게 소중한 일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배웠어요. 


강풀 작가님의 원작 드라마《무빙》에서 주인공 봉석이도 말해요



 내가 뜨는 게 아니라 나는 거였어!



붕붕 뜨려는 그 몸을 주체하지 못해 애써 감추고 꾹 누르려고만 하고 살았는데 사실 봉석이는 하늘을 훨훨 자유롭게 나는 사람, 날 줄 아는 사람이었죠. 디즈니 만화 《겨울왕국》속 엘사도 자신이 손만 대면 모든 게 얼음으로 바뀌어버린다는 걸 안 이후로 꽁꽁 감추려고만 하죠. 장갑을 끼고 감정을 없애고, 두 개의 공통분모에는 그렇게 '절제'하고 '현실에서 순응하고 어울리도록'가르치는 부모님과 엄마가 있었죠. 봉석이가 기분이 좋을 때마다 몸이 점점 더 붕 떠오르는 걸 안 이후로 봉석의 엄마 미현은 아들 앞에서 웃어주지도 않아요. 전 이 장면이 참 슬펐어요. 엘사의 부모님은 아이를 한 번도 꽉 껴안아주지도 못하고 작별인사도 못 나눈 채 헤어져야만 했고요. 그 마음 안에는 걱정과 두려움, 아이를 아끼는 마음이 있다는 걸 물론 알지만 사실 날개는 감춰지는 게 아니잖아요. 


뜨는 대신 자유롭게 날 수 있고, 모든 걸 얼음으로 변하는 대신 겨울 왕국으로 빛나게 할 수 있고 자신들의 날개가 돋아난 순간 '진짜'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어요. 


스스로 나를 찾으면 진짜 내 모습을 알면 자유롭고 용감한 나비가 될 수 있습니다.

애벌레와 번데기 모습을 거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말이죠. 그 화려한 순간 하나를 위해서 우리는 열심히 꼬물꼬물 끈기를 가지고 기어가고 번데기의 갑갑함과 어둠도 견뎌내야 하겠지만 누군가를 밟고 이기고 무조건 목적도 없이 올라가고 올라갈 필요도 없어요. 


삶의 진짜 목적은 나를 아는 거, 내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찾아가고 스스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거, 그래서 결국 사랑할 수 있다면 그거만큼 좋은 삶이 없겠죠. 


금방 사라지고 바뀌는 목표 하나만 정하기 보단 분명하고 뚜렷한 내 목적과 의미를 탐구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배울 수 있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인데요, 혼자서만 휘리릭 내려오지 않고 내려가면서도 계속 끊임없이 줄무늬 애벌레가 말해요.



우리는 <날 수> 있단 말이야!

우리는 <나비가 될 수> 있는 거야! 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단 말이야>! 


제목이 왜 꽃들에게 희망을 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어요. 오랫동안 이 그림을 쳐다봤어요. 좌절하고 두려움에 가득 차서 줄무늬 말을 듣기 싫고 하지 말라는 다른 애벌레들조차 이미 마음에는 나비라는 희망으로 가득 찼다는 사실을요. 나비가 있어야 꽃들이 희망을 가지고 피어나고, 그래야 봄이 오고 만물이 시작할 수 있듯이 한 마리 애벌레가 자기 혼자만 깨닫고 룰루랄라 날갯짓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요. 다른 나비들 몸에 그려진 한 마리 한 마리 나비가 마치 또 다른 희망을 품은 것처럼 느껴져서 심장이 쿵쾅 두근두근 하더라고요. 

희망은 아주 잘 퍼지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언젠가 여름나무님이 '다음 세대'에 대해 이야기해 준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다음 세대, 다음 세대, 교회에 다니다 보면 이 말을 참 많이 들어요.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청년들은 환상을 보고 노인들은 꿈을 꿀 것이라는 찬양도 자주 불렀는데 말이죠. 저는 흥겨운 이 찬양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부르면서도 무슨 이야기인 줄 잘 몰랐는데 진짜 자녀를 낳고 보니 '다음 세대'라는 것도 바로 '내 이야기'라는 걸 깨달았어요. 자녀, 다음 세대 자라날 아이들이 먼 우주 뚱딴지에 떨어진 막연한 어느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 이제 곧 태어날 또 다른 생명들이란 것도요. 피부에 와닿고 내 삶이 돼서야 깨닫는 거지만 나비나 애벌레에서 멈췄더라면 저는 이 책을 그냥 재밌게만 읽었을 것 같아요.


제목이 주는 묵직한 한 방! 다시 한 발자국 더 나가서《꽃들에게》희망을 주었기에 나비의 날갯짓이 더 아름답고 빛났구나! 하는 걸 말이죠. 




줄무늬 애벌레는 자꾸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에는 틀림없이 무엇인가 그 이상의 것이 있을 거야.’



무엇인가 이상인 것을 밖에서가 아닌 내 안에서 발견하고 찾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짧은 이야기와 귀여운 그림이 선물해 준 이 책과 함께 말이죠! 


이야기 속에서 풍성한 그림 속에서 저마다 숨은 그림을 찾듯 서로가 느낀 걸 공유하고 나누는 순간이 저는 참 뭉클하고 짜릿하고 좋았습니다.  다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만나서 그랬을까요? 네 명의 성격과 성향, 관심사도 제각기 다르지만 우리가 한 권의 책을 읽은 것만으로 이미 끈끈하게 연결된 기분도 들어요.


이 모임에 희망을! 

한껏 느낀 선물 같은 시간이었고요. 

제가 나누고 싶었던 몇 가지 큰 틀과 질문에 이어 저마다의 다양한 생각을 볼 수 있었던 귀한 첫 만남의 자리였습니다. 


*두 번째 모임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읽을 거예요.(오늘 모였습니다. 얼른 후기가 쓰고 싶어 지네요. 두근두근ㅎㅎ)




감동적인 기억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마르셀 프루스트



프루스트의 말처럼 인생의 감동적인 순간, 유년을 자꾸만 찾고 그걸 헤집어서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줄 알았는데 그 순간은 지금 '현재, 이곳'에서도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런 기억을 끄집어 내주고 지금, 여기를 몽글몽글 다시 살게 해 줄 책 같아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꺼내고 싶었어요. 읽을 때마다 눈물을 펑펑 쏟게 하는 제제를 다시 만나고 싶었습니다.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 폴러스 지음

드라마 무빙/ 20부작/ 디즈니+시청 가능/ 액션, SF, 스릴러, 히어로, 누아르, 초등력, 비밀, 스파이/ 원작-웹툰 무빙(강풀)

겨울왕국/ 디즈니/ 1시간 48분/ 뮤지컬, 모험, 애니메이션, 코미디, 가족, 판타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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