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gelo Nov 05. 2022

강북구 전시회, 모색(暮色)with slowhand


暮色.

모색.

날이 저물어 가는 저녁 무렵의 어스레한 빛.

twilight?


전시회를 기획한 지선생님께서는

우이동의 오래된 골목 풍경과

그 속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 부부를

보시고 주제를 정했다고 한다.


집 내부에 위치한 7개의 창문을 주제로

시를 낭독하는 체험형(!) 전시.


원목가구와 아침햇살의 조합은

삼겹살과 새우젓의 그것과 같고

오래된 CD와 포스터들은 흡사 와인과 같다.

코르크 마개로 막혀있지만 은은한 향기가 나는듯한.


황금빛 조명이 밝히는 카페로 다시 내려와

모색을 생각한다.


저물고, 다시 떠오름을 반복하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내며

그 순간을 감사히 여겨야겠다는 마음.


공기가 서늘하고 바람이 세찼지만

이내 따스해지고 훈훈해지던 아침이었다.


동행했던 지인이

해당 전시와 카페에 헌화하는 시를 남겼길래

여기에 옮긴다.



공간학과 인문학이 볶아낸 커피


공간은 커피를 만들고

인문은 인연을 선사한 그 곳, 슬로핸드


일곱 개의 창은 저마다 사연을 품은 채

각기 자리에서 늦가을 햇살을 내부 공간에

심고 있었다


앉고 쉬는 역할이 대부분인 내부 공간이

서서 움직이는 볼거리의 전시장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던 그 곳, 슬로핸드


창밖 정원의 높다란 자작나무 잎은

사방 어디에서나 늦가을 바람을 내부 공간에

느끼게 하고 있었다


각 방마다 수놓아져 있던 책과 그림은

인문학이 어떻게 건축과 공간에 스며드는지를

모색의 사장님 내외분 모습에 하나 되어

비추고 있던 그 곳, 슬로핸드


이 가을이 다 가기 전,

손을 느리게 느리게 움직여 한 편의 시를 적는다


- 송담 김재천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인생의 10곡을 꼽자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