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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o Feb 12. 2022

내 인생의 10곡을 꼽자면

♪ 푸른하늘 ‘축하해요’


-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노래들.

어느 순간부터 공테이프를 카세트에 넣어

마음에 드는 노래들을 녹음하기 시작했다.

의지와 상관없이 듣게 된 잡음 섞인 소리가 아닌

오롯이 청음 함으로써

존재하는 내 인생의 음악들.

대부분은 누군가가 선곡해서 사연과 함께

들려준 노래들이었다.

라디오를 통해 수많은 명곡과

다양한 사연들을 들으며 울고 웃었던 날들.


그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가장 기분 좋게 들었던 음악은

생일 맞은 청취자를 축하해줄 때 나오던

푸른하늘의 ‘축하해요’ 라는 노래였다.

마치 내 가족과 친구가 생일을 맞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기에 이 노래도 당연히 좋아졌을 수밖에.

https://youtu.be/b7J-9pI-AOM



♪ 015B ‘성모의 눈물’


- 1996년가요계의 스타들이 대거 컴백하여

별들의 전쟁이 이루어진 해이다.

그 해 내가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015B의 ‘성모의 눈물’이었다.


그 해에 많았던 히트곡들 중에서

2021년 현재에 내가 일부러 찾아 듣는 노래는

오직 이 곡뿐이다.


‘성모의 눈물’


 곡은 1996년 사춘기 소년이었던

나의 감정을 가장 생생히 일깨워 준다.


몇 가지 잊고 있던 기억들도 가끔 생각나게 하기도.

중2병이 한참이던 때라 이불을 발로 찰 정도로

부끄러운 기억도 있다.


Lee oscar의 하모니카는

 나를 달콤한 회상으로 유도해준다.

https://youtu.be/WhQgNK3kEN8


♪ 김동률 ‘동반자’


- 연인과 함께한 아름다웠던 시간을

‘사랑이기에는 우매했던’ 이라고

스스로 단정 짓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이 있었을까.


내게도 어렸고 서툴었던 시기에 찾아온 첫사랑이 있었다.

대부분의 첫사랑이 그렇듯 결말은 썩 유쾌하지 않았고...


그때의 세상은 어쩜 이리도 잔혹한 지

너무 많은 발라드를 쏟아내어 내게 들려주더라.


슬픈 가사에 면역이 생길 때쯤

김동률의 ‘동반자’가 끝판왕처럼 나타났다.


그는 웃음기 하나 없는 진중한 목소리로

내게 커다란 울림을 선사했다.    

https://youtu.be/5zBWJwQ0yY0


♪ 루시드폴 ‘새’


- mp3의 시대가 열리며 나는 유행하는 음악부터

부모님 세대의 음악까지 두루 들어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몇 백곡씩 꽉 꽉 담은 파일들은

가끔 숙제처럼 낯설었고

집중할 만큼 절실하게 들리지 않았다.


물 건너온 유행음악인 뉴메탈과 최신가요들이

플레이리스트를 장악할 때쯤

루시드폴의 ‘새’는 내 음악 취향을 다시금 정립해주었다.


절제된 연주, 예쁜 노랫말, 곡에 스며든 감성...

이것이 나의 취향이며 앞으로 듣게 될 인생의 노래라고.     

https://youtu.be/JhGPMqnZ71Q


♪ 러브홀릭 ‘Rainy day’


- '입대곡'

군대에 갓 입대한 이등병이

사회에 있을 적에 가장 유행하던 곡을 일컫는다.

군대 선임들이 이 질문을 하는 의도는 단 하나,

그냥. 심심해서.


나의 입대곡은 러브홀릭의 ‘Rainy day’였다.

그 당시 가장 유명했던 곡이 아니라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였다.

미녀가수의 댄스곡이었노라는 답변을 기대했을 텐데,

동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후 신병으로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판초우의 입고 삽질하며

‘비 오는 날 청승 떠는 소녀’를 노래하다 보면

시간이 그나마 빨리 가는 느낌이었다.


30대를 거쳐 40대로 향하며 지금의 나는

걸그룹에 흠뻑 빠져있는 흔한 삼촌팬이지만

이 곡만큼은 언제 듣더라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https://youtu.be/sheCo7rvqdU


♪ 이한철 ‘우리는 하늘을 날았다’


- 어렸을 적 나의 공부를 도와주던 삼촌은 가끔 내게

‘피맛골 서린낙지에서 술 먹고 나서 2차로...’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키득대며 낄낄대고 먹고 마시는 시시콜콜한 어른들의 썰.


이야기들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똬리를 틀었고

어느새 먼 훗날을 위한 판타지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중딩이지만 나중에 대학생이 되면,

지금은 미성년자이지만 나중에 성인이 되면,

지금은 혼자지만 나중에 연인이 생기면


시간이 흐르면 지금보다 더 좋아지리라는

희망이 있던 우리 모두의 10대 시절.


이한철의 ‘우리는 하늘을 날았다’는

그때의 나를 소환한다.

하늘을 날을리 없음에도

막연한 희망을 품게 만들던 노래.


이제는 속절없이 늙어버렸지만,

이 노래를 10년 넘게 듣다 보니

이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럴듯한 썰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https://youtu.be/bj7NyQhFJdw


♪ MOT ‘cold blood’


- 사랑노래의 도입부로 익히 기대했던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도 아니고

숭고한 현악 편집도 아니었다.


노래 시작 20초 남짓 만에 마성처럼 날 사로잡은

MOT의 ‘cold blood’는 어른을 위한 사랑노래였다.


감정은 영원할 수 없고 마침내 후회와 자책만 남게 되는

사랑의 끝이 비단 나의 이야기만이 아님을 노래해주었다.


그리고 후유증처럼 남은 상처는

이젠 차갑게 식은 피를 흘린지언정

결코 아물지 않으리라는 조언도 함께... https://youtu.be/pWLt_TLD2S0     


♪ 블루앤블루 ‘지나가리라’


 - This, too, shall pass away.

회사원이 된 내게 사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월급이라는 말뚝에 묶인 아기 코끼리처럼 나는 답답했다.

그런 내게 위로가 되어 주는 건

출퇴근 시간에 듣는 음악이었다.


블루앤블루의 ‘지나가리라’ 는

회사로 출근할 때는 갑주가 되어주었고

퇴근할 때는 머릿속의 지우개가 되어주었다.


이 세상의 모든 게 지나가더라도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그대들은

내 삶에서 지나가지 않았으면 한다.


https://youtu.be/agO-Sud6fDw      



♪  두번째달 ‘달리는 비행기’


 - 딱히 호불호가 없고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고자 하는 취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좋아한다.

적적한 일상이 반전되는 것 같아서.

나 자신도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아서.


만기 된 적금을 환전하는 걸로 시작되는 나의 여행.

두번째달은 ‘달리는 비행기’.

이 노래는 내 여행의 OST이자 BGM이요,

main theme 이다.

떠남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가장 맛있는 식사에 곁들일 와인을 고르는 것처럼

가장 행복해지고 싶은 순간에

어울리는 노래를 골라 탑승구로 향하는 것.


이것은 나의 경건한 의식이다.


여행을 시작하는 순간

내가 고를 수 있는 노래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https://youtu.be/5ZWwdRgIV4o


♪ 박주원 ‘The last rumba’


- 술 담배를 안 하는 나의 유일한 중독은

스마트폰 중독이다.

얼마 전부터 잠들기 위해 침대에 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다

1시간을 훌쩍 넘기는 걸 발견하고

이건 아니다 싶더라.


중독에 대한 해결책을 또다시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더니

무수한 조언들이 쏟아진다.

그중 하나가 음악을 한 곡 듣고

과감히 모든 걸 그만두라는 것.


그 한 곡을 한참을 고르고 엄선해보았고

마침내 제목에서 결단과 비장함이

풀풀 풍겨 나오는 노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듣자마자 몰랐었던

나의 취향도 하나 새로이 발견할 수 있었다.

https://youtu.be/Y_ujamVW3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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