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강박 벗어나기 : 직관적식사 시작
오늘 체중계를 버렸다.
사진첩을 보다가 바디프로필 D-5 몸뚱이를 찾았다.
171cm의 키를 가진 나는 이 때의 몸무게가 성인이 된 후 평생 본 적 없던 수치인 47kg이었다. 그럼에도 촬영일이 코 앞에 다가왔는데 선명한 복근을 찾아볼 수 없다며 조바심을 냈다. 몸이 너무 형편없는 것 같아 불안에 떨었다. 마지막 밤에는 물 마저 시원하게 들이키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일.
언제부터 그렇게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관리하는 여성이었다고. 언제부터 운동과 식단에 통달한 다이어트 전문가처럼 살았다고. 언제부터 영양정보에 빠삭했고 탄단지를 따져가며 몸에 좋은 음식만 먹고 살았다고. 이 때는 인간관계도 많이 망가졌었다.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식사 한 끼 마음 놓고 먹지 못하며 그 순간에 집중하지 못했다.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이 더티한 메뉴에서 탄수화물을 줄이고 최대한 클린하게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스트레스에 중독된 사람 마냥 스트레스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잡아당겼다.
아침부터 이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튄다느니, 반찬에 단백질원을 하나 추가하라느니. 조금 전에 먹고 또 먹느냐고 핀잔을 주며 적절한 공복 시간을 유지하라느니. 주변 사람들의 식사와 삶의 방식에 간섭하며 나에게도 내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내었다.
바디프로필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난 하루에도 몇 번씩 체중계에 올라갔다. 몸무게가 내려가면 보상심리로 더 많이 먹고 올라가면 한 끼라도 음식의 종류를 제한하였다. 식간 공복시간은 꼭 지켜야 할 것 같았으며 모든 걸 다 먹는다 해도 마지막 자존심인 액상과당은 쳐다도 안 봤다. 먹고 싶지 않아도 단백질을 보충했고 대체로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했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할 때 진리로 여겨지는 닭고야 다이어트식만을 먹지 않았고 평소 좋아하던 빵도, 튀김도 먹으며 나름 유연하게 챙겨 먹었다는 이유로 은연중에 내 감량법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남들이 겪는 식이장애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소소한 강박증에 시달렸다.
나는 이제 탈다이어트를 선언한다.
내 몸이 원하는 걸 먹을 것이고 먹고 싶지 않을 땐 먹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는 식사, 그 소중한 시간을 온전히 즐길 것이다. 체중을 재지 않을 것이며 숫자 0.1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운동을 하기 싫을 땐 완전한 휴식을 취할 것이며, 나를 사랑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적당한 운동을 할 것이다. 과식이나 폭식을 한 나에 대한 징벌로 운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정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하여 적당히 움직이며 적당히 먹고 마실 것이다. 배부를 때는 몸이 말해주는 대로 젓가락을 내려놓을 것이며, 배가 부르더라도 땡기는 후식이 있다면 또 나를 위해 먹을 것이다.
순간은 더 즐겁고, 생활은 더 자유로워지며, 삶은 더 행복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