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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미 Aug 25. 2017

잘 지내요?

안부 묻기의 의미

오래간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난다. 자연스럽게 안부부터 물어본다. '잘 지냈어?'. 가만 생각해 보면 나는 꽤나 자주 '잘' 지냈냐고 묻는 것 같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영어로 말할 때는 조금 다르다. 'How have you been? , How (are) you doing?' 이런 식이다. '잘' 이 아니고 '어떻게' 지냈냐고 묻는다. 잘 지냈냐고 물어볼 때는 그랬다거나 그렇지 않았다고 대답할 수 있다. 뒤에 무어라고 덧붙이든 간에, 질문이 요구하는 1차적 답은 그렇다. 어떻게 지냈냐고 물어볼 때는 열린 대답을 요구한다. 이건 어찌 보면 문화 차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관계를 중요시한다. 남의 시선도 많이 의식하고, 오지랖도 넓다. 정이 많다고도 한다. 우리가 잘 지냈냐고 묻는 것은 아마도 그 질문을 함으로써 '네가 잘 지냈었기를 바라' 라는 말을 같이 전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안부를 묻는 와중에도 알게 모르게 서로 간의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은 때로는 잘 지내지 못한 사람에게는 대답하기 어려운, 일종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내가 잘 지냈었기를 원한다는 사람에게, 그렇지 못했다고 대답하는 것은 실망과 염려를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잘 지내는 편은 아니다. 어떨 때는 하늘 위를 날아다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불타는 지옥 밑바닥에 처박히기도 한다. 나는 거짓말하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서 잘 지냈냐는 질문이 조금 어려울 때가 있다. 습관처럼 그렇다고 대답하기도 하고, 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 '아니' 라는 두 글자가 상대방의 표정을 어떻게 바꾸는지 아니까. 웃으면서 얘기해도, 잘 못 지냈다고 할 때는 늘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간단한 안부를 물어보는 것 뿐인데 '움찔' 할 때가 있는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어떻게 지냈어' 라고 물어봐주기를 바라기도 하고, 나도 의식적으로 그렇게 물어보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잘 지냈냐고 물어봐주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오히려 고마워할 일이지. 내가 잘 지내고, 그래서 그냥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있으면 되는 거니까. 앞으로는 좀 더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만들고, 이런 쓸데없는 잡생각도 하게 한다. 오늘 저녁에는 그동안 좀처럼 연락하지 않고 지냈던 친구들에게 잘 지냈냐고 물어봐야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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