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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미 Apr 22. 2019

Movie - Nell

포기의 의미

Healing Process - Nell (2006)


Nell 은 2019년 현재 18년을 활동한 베테랑 밴드이다. 편곡앨범과 싱글 음원을 제외한 정규 앨범만 해도 두 장의 더블 사이드 앨범을 포함해 9장의 앨범을 냈다. 당연하게도 다양한 소재를 주제로 삼았을 수 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초반이라고 할 만한 5집 Healing Process 앨범까지는 우울과 절망에 관한 종종 노래를 썼는데, Movie 는 그 중에서도 5집 앨범의 17번(!) 트랙이다.


우리 세상은 긍정적인 메시지로 가득하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수도 없이 많은 자기 계발서로 꽉 차있고, TV의 연사들은 어떻게 하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노래 Movie 는 목표에 대한 포기를 노래한다. 나의 한계와 현실의 벽에 부딛혀 강요받게 되는 포기이다. 우리는 삶에서 포기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수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생각보다 포기해야 하는 것들은 많다. 갓난 아기는 자라나면서 부모의 보살핌을 하나씩 포기해야만 한다. 청소년기에는 성적에 의해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를 포기해야 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꿈을 포기해야 한다. 얼핏 생각하면 포기는 우울하다. 갈망하는 것에 대한 단절을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언가를 포기하면서 성장한다. 아기는 부모가 평생 밥을 떠줄 수 없기 때문에, 식사의 편의를 포기하면서 스스로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먹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원하는 대학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내가 갈 수 있는 대학에서 최대한 무언가를 얻는 법을 배워야 한다. 꿈을 포기하면서 비로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게 된다. 올해 초의 내가 그랬다. B급 학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면서, 너무도 듣고 싶던 앙상블 수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내 노래 실력이 실기 전형 학생들에 비해 형편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한 달 이상을 우울 속에 빠져 지냈고,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모든 것이 뿌옇게 느껴졌다. 그러나 몇 가지 계기를 통해 깨달은 바가 있다. 노래를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음악의 의의는 아니다. 어제의 나보다 나은 삶을 살고, 더 좋은 음악을 하면 된다. 성장하는 것이 행복이다. 대학에 오기 전에 내가 하고 싶던 음악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절망의 시간 속에서 내 곁에 있던 곡이 Movie 이다. 포기는 달콤하지 않다. 사람을 나락으로 끌고 내려갈 수 있고, 실제로 많은 경우에 그러하다. 그러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포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기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고, 포기하는 자에 대한 위로가 필요하다. 우울한 노래를 듣는 것은 내가 우울하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우울했어"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서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무언가 포기해야 한다면, 포기해라. 받아들이고, 갈 수 있는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포기하는 것이 너무 아파서 잠시 쉬어가야 한다면, 음악이 당신을 위로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Movie

작사 김종완 of Nell

작곡 김종완 of Nell


미안해 내 재생능력은 이제 한계
소멸돼 버린 꿈의 재생 그딴 건 이제 불가능해
너무 쉽게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이지 그동안 꽤 많이 힘들었어


그만 포기할게
이젠 그만 둘래
그냥 현실 앞에 무릎 꿇고 살아 갈래


더 이상의 혼자만의 싸움이 이젠 무의미해
정처 없이 떠도는 나의 외로운 항해.
짙게 깔린 안개 속을 걸어가는 듯
모든 게 다 불확실해
모두 불명확해
불안하기만 해


그만 포기 할게
이젠 그만 둘래
그냥 현실 앞에 무릎 꿇고 살아 갈래


어차피 처음부터 예정되었던 패배
이정도 한 걸로 만족하고 떠나갈게


이렇게 끝날 수 밖에
이렇게 끝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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