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감미 Jul 12. 2017

정보의 단편화

그것만이 내 세상

최근 페이스북에서 이 그것만이 내 세상의 라이브 영상을 봤다. 들국화의 한창 시절 영상 같은데, 전인권 선생님이 고래고래 악을 써가며 노래하고 있었다. 산발의 머리와 그냥 내버려둔 콧수염, 거기에 흰색 의상 때문인지 그의 모습은 많이 덥수룩해 보이기까지 했다. 영상에는 고추 털 뽑기 창법이라는 자극적인 자막이 붙어 있었고, 같은 영상의 다른 버전에는 '완전 지 세상이네' 정도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사실 영상의 노래는 내가 듣기에도 뭔가 거북하고 계속 틀리기만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분명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전인권 선생님이 그 날 말 그대로 죽을힘을 다해 노래했다는 것이다. 나는 멍하니 그 영상을 끝까지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자막들이 꽤나 불편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이 형님은 어쩔 수 없는 전설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정보와 '팩트' 들은 점점 조각나는 것 같다. 그 영상은 그것 그대로 보면 웃기다. '고추 털 뽑기 창법' 은 심지어 지나치게 과장한 표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조금 희화화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의 노래를 들었을 때,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런데 내가 그 영상이 웃기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한국 음악에 기념비와 같은 그 음반이 나온 시대에, 전인권이라는 한 청년이 왜 무대에서 그렇게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이 악을 써가며 노래해야 했는지, 조금은 알고 있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이 예술이라고 느껴지기도 하고.


아쉬운 일이다. 아무런 문맥 없는 자료들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포류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을 모아 섬, 육지를 만드는 것은 결국 개인들의 몫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대부분의 콘텐츠를 SNS를 통해 소비하는 지금 우리에겐 '왜'라는 질문이 끼어들 틈이 거의 없다. 게다가 한국 사람 치고 '왜'라고 물어보도록 격려받아본 적이 얼마나 있나. 어찌 보면 이런 영상을 보고 그저 하하 웃고 넘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왜'라고 물어야 한다. '왜'는 불의 사용법, 만유인력을 이해하고 인간이 달에 가개 해주었으며, 꽥꽥거리는 노랫소리를 듣고도 가슴이 절절하게 느끼게 해주니까.

작가의 이전글 Team Bab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