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 Baby
Team Baby - 검정치마
조휴일이 돌아왔다.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어려운 사운드와 구조를 가진 그의 음악은 여전히 변화무쌍하다. 기타와 신디사이저의 환상적인 조합으로 빚어낸 몽환적이고 기분 좋은 사운드 속에서 그의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노랫소리는 다이아몬드 같이 빛난다. 그런 아름다운 음악으로 그는 외치고 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우리는 Team Baby 라고.
1. 난 아니에요
휙 휙 빨려 들어가는 소리 위에 나긋하게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로 시작되는 곡. 조휴일의 노래 역시 힘을 쫙 빼고는 그가 무엇이 '아닌지를' 찬찬히 읇조린다. 가사에서는 예술가로서의 그의 갈망이 드러난다. 별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던 그는 이미 한국 음악계의 스타가 되어있는 아이러니는 조금은 재미있고 조금은 안쓰럽다.
2. Big Love
첫 트랙과 맞물리며 전형적인 락 리듬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곡이다. So Much Love이라는, 느끼할 수도 있는 말을 그토록 담백하게 뱉어내고서는 후렴구에 가서는 시원시원한 드럼 베이스 기타 사운드에 간질거리게 숨어있는 신디사이저 사운드로 터뜨리는 곡. 2절에서 사용되는 뿅뿅거리는 소리들은 이제는 검정치마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누군가를 이 노래만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일이다.
3. Diamond
셔플 리듬에 블루스적인 기타, 피아노, 오르간의 조합이 딱 적당하다. 라임을 맞춘 후렴구는 이 음반의 다른 곡들도 그렇듯이, 한 번에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딱 딱 달라붙는다. 단지 후렴구를 서너 번 반복해서 써먹는 것은 검정치마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검정치마의 음악이 덜 질리고 자꾸 듣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4. Love Is All
비틀즈의 그 곡이 떠오르는 제목이다. 그러나 곡 자체는 많이 다르다. 부드러운 컨트리 느낌인 곡의 전반부가 끝나면 역시나 신디사이저가 들어오면서 약간 더 몰아치는 듯한 느낌으로 후렴구가 흘러나오고 곡이 끝난다. 특이한 구성이다. 2분 44초의 짧은 곡인 데다 'Love is All' 후렴구는 곡의 절반이 지나서야 처음 등장하지만, 할 말은 다 했다는 듯이, 따로 아웃트로 없이 툭 하고 끝나는 점이 재미있다.
5. 내 고향 서울엔
나긋나긋하게 부르는 보컬, 부드럽게 찰랑거리는 현악기 리듬과 클래식적인 현악기 선율이 편한 안 기분이 들게 만드는 곡. 이상하게 인트로에서는 바로 뒷 트랙의 제목이 연상시키는 그 곡, Love Is All You Need 가 떠오른다. 브라스 파티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고향 하면 보통 서울로 상경한 사람이 떠올리는 다른 지방을 생각하는데, 서울을 고향으로 그리워하는 발상도 좋다.
6. 폭죽과 풍선들
재즈 향이 물씬 풍기는 인트로가 끝나면 전자 피아노 사운드에 보컬이 올라타고, 퍼커션, 브라스, 기타, 베이스, 드럼, 신디사이저 모두가 총출동한다. 풍성하기 짝이 없는, 사운드의 향연은 이게 보통 '락' 뮤지션으로 소개되는 뮤지션의 곡인가 의문을 품게 만들기도 한다. 그 와중에 묻혀있지 않고 전방으로 나와있는 보컬은,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당신을 찾으려고 뛰쳐나온 느낌을 준다.
7. 1:05
뿅뿅거리는, 레트로 한 느낌까지 주는 사운드와 현대적인 사운드의 조화. 검정치마만의 사운드가 도드라지는 곡이다. 같은 템포, 다른 노래라는 창의력 돋는 발상도 마찬가지다. 구름 위를 산책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지만, 지나치게 캐치하고 싶어 하는, 중독을 강요하는 후렴구 따위는 없다. 필요한 것 같지도 않고.
8. 나랑 아니면
스트링 사운드가 예쁘다. 특히 도입부가 그렇다. 이후로도 그 현악기들은 적당한 때에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나머지 파트와 서로 감싸안는 듯한 멜로디로 곡을 위로 띄운다. 짧은 인트로 이후에 툭 하고 들어오는 멜로디는 무심한 듯 툭 툭 내던지는 사랑 고백이지만 곡의 분위기는 오히려 진지하다 못해 경건한 느낌까지 준다. 이런 극명한 대비가 메시지를 더 강조하는지도 모르겠다.
9. 혜야
교회 찬송가를 연상시키는 도입부, 오르간 소리. 그 위에서 '나는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내 사랑의 중요성, 진실성이 종교의 그것 만큼 크다는 뜻일까? 2 분이 지나면 밴드가 들어오고, 검정치마를 확인시킬 수 있는 사운드의 조합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우울하지만 듣고 있기에 너무나 편안하다. 조휴일이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기분이 이런 것일까 싶다.
10. Everything
'You are my everything' 이 말 한 마디면 또 어떤 말이 필요할까? 그래서인지 별로 많은 가사는 쓰지 않은 것 같다. 느린 템포에 긴 울림을 가진 소리들로 채워서 마치 꿈속에서 시간이 느려진 채로 잔잔한 폭풍이 이는 바다를 여행하는 느낌을 준다. 누운 채로 둥둥 떠다니며. 그대와 함께 있다면, 어떤 폭풍 속에서도 그대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여유는 있을 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