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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수 Feb 20. 2024

30대후반 레즈비언 부모님께 커밍아웃 하기

[경수네 이야기 3]

영상이 편하신 분들은 아래 유투브 링크 클릭해 주세요.

https://youtu.be/hhzx0Nym0PY?si=jUwyTvT5cIl2kd35


안녕하세요. 목마른 놈이 먼저 우물파는, 40대 레즈비언 윤경수입니다. 반갑습니다!

지난 글에서 30대 후반에 커밍아웃하고 주변의 반응에 대해서 말씀 드렸는데요. 3가지 유형이 있었죠. 1번 속성 인정형! 2번 걱정형, 3번 뚝딱이형 이었습니다. 사실, 저희 부모님과 제 애인 부모님께 커밍아웃하는 과정도 같이 했었는데요. 제가 퀴즈를 드릴게요. 저희 부모님은 몇 번 이셨을까요? 저는 38살에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했는데요. 놀랍게도 저희 부모님은 1번 이셨답니다!    



2021년 8월, 3년전에 제 애인을 ZOE라는 앱을 통해서 만났어요. 저는 첫눈에 반했었는데요, 저희 러브 스토리는 따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 그렇게 6개월을 사귀고, 저희는 동거를 결심했어요. 그리고 주변 지인과 가족에게 알리는 것을 결심 했습니다. 저는 38살이었고, 애인은 35살이었는데요. 둘 다 꽤 늦게 부모님께 커밍아웃 하는 거였죠. 먼저 저부터 커밍아웃했는데요. 엄마와 카페에 가서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이 여자고, 이제 같이 살거라고 하니, 엄마는 웃으면서 ‘응 잘됐네~ 니가 행복하면 됐다’ 라고 하더라고요. 엄마는 웃었는데 저는 폭풍 눈물에 오열했었어요. 엄마는 ‘혼자 늙으면 서러운데, 같이 늙어갈 사람이 있다는게 얼마나 좋니?’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사실 엄마와 따로 산지가 좀 되었기도 하고, 나이도 좀 있어서, 엄마는 제가 결혼 안할거라고 생각했는데, 파트너가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아빠와는 제가 사이가 안좋아서 한 참 뒤에, 저희가 동거시작하고 저희 집에 초대했는데, 아빠가 ‘가화만사성’ 이라고 봉투에 적어서 금일봉을 가지고 왔더라고요. 아빠도 쿨하게 인정 했던 것 같아요.

아빠가 주신 금일봉

반면에 저희 애인은 저보다 훨씬 가족이 끈끈하고 화목한 분위기 여서 이야기 하기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희 애인같은 경우엔 어머니, 아버지가 굉장히 사이가 좋으시고 특히 아버지가 제가 본 한국 아버지 중에서 가장 가정적이고 자식에게 정이 많은 분이었거든요. 애인은 먼저 가장 친한 이모에게 커밍아웃 하면서 바로 저를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어요. 가족 중에 가장 잘 받아들일 것 같은 사람이 그 이모라고 하면서, 그 이모네 집에 제가 좀 갑자기 초대되어서 커밍아웃까지 한 큐에 해결했어요. 그런데 이모분도 너무 흔쾌히 받아들이시는 거에요. "너희들 행복하면 됐다~ "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제 애인 부모님께 커밍아웃하는 것을 도와주시겠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해서 합동 작전을 하기로 했죠. 이모님이 먼저 애인 부모님에게 ‘제가 너무 좋은 사람’이라고 계속 밑밥을 깔아주셨어요. 그리고 설날 즈음에 부모님에게 애인이 이야기를 했어요. 먼저 동거부터 이야기 하고, 여자라는 것을 밝혔는데..사실 아버지는 티를 많이 안내셨는데, 어머니는 좀 많이 충격 받으신 것 같았어요. 한 일주일 이주일? 정도. 모감 져 앓아 누우실 정도로 충격을 받으셨는데, 제가 사실 애인 부모님을 저희 부모님 보다 더 좋아하거든요. 애인 어머니께서 한 2주뒤에, 받아들이신 것 같아요. 그래서 명절 때 제가 집에 찾아가고 그렇게 첫 인사가 시작 된 것 같아요. 다행히도 양쪽 부모님 다 서로의 파트너를 괜찮게 보신 것 같아요. 그때가 2022년 1월, 2월 즈음이었는데, 설날 명절을 양쪽 집에 다 찾아뵈면서 인사 드렸던 것 같아요.   



사실 제 부모님에게 커밍아웃하고 저는 부모님하고 관계가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자라오면서 부모님이 많이 싸우시고, 제게 안좋은 행동을 많이 하시고 문제가 해결이 안되서 30대 초반부터 좀 많이 멀어져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제 부모님이 제 애인을 정말 좋아해 줬어요. 그래서 중간에 소통이 되게 되었다? 라는 느낌입니다. 특히 엄마가 애인과 친하고 둘이 좀 애틋한 관계고 그래요. 그런걸 보면 좀 신기합니다. 제가 엄마 욕을 하면 애인이 그러지 말라고 말리고 "나는 여보 어머니 믿어~" 라고 말하는 식이에요. 애인의 부모님은 원래 훌륭하신 분이어서 저에게 생일때나 명절때나 항상 잘해주시는 편인데, 원래 우리 엄마는 제게 생일 선물 하나 안해줬던 사람인데, 제 애인 생일도 챙기고 얼마전엔 우리 둘에게 금반지를 맞춰주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생각에 참, 사람이 변하기도 하는 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다 제 애인 같기도 하고 신기하고 그렇습니다.

애인이 나의 어머니에게 쓴 편지

저번 글에도 말씀드렸듯이, 제가 커밍아웃했을때 ‘부모님한테는 뭐하러 말하냐, 말하지 마라’ 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었죠. 저희 부모님은 오히려 쿨하게 받아들이셨습니다. 사람이 자기 본래의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다 있습니다. 그것을 부정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좀 답답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꼭 자기는 자식자랑, 남편 자랑, 가족이야기 제일 많이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죠. 내로남불이 아닐수 없습니다. 아무튼 가족에게 한 커밍아웃 스토리는 여기 까지입니다. 다음 글에서 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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