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꿀처럼 달콤한 3일짜리 통 휴식을 얻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명분과 의미를 찾아다니는 습관이 있는데, 지금이 딱 그랬다. 두달 전 바뀐 '나'의 역할 때문에 고민이 생긴 것.
분명 본업에서 글을 쓰고 나의 부캐가 사람을 만나러 돌아다니며 에너지를 채웠다면 그 상황이 반대가 됐다. 요즘은 점심마다 새로운 기자들과 밥을 먹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내가 계속 말도 걸고 얘기도 하고 뉴스도 보고 예능도 보고 영화도 봐야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미션이었지만 역할을 뺏긴 나의 부캐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새로운 취미를 살려보자! 부캐가 글을 써보는 것은 어때? 그래서 내 브런치에 쌓여있는 먼지도 치울 겸 이렇게 글을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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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는 무관하지만 모임의 키워드가 '가족'인 것을 보고 2년 전에 봤던 사주가 떠올랐다. 20대의 '나'는 막연하게 사주라는 것이 있다는 것만 인지했을 뿐 신뢰를 하진 않았다. 타로도 마찬가지였고. 그런데 친한 동생이 데려간 2021년의 첫 날 그 생각이 바뀌었다. 내 사주를 풀어보더니 선생님이 했던 한 마디.
"이런 말 조심스럽긴 한데.. 가족 운이 없었어. 힘들었겠다."
'.......?'
그랬다. 그 때부터 사주를 믿었다. 이 얘기 외에도 수 없이 많은 것들이 들어맞았고 정말로 운명이라는 것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 관련된 여러가지 문항들에 대해 살아온 환경 때문인지 되게 사고가 열려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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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초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운세에 대해서 정말 궁금해한다. 2년 전 사주를 보러간 나도 내 운명이 궁금해서 본 것이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운을 확인해보곤 한다. 2년 전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사주를 믿게 했던 일. 그 이후로 나는 조금씩 시간될 때 타로카드를 공부했다. 벌써 1년이 됐네, 얼마 전 오프라인 매장에서 새롭게 카드도 샀다. '타린이'를 탈출해보기 위해서.
운이 좋게도. 좋은 기회가 왔다. 정말 뜬금없게도. 두달 전 바뀐 나의 역할 속 본업에 타로가 스며들었다. 회사의 분위기도 규모도 이전과 정반대로 바뀌었는데, 내 주변 자리에 계신 분들이 여성분들이 많아졌다. 평온한 일상 속 하루의 어느 점심시간, 주말에 친구에게 타로를 봐줬다는 이야기를 한번 했을 뿐인데 우리 층에 소문이 다 나버렸다.
"매니저님, 혹시 시간되면 타로 한번 봐줄 수 있어요?"
그렇게 한 30명 정도 봤을까. 이제는 조금만 더 공부하고 봐주다 보면 타린이를 탈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부캐 영역에서 조금 진득하게 타로를 배워보고자 한다. 책도 보고 영상도 만들어 보고 스케일도 키워보고. 세상에, 나의 본업과 부캐의 연결고리가 타로가 될 것이라고는 정말로 상상할 수 없었다. 인생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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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을 어떻게 해야 '안녕'할까.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탈 없이 편안함'이라는 안녕의 정의와 가장 부합한 시기기도 했다. 지금까지 살아온대로 공놀이(스포츠)로 북치고 장구치며 시간을 보내고, 내 영역 안의 취미들만 '소비'하지 않고 뭐라도 '생산'하는 방식이면 문제 없을 것 같았다.
근데 그러면 2024년'만' 안녕할 것 같았다. 그래서 바꿔보기로 했다.
글을 잘 못 쓰지만 글쓰기를 좋아했었고, 타로마스터라 불리기엔 부끄럽지만 타로가 좋다.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내 것으로 만들어나갈 때 완벽한 기회와 타이밍이 함께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