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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화랑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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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랑 Jul 27. 2022

행복을 갈망하는 자들, 이렇게 많습니다


부동산으로 행복을 찾기 위한 좋은 제도가 하나 있다. 바로 청년들을 위한 '행복주택'. 행복주택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청년들이 대다수이지만,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공짜 로또와도 같은 제도다. 2022년 어느덧 직장을 다니고 나서부터야 슬슬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왜 이렇게 늦게 알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함께 들면서 말이다.


나는 행운인지 불행인지 대학생 기간동안 기숙사는 경험해봤으나, 자취생활을 겪어보지 않았다. 그래서 월세방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노크해본 적도 없고, 전세와 매매, 청약 관련해서 1도 모른다. '어렴풋 독립을 하게 되면 월세방을 구해야겠거니~' 막연한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 중소기업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한창 유행해서 '최소한의 이자로 전세를 살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런데, 요즘 부동산 뉴스들 보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진다. 금리가 올랐다고 하면서 연일 이자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청년들이 전세대출 받았다는 얘기가 정말 우연히도 주변에서 잘 들리지 않고 있다. 반대로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만 눈에 보인다. 이러니 '부동산 알못'인 뉴비 입장에서 큰 돈이 왔다갔다 하는 정글에 선뜻 발을 내딛을 수 있겠는가. 


이런 와중에 한 가지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 안에서 이른바 '행복주택'에 당첨돼 월 5만원만 내고 기존 전세방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는 지인의 이야기다. 기존 전세방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봤는데, 서울 내 아파트로 이사한다니 나에게는 문화대혁명 수준이었다. 실제로 보증금은 적지 않은 편이긴 했지만 월 10만원도 내지 않는다는 내용은 사실이었다. 경쟁률을 물어보니 10:1에서 20:1 사이라고 답했다.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행복주택이라고 통칭하는 제도 안에는 여러가지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 공고가 올라왔다. 그 중 이번에 '2022년 1차 행복주택'과 '2022년 1차 역세권청년주택'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일까. 지원은 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뚝딱뚝딱 공인인증서 기타 등등 확인해서 가고 싶은 단지들을 선택해 각각 지원을 했다. 물론 1순위 요건은 잘 봤고.


그런데, 먼저 공고가 뜬 '2022년 1차 행복주택' 경쟁률 발표된 내용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 내가 지원한 곳 경쟁률이 573대 1이라니. 내 회사 후임자 뽑을 때 경쟁률 550대 1은 봤어도, 그보다 높은 경쟁률이 바로 나의 일이라니. 어지러웠다. 


3명을 위해 1,721명이 모였다.

이런 경쟁률이 비일비재했다. 같은 서울 안이어도 모두가 서울의 중심부의 행복주택에 거주하고 싶어 한다. 행복주택을 전도해준 지인의 지역은 서울 강동구 강일동인데, 강동구에서도 가장 동쪽에 위치한 곳이었다. 단지 후문으로 나가면 하남시로 이어질 정도니 인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봐야 14:1이었다) 이 경쟁률을 지인에게 얘기했더니 "나 또한 중심에 가고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라고 답했다.


역세권 청년주택 경쟁률. 나는 '22'라고 쓰여있는 곳의 '청년'에 지원했다.

나에게는 아직 1코인이 더 남았다. '2022년 1차 역세권 청년주택' 경쟁률도 물론 비현실적이다. 150대 1이 우습게 넘었으니까. 43명을 선정하는데 6,500명이 몰렸다. 역세권 청년주택 1순위 조건에는 해당 주택이 속해있는 서울 내 자치구랑 자신의 접점이 있어야 한다. 즉 자신의 거주지, 혹은 소득활동지가 강남구라면 강남구에 속한 역세권 청년주택을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6,500명이 몰렸다고? 과연 이 사람들이 나와 같은 1순위 조건을 충족한 사람일지 혹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43이라는 숫자만 보고 지원한 것일지 궁금하다. 허수를 뺀다고 해도 물론 충격적인 경쟁률이다.


나의 집은 존재할까?

<행복주택>은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계층으로 나뉘어 아파트급 주택을 신청하는 개념이고, <역세권 청년주택>은 대학생 혹은 청년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소형주택을 신청하는 개념이다. 당첨만 된다면 전자가 조금 더 넓고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지만, 역세권이 아니거나 경기도랑 다를 바 없는 서울 변두리에 위치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도 개인적으로는 <역세권 청년주택>에 조금 더 마음이 간다. 


이번에 나 스스로 두 번의 신청을 해보면서 알아보는 절차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모집 공고를 평소에도 알아서 잘 찾아보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지만, 굳이 불특정다수에게 홍보를 할 필요가 없으니 모르고 지낸 사람이라면 끝까지 모를 수 밖에 없었다. 또 혹여나 서류제출대상자로 선정될 것에 대비해 월세와 보증금 납부는 언젠지, 입주는 언젠지, 대출은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등 다 알아봐야 한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소득분위 등등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런데도 573:1이라는 경쟁률이 나온다. 또 수십개의 주택 중 단 한 곳일 뿐인데 6,500명의 2-30대 1인가구 청년들이 지원한다.


2022년, 행복을 갈망하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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