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사람이 홍보 직무라는 일을 커리어의 베이스로 삼을 것이라고는 불과 2달 전까지도 예상하지 못했다. 내 홍보팀 첫 커리어가 2020년에 시작했는데, 2023년 11월까지 몰랐다. 아니 어쩌면 회피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었겠지. 스포츠판에서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겠다는 생각을 갖고 대학생활을 시작했고 뛰어들었고, 나름 긴 호흡을 가지고 스포츠캐스터, 스포츠기자 등 준비를 할 수 있을만큼 했다. 그랬기 때문에 첫 직장을 어쩌다가 프로야구단에서 보낼 수 있었고. 하지만 스포츠는 좋아도 홍보가 좋았던 것은 아닌 나는 본업을 스포츠판에 두는 것이 내 '부캐' 커리어를 막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엑싯을 했다. 강점과 약점을 모두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야구단 홍보팀 일을 버리고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올리는 것에만 중점을 뒀다. 그런데 돌고 돌아 정말 우연처럼 홍보팀에 다시 돌아오게 됐다. 물론 스포츠판은 아닌 채.
앞으로 이야기할 날이 많겠지만, 나름 세상의 억까를 조금 당한 20대를 보냈다고 생각하던 차에 세상이 나에게 "이만하면 만족하니?"라고 묻는 것 같았다. 그렇게 두 번째 홍보 커리어가 두달 전 시작했다.
홍보인 이화랑 ver.2 가 되면서 야구단 홍보팀 업무와 현재 일반 산업군의 홍보팀 업무가 절대적으로 많이 비교가 되고 있다. 자연스레 그 때 업무를 복기하고 또 정리할 기회도 생겼고. 그래서 돌이켜보며 '야구단 홍보팀이 하는 일'에 대해서도 정리를 해봤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청년들에게는 킬링 콘텐츠가 될 수 있으니까. 아무튼 어린 학생들이 자신의 또렷한 주관을 갖고 스포츠산업군에 뛰어들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본 글은 <스포츠잡알리오> 카페에 스포츠산업 직군으로 진로를 희망하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구단 홍보팀이 하는 일>
1. 언론 대응은 무슨 일일까?
언론을 상대하는게 정확하게 어떤 일인지 많이 궁금해 하십니다. 일반적인 기업에서 언론 대응은 자사에서 만들어진 PR자료를 외부에 송출하고, 보도자료가 기사화될 수 있게끔 기자 미팅을 밖으로 돌아다니고 연락을 돌리는 등의 일이 될 것입니다. 물론 부정기사를 막고자 미팅을 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야구단은 구조적으로 조금 다릅니다. 고정적으로 이벤트가 야구장에서 열리게 되고, 기자들이 먼저 이벤트가 열리는 곳으로 직접 찾아옵니다. 경기는 무조건 진행되고 승패에 따라서 기본 기사의 아이템도 정해집니다. 홍보팀은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인터뷰 준비, 기자실 지원 등의 업무가 주가 되겠죠. 그래서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야구단 홍보팀도 구단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 많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주기적으로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매일 열리는 야구 경기보다 업무상 밸류가 높지 않을 것입니다. 경기에 맞춰 대부분의 업무 루틴이 돌아간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아 참, 원정 경기도 당연히 지원 갑니다. 구단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기에 홍보팀은 원정도 따라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2. 인터뷰 준비
꼭지를 따로 빼야 할 정도로 경기장에선 정말 많은 인터뷰가 진행됩니다. 미디어를 우선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방송 중계진, 기자단(방송), 기자단(신문)으로 말이죠. 각자의 기자단들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중계진은 경기 전후로 주요 선수들을 인터뷰해서 중계 중에 송출합니다. 혹은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도 내보내곤 하죠. 방송 기자단은 그날 경기의 승패와 상관없이 스포츠뉴스 시간에 내보낼 특정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마지막으로 신문 및 온라인미디어 기자단은 경기 전후 감독 인터뷰, 선수단 인터뷰 등을 하게 됩니다. 홍보팀 입장에선 한꺼번에 하면 좋을텐데 아쉽게도 경기 전과 경기 후 이 인터뷰들이 순차적으로 다 이뤄집니다. 특히 경기에 승리했을 때는 수훈선수 인터뷰를 해야 하니 중계진-기자단 순으로 진행되겠죠. 또 특정 기자가 따로 요청하는 선수 코멘트도 있다면 그 또한 챙겨야 하고요. 요즘엔 각 구단별로 진행하는 소셜 미디어들의 인터뷰도 있어서 이 부분도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매번 선수들에게 인터뷰 사실을 하나하나 다 말해줘야 합니다. 경기 전에도, 경기 후에도요.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 과정에서 별 다른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수의 루틴을 방해하는 타이밍에 들어오는 인터뷰 요청도 있을 수 있겠죠. 또 부진하고 있는 선수에게 인터뷰 요청이 들어올 수도 있고요. 워딩으로 보이는 일이 전부가 아닐 수 있습니다.
3. 보도자료 작성
평일 6시30분 경기 기준으로 프런트들은 대부분 1시~2시에 출근을 합니다. 그날 배포되어야 할 경기 외적인 보도자료 사항이 있다면 그 때 대부분 작성을 하게 됩니다. 마케팅 팀과 협의해서 내보내야 할 자료도 있을 것이고 운영팀에서 자료를 받아 작성하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것은 하면 됩니다. 미디어 생태계를 어느정도 알고 계신 분들이라면 생각과 현실에 그렇게 큰 차이가 없습니다.
4. 나머지 업무들은 무엇일까?
시즌 중, 특히 홈 경기가 있는 날의 홍보팀은 대부분 미디어 지원과 관련된 여러 소소한(?) 일들을 합니다. 취재기자실과 사진기자실 상태 확인하고 매일 업데이트 되는 기록지를 뽑고 복사 돌리고 간식 채워넣고 기자단 안내하고 기사 모니터링하고 인터뷰 준비하고 기자단 식사 준비하고 예상달성 기록들 챙기고 나서 앉아 보면 1회초가 시작했겠죠. 기록 관련 체크를 수시로 하며 선수들이 달성한 주요 기록들에 대해서는 기자단 상대로 브리핑도 진행됩니다.
이 밖에는 비시즌 중에 전지훈련 동행하는 것과 시상식 등 행사 때 지원과 같은 굵직한 업무들이 있을 것이고요. 수시로 미디어가 요청하는 이런저런 사항들을 해결해주면 됩니다. 저는 당시에 구단 홈페이지 관리도 했는데 설마 홈페이지 관리를 홍보팀이 하는 다른 구단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워라밸은 어떤가요?
프로야구 경기는 평일에 밤에 열리며, 주말에도 열립니다. 구단 홍보팀은 앞서 언급했듯 원정경기를 동행해야 합니다. 경기를 하는 시간대가 일반인들의 여가시간인 점을 고려한다면 절대적 의미에서 워라밸의 기준이 일반인과 다르게 설정되어도 좋다는 각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홍보팀은 그 중에서도 조금 더 어렵습니다. 원정 경기에 동행하지 않는 부서보다 주말에 근무하는 빈도가 많을 수 밖에 없고 경기가 끝난다고 즉시 퇴근할 수도 없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기자단이 퇴근을 해야 기자실 마무리를 할 수 있으니까요. 또 경기 후 식사 자리가 있을 수도 있겠죠. 야구가 없는 월요일날은 보통 쉽니다. 하지만 홍보팀에게 이런저런 문의가 올 수 있겠죠.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니, 모든 내용이 다 들어간 것인지 계속 돌아보게 됩니다. 조금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다면 어떤 방법으로도 물어보셔도 됩니다. 전체 공개가 어려운 사항에 대해서는 쪽지 등으로 물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