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첫번째 일기장
#어쩌다 팔꿈치
2024년의 첫 평일의 시작부터 다사다난했다. 연예게와 정치계 뉴스 알리미가 아침부터 울려대며 2024년이 왔음을 요란하게 알렸으니까. 그런데 남의 집 불구경을 할 때가 아니었다. 지난주, 그니까 2023년 연말 마지막 남은 악의 기운이 오늘까지 나를 덮치고 말았다. 왼쪽 팔꿈치가 무슨 온천수마냥 열이 받아있었으니.
새해 연휴가 시작할 때 즈음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부어있어서 만지면 통증이 있었다. 그런데 연휴 전부터 팔꿈치가 땡기는 느낌이 있었고 불과 두어달 전 시작한 골프 연습의 성장통이라고 오판했다. 근데 통상 운동에 의한 뻐근함은 쉬면 낫는데, 얘는 그렇지 않았다. 계속 부어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물이 차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얼음찜질을 해도 잠깐 좋아질 뿐 또 금방 돌아왔다. 얼마나 뜨거웠으면 조그만 아이스팩을 갖다대는데 10분이면 녹아버리더라. 아니 무슨 내가 운동선수도 아니고 뭘 한다고 팔꿈치가 부어 미치겠네.
그렇게 새해가 되었고, 1월 2일 아침에 일어난 나는 병원을 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옷을 입는데 불편함을 느낄 정도면 병원에 가야겠지. 그런데 퇴근하고 가려고 맘먹은 시간이 다가올 수록 통증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움직임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고. 그냥 가지말까와 원인이라도 알아볼까 고민의 끝은 가보기로.
놀랍게도 내 인생 첫 정형외과다. 그동안 피부가 찢어져서 성형외과를 가본 적은 수 차례 있어도 외상 등을 입어 정형외과를 간 적이 없다. 30대의 시작을 상큼하게 정형외과에서 하게 될 줄이야. 정형외과에 들어가는데 문 앞에 놓여있는 커다란 LG트윈스 유니폼이 나를 반긴다.
'LG트윈스 필드 닥터 OOO'
오. 신뢰감 자동 상승.
의사선생님은 외관의 상처부터 찾았다. 나는 '골프엘보'를 의심하고 간 것인데, 의사 쌤 왈 골프엘보는 팔꿈치 안쪽이 문제가 생겨야 한단다. 나는 팔꿈치 바깥쪽이기 때문에 내가 포핸드 방향으로 무언가를 치는 운동을 한 것이 아니고서야 문제가 있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상처에 의해 감염되어 팔꿈치 내부가 부풀어오른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 그것이 맞다면 좀 심각할 수 있다는 걱정이자 협박과 함께.
연초 첫날부터 병원 마감시간에 온 환자에게 X레이 찍고 초음파 찍고 진료보고 결국 내부에 차있는 모종의 액체를 뽑았다. 아주아주 다행히도 투명한 물이 나왔다. 투명하지 않은게 나왔다면 감염되었단 뜻인데, 그것은 아니란다. 그래서 더 의문. 그러면 대체 물은 왜 생긴거야?
그래서 왼쪽 팔꿈치에 압박붕대 세바퀴 감는 것으로 오늘의 진료는 종결됐다. 뼈는 아무 이상이 없고 손끝 감각에도 영향이 없어서 이렇게 타이핑도 멀쩡하게 할 수 있기는 한데, 항생제도 먹어야 한다고 하고 피곤한 며칠이 될 것 같다.
내가 그렇게 평소 왼쪽 팔꿈치를 혹사하는 자세로 살아가나? 라는 반성을 해본다. 아 그냥 나도 회사나 내 단골 PC방처럼 넓직한 키보드에 데스크탑 세워놓는게 그리워. 가뜩이나 눈도 안좋은데. 철없는 소리겠지? 죄송합니다 부모님. 주어진대로 최대한 잘 살게요. 내 손으로 할거면 그냥 내가 다 세팅해놓아야지 대안없는 문제제기는 뭐다? 죄악이니라.
아무튼 그래서 '요양'하고 '골프금지'하라는 LG트윈스 필드 닥터 출신 선생님의 말씀으로 골프는 한달 정지를 하기로 했다. 내 팔꿈치 부상이 12월의 악운이라고 난 굳게 믿고 싶긴 하나 몸 조심해야지. 이참에 글쓰기 챌린지 열심히하고 타로 공부 열심히 하고 몸보다는 머리와 정신력으로 할 수 있는 것들에 신경씁시다. 적어도 1월은 그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