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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랑 Jan 04. 2024

로또 세 장

2024년 두 번째 일기장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약간(?)의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 그것이 더 건강한 삶을 위한 결심일 수도 있고 더 똑똑해진 뇌를 갖기 위한 시간을 구매하는 일일 수도 있겠지. 나 역시 4일 째 글을 무탈하게 잘 쓰고 있다는 사실에 소소한 만족을 느끼고 있다. 이미 12월에 자체적으로 임상실험을 해본 결과 3주 째에 고비가 온다. 그 때까지 글쓰기가 습관이 되어야 할 텐데.


오늘은 1월에 구매할 3장의 로또 중 1장의 번호를 기입하는 날이었다. 현금을 받는 로또는 아니고 내가 6년 정도 거주할 수 있는 집에 대한 임시 권리를 부여받는 것이다. 임대주택이 로또가 맞냐고? 하.


행복주택이라고 불리는 임대주택에는 종류가 여러가지가 있다. 일반인 모두에게 오픈된 행복주택은 통상적으로는 신혼부부들 물량이 가장 많은 편이고 고령자와 청년, 대학생들에게도 제공된다. 나와 같은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가장 노리는 임대주택은 '청년안심주택'으로 일컬어지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나오는 집이다. 청년안심주택은 신규공급의 경우 대부분 새로 임대주택용으로 지어지는 중이기 때문에 당첨만 된다면 신축에서 살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한편 '매입임대주택'도 있다. 이는 이미 지어져있는 구축 주택을 LH(한국주택도시공사)나 SH가 구입을 한 뒤에 임대주택 모집을 받는 것이다. 이 역시 청년에게 해당하는 물량이 있기 때문에 도전할 만 하다.


1월에 사볼 로또 세 장은 다음과 같다.


LH 매입임대

1월2일~1월4일 접수 / 종로 숭인동 주택

SH 행복주택

1월9일~1월11일 접수 / 공덕동크로시티

SH 매입임대

1월15일~1월17일 접수 / 천호동 펠리체65 or 용답동 와이하우스


나름 물량이 그래도 한 자릿 수가 아닌 지역 중에서 강남으로 출퇴근 하기 지금보다 수월한 곳만 골라서 선택해봤다. 이번에 로또를 3번이나 구입할 수 있는데 저 중 2장은 허수다. 1부터 45번까지 나오는 로또 추첨기계에서 강제로 46번을 쓰는 로또가 2장이 섞여있다. 



나는 LH 매입임대와 SH 매입임대에서는 2순위다. 1순위는 차상위계층, 기초수급자, 한부모 가족 등이 해당한다. 솔직하게 매번 1,000개의 물량이 나오는 임대주택 공고마다 이를 흡수할 1순위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어느 주택을 선택할지도 복불복이기 때문에 한 자릿 수의 적은 물량 주택만 피하면 크게 영향은 없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위의 그림에 있는 '타지역 출신' 가점이다. 부모가 무주택자인 경우 2점, 부모가 타지역 출신일 경우 추가로 2점을 준다. 나는 나와 부모가 서울에 거주하지만 무주택자이기 때문에 2점이다. 만약 서울이 아닌 곳에 자가가 있는 부모 밑에 있는 지원자가 있다면? 2점이다. 


2022년에 당시 '역세권 청년주택'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던 시절에 이 제도를 알게 된 이후, '타지역 출신' 가점이 생기기 직전 딱 1번은 서류를 합격해서 최종 추첨까지 간 일이 있었다. 그런데 2022년 하반기부터 제도가 바뀌어서 서울 내 자치구가 추첨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소득으로 1/2/3순위를 구분한 뒤에 2순위 해당하는 사람들은 가점으로 승부를 가리게 됐다. 그 이후 나는 단 한번도 서류 합격의 문턱을 통과한 적이 없다.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지인 A에게 물었다. 비교해보니 나와 모든 조건이 같았다. 그런데 부모 역시 경기도민이기 때문에 추가로 2점을 더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서류를 뚫어본 경험이 없단다. 


엇 그럼 나는....?


애초에 1등이 당첨될 수 없었던 로또를 사고 있었다.


그 뒤로는 많은 부분에 있어 마음을 비워놓고 있다. 이제는 임대주택 보증금과 월세가 얼마인지도 세세하게 따져보지 않고 있다. 당첨이 되야 보증금이 의미가 있는 논의일테니 그냥 지역만 보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딱 하나, SH 행복주택에 한해서만 저 가점 규정이 없다. 소득분위보다 자신의 거주 지역 및 자치구가 더 중요하게 책정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 직장인 서초구의 청년 대상 행복주택 매물이 없다. 서초구 물량이 단 하나만이라도 있었어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하려고 했는데 세상의 억까를 당해버렸다. 그래서 그냥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이면 누구나 1순위를 받을 수 있는 일반전형으로 괜찮아보인 공덕동 행복주택을 택했다. 마치 수능도 안봤는데 연세대학교 논술시험을 보러가던 19살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분명 청년들에게 시간을 벌어주고자 임대주택을 모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적당한 회사에 다니면서 소득분위는 어째어째 맞출 수야 있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인 우선순위는 계속 점유하지 못하면서 이러다가 내가 월급 올라 돈벌어서 독립하는 것이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대학생처럼 본인이 아예 소득이 없다면 소득 분위에서 가점을 더 받을 수 있어 유리할 것이다. 전국의 대학생들이여 조금만 머리를 쓰면 나처럼 장수생 안되고 빨리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한 줄 요약

- 나와 부모 모두 무주택자인데 서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서울 내 임대주택 지원에 상대적 불이익이 있는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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