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세 번째 일기장
야구를 좋아하는 나는 단순히 야구를 소비하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나의 흔적들을 남기고 싶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내 생각들을 써보기도 하고, 방송도 하고, 일도 해보고. 그런 것들. 그러면서 지난 해에는 처음으로 KBO에서 열리는 기록강습회를 참여했고 수료증을 받았다. 그것도 몇 년간 평일인 점을 고려해 시간도 못 빼고 선착순 신청도 실패해 못 갔던 것을 겨우겨우 마음먹고 부산까지 가서 받은 것이다. 아무튼 단순 수료증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싶었다. 기록강습회 수료증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주는 두 번째 스텝, 전문 기록원 과정을 참여하고 싶었던 것.
친구 중에 한 명이 전문 기록원 과정까지 수료 및 자격증을 가졌다. 그 친구는 실제로 KBO 기록원 인턴에도 합격해 활동했고 언제든 공채가 뜨면 달려들 기세였다. 나는 그정도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문기록원 과정을 수료하면 조금 더 시야 넓힌 활동들을 이어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앞으로 생활체육으로서 야구가 얼마나 더 넓어질텐데, 소소한 N잡거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플랜은 매우 훌륭하고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KBO 전문기록원 과정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4주간 토요일, 일요일 합쳐 총 8번 수업을 듣고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목금토 진행하는 기록강습회보다 어쩌면 더 직장인이 할 수 있기 편하게 되어있어서 2월 스케줄만 잘 조절하면 되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해 기록강습회가 갓 끝났던 시점에서 전문기록원 과정이 열리지 않았다. 이유는 코로나19 상황을 보던 KBO가 기록강습회 자체를 1월말~2월중순에 개최하면서 곧이어 연습경기, 시범경기 등이 열리니까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고 한다. 이해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이유가 충분히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코로나19가 감기취급을 받고 독감보다 안 무섭다고 생각하는 2024년 1월. 새해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록강습회 공지가 KBO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아는 지인이 들어보겠다고 하면서 소식을 알려줬다. 그래서 속으로 나는 '올해는 드디어 전문기록원 과정들을 수 있겠구나'를 외쳤다.
기록강습회 일정이 2월 첫주까지 살짝 넘어가기는 하지만 전문기록원 과정을 만들라면 그래도 만들만한 여유가 있어 보였다. 3월 말 개막하는 정규리그, 그 앞에 시범경기 일정이 있다고 해도 4주정도 여유는 충분히 있어보였기 때문.
"올해는 전문기록원 과정이 열리지 않습니다"
1월 4일 게시판에 올라온 KBO 측 답변. 혹시나 싶어 Q&A를 찾아본 나는 너무나도 단호한 이 한 마디에 상심해버렸다. 나름 2월에는 큰 스케줄을 만들지 않고 자기계발을 하려고 했더니. 아니 심판아카데미도 그렇게 열심히하고 기록강습회도 1월초부터 공지를 올려놓고 왜 전문기록원 과정은 안열어??? 대체 몇년동안 이 과정을 그러면 열지 않고 있는 것인가.
일을 안하나? 왜 일을 안할까? 단순히 돈이 안되서? 기록원 공채 뽑을 일이 없어서?
굳이 이해를 해보자면, 2024 프로야구 시즌을 앞두고 달라지는 것들이 많다. 가령 후반기에 시행된다는 피치클락도 그렇고 야구 기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개편된다. 꼭 1군에서 시행하지 않아도 퓨처스에서 시행하면 기록원들은 당연히 또 바뀐 룰에 숙지해야 할 것이고. 이런 것들이 몇 가지 있어서 '과도한 업무'를 방지하고자 KBO가 기록원들에게 배려한 것인가........?
솔직히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전문기록원 과정을 열지 않을 것이면 그냥 자격증 시험을 이 참에 만들고, 전문기록원 과정을 인강으로 만들었으면 싶기도 하다. 매년 현장강의를 고집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보수적 집단인 KBO의 현실성을 당연히 배제하고 내는 의견은 맞는데, 아마 하려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아쉽다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