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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랑 Jan 15. 2024

그 놈의 프로야구 중계권이 뭐길래


코로나19가 풀리고 스포츠 산업이 호황을 맞이했다. 어느 종목의 예외 없이 대부분의 종목들 인기 수치가 눈에 띄게 올라갔으며, 이는 관중과 굿즈 판매 수입 등 모두를 포함한다. KBO리그라고 다를 것 없다. 아마 2024년까지는 별 다른 문제 없이 2023년에 준하는 인기 수치를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올해 아주 큰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우리가 집에서 야구를 보는 방식이 바뀐다. 물론 TV를 통해 라이브로 야구를 시청하는 사람은 달라질 것이 없다. 그런데 내 PC에서 혹은 내 스마트폰에서 야구를 실시간으로 보는 방법이 바뀐다. 더는 네이버나 스포키, 아프리카TV, 카카오에서 볼 수 없다. 현 시점까지는 그 권리를 OTT 중 하나인 '티빙'이 가져갔다. 



티빙을 소유하고 있는 CJ ENM은 우리가 잘 알고있는 'TVN' 채널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들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곳이다. 사실 티빙이 그동안 스포츠와는 그렇게 큰 접점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는데, 쿠팡플레이가 워낙 스포츠로 많은 지분을 차지하면서 커지고 있던 찰나에 CJ가 티빙을 앞세워 프로야구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자 한 것이다.


중계 제작은 방송사가, 뉴미디어 유통은 티빙에서

KBO가 중계권을 파는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아주 먼 옛날에는 방송사에다가 모든 중계권 권리를 팔면, 방송사에서 TV로만 송출하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포털사이트가 생겨나면서 뉴미디어에서 야구를 보는 방법들이 하나 둘 생겨나곤 했다. 그런데 방송사들은 뉴미디어로 중계를 송출하는 것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이에 포털사이트 등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고 온라인 중계권을 팔았다. 


이에 KBO가 애시당초 중계권을 처음 판매할 때부터 TV와 뉴미디어를 구분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은 TV는 기존의 중계3사와 에이클라(스포티비)가 들어왔으며 뉴미디어는 네이버와 카카오, 스포키, 아프리카TV 등이 나눠서 중계권을 구입했다. KBO 입장에서 양 측한테 동등하게 중계권을 팔았다보니 이 시점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이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해도 괜찮을 법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보는 야구 중계의 제작은 통상적으로 기존 TV 중계 방송사가 한다. 그리고 절대 다수의 시청자가 보는 플랫폼에서는 뉴미디어 컨소시움의 영향력이 더 높다. 이 두 세력간의 힘싸움이 생겼다. 어디서? 제 3지대인 유튜브에서.


TV에 자신들이 제작한 경기를 송출할 권리를 가진 방송사 입장에서는 본인들의 제작 영상 및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길 바란다. 그런데 KBS, SBS, MBC의 스포츠채널들은 각자의 OTT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나마 SPOTV NOW를 가지고 있는 스포티비만이 유일한 플랫폼이 있을 뿐. 따라서 방송사들은 분명 가장 중요한 방송 제작을 하고 또 TV로 송출해서 사업을 하지만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더 많은 영상들을 공급하고 수입을 올릴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통상 다른 일반 방송국처럼 유튜브 채널에 여러가지 영상을 올리고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스트리밍을 하는 방안에 대해서 고려했지만, 이 권리가 뉴미디어 컨소시움이 갖고 있었다. 뉴미디어 플랫폼에 영상을 올리기 위해서는 이들의 허락이 필요하다. 그냥 해줄리가 없지 않은가. '돈 주고 산 권리인데,'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사이트 등의 입장도 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플랫폼 중심으로 콘텐츠가 돌고 더 많은 사람들이 포털사이트 내에서 머물면서 콘텐츠를 소비하길 바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거금을 주고 중계권을 산 것이니까. 각 광고의 단가가 TV만큼 높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방송제작을 전격적으로 하진 않기 때문에 본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니즈에 맞게 올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포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자신들의 플랫폼에 못 올릴 환경이라면 적어도 잠재적 경쟁 플랫폼이 일찌감치 크는 것은 막고자 했다. 그래서 유튜브를 비롯한 플랫폼에 야구 관련 영상이 올라가고, 심지어 커뮤니티에 올라가는 '짤'들까지 통제했다. 한 때 그래서 그것이 큰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다 이유가 있다. 


포털들의 이런 입장에 방송사 입장에서 '제작을 안하고 배 째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간혹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일부 경기는 방송사가 중계를 안하는 경우가 있다. 타 종목의 포스트시즌과 겹친다던가 이슈가 있으면 그럴 때가 있다. 그런데 뉴미디어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그 경기가 방송사들의 선택으로 중계가 안된다고 자신들도 중계를 안할 필요는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직접 중계 제작까지 해서 송출했던 사례가 있다. 절대 방송 중계에 대한 권리를 방송사한테 뺏기지 않는다는 일종의 의지다. 중계제작이 서툴 수 있음에도 뉴미디어 컨소시움의 방송제작능력은 큰 문제가 없었다.



KBO의 목표, 그리고 티빙과 네이버의 입장

중계권을 따로 파는 것이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KBO. 하지만 본인들이 판 중계권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더 많은 팬들의 야구콘텐츠 유입이 막히는 것을 지켜봤다. 이에 예전부터 통합중계권을 팔아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사업자 하나에게 명확한 갑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어쩌면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야구콘텐츠를 팬들에게 제공하는 측면에서 더 활성화된다고 생각하니까. 일리가 있다. 물론 통합마케팅도 농구, 배구보다 느린 KBO가 통합 중계권을 어떻게 팔겠냐 싶지만 어쨋든 마음을 먹은 것이 대단하다.


그런데 이번에 티빙이 계약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2024~2026년까지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최소 통합중계권을 팔아도 2027년이다. 역시 말만 하고 또 특정 이해관계 때문에 시점이 뒤로 미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KBO는 앞서도 말했듯 중계권을 어떻게 팔든 피해만 없으면 된다. 그런데 이번에 티빙이 한 가지 KBO가 좋아할 단서를 달았다. 


'앞으로 유튜브 등 관련 콘텐츠의 업로드 및 2차 재생산을 풀어준다'

KBO가 공중제비를 돌 내용이다. 티빙은 PC보다는 모바일 OTT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이라고 봐야 하는데, 그 OTT안에서 영상을 제공하고 멤버십 등을 판매하는 것이 주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따라서 독점적으로 좋은 콘텐츠만 제공하면 된다. 그리고 이를 부가적으로 더 살리고 싶다면 그들 역시 별도의 '무료 플랫폼'을 찾을 것이다. 그런데 아주 좋은 플랫폼 '유튜브'를 이용하면 된다. 티빙이 우선적으로 여러 경기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풀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이것을 '야구 인기 활성화'라는 좋은 명분으로 얘기할 수도 있다.


한편 그동안 이 권리를 가지고 있던 네이버는 입장이 완전 다르다. 네이버는 유료 영상을 팔아서 돈을 버는 수익구조가 아니다. 포털 플랫폼에 사람들이 찾아와 오랫동안 머물면서 '많이 찾는 플랫폼'이라는 특징을 이용해 B2B 비즈니스 모델이 핵심이다. 뉴스도 공급하고 스포츠도 공급하고 여러 콘텐츠를 공급하면서 플랫폼의 파워를 키우고자 한다. 즉 적당한 가격으로만 사면 라이브를 무료로 푸는지 여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라이브 아니어도 포털사이트에 들어오는 고정 사람들은 얼마든지 많으니까.


그런데 적어도 네이버가 가진 포털사이트 파워를 견제할만한 상대가 안나와야 한다. 네이버가 같이 손잡고 있는 카카오는 톡 기반이니 경쟁상대가 아니고 스포키와 아프리카TV는 영상만 전문으로 공급하는 앱 기반 서비스가 핵심이라고 봐야 하니 역시 경쟁상대가 아니다. 그런데 유튜브는 얘기가 다르다. 젊은 층이 유튜브를 브라우저 시작 화면으로 해놓는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유튜브는 기본 포털사이트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많이 지녔다. 그러니 유튜브에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야구 콘텐츠를 푸는 것을 반대할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네이버는 그래서 최근 론칭한 '치지직' 등 스트리밍 플랫폼을 유튜브를 대신할 대항마라고 생각하고 야구 중계권을 산다면 그 관련 스트리머들을 전격 영입하는 등 하는 식으로 생각했을 것이라 본다. 즉 야구 콘텐츠가 네이버 유니버스 안에서 돌고 돌면서 야구 팬들의 니즈를 점차 충족시킬 계획이었는데 이것이 완전히 틀어진 것이다.


그래서 무료 아니지 않냐고?

솔직히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무료를 안할 수도 있는 시점이. 이미 우리는 어쩌면 사람들의 삶에 희망을 주는 손흥민 축구 경기도 유료로 보고 있다. 스포츠 관련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논리에 있어서 작은 의미로는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국가대항전을 의미하지만 큰 의미에서는 아주 옛날 레슬링 김일, 골프 박세리, 야구 박찬호, 축구 박지성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동일한 기준에서 손흥민 중계 관련으로 예외 사례가 발생했다. 한국 프로야구를 보는 것과 손흥민 축구 경기를 보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보편적 시청권 논리를 적용하는 게 맞을까? 나는 후자라고 본다.


SPOTV가 해외축구 중계권을 독점적으로 가져간 것도 꽤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큰 돈을 주고 사와서 유료로 파는 것이 꽤 큰 비즈니스모델이라고 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 물론 유료에 맞는 서비스를 당연히 잘 해줘야 하는데 SPOTV NOW가 그것을 잘 이행하는지는 모르겠다. 


이에 비하면 티빙은 사실 선녀다. 티빙은 기본적으로 스포츠 OTT가 아니다. JTBC와 TVN에서 나오는 드라마와 예능 등을 많이 볼 수 있는 플랫폼이고 조만간 합쳐질 웨이브 콘텐츠까지 생각하면 공중파 콘텐츠까지 싹다 데려올 수 있다. 그래서 일찌감치 티빙을 구독하고 있는 야구 팬들 입장에서는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또한 티빙은 계정공유도 가능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가격을 올리기만 하는 SPOTV보다 구매 전후 활용할만한 여지가 훨씬 더 많기는 하다.


우리가 TV로 보는 프로야구도 공짜가 아니다. 케이블TV가 집에 '당연히' 보급되니까 어느 순간부터 감각이 무뎌진 것이다. 공중파만 나오는 집에서 스포츠를 보려면 원래부터 케이블TV를 신청해야 했다. 물론 스포츠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도 보니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 논리를 맞대응 하기 위해 티빙은 아주 좋은 예시다. 이 또한 여기에 많은 채널의 프로그램이 있으니까.


이 얘기에 덧붙여 스포티비가 해외축구 중계권을 가져간 것은 '이미 유료인' 케이블TV에 덧붙여 추가로 또 유료채널(스포티비ON)을 가입해야 했다. 즉 유료에 유료다. 축구 때와 동일 선상에 둘 수가 없다. 어쨋든 일반 케이블TV 스포츠 채널에서 TV로 볼 수 있으니까.


결론

우리가 티빙으로 야구를 봐야 하는 이유는 티빙의 모기업 CJ가 KBO에 네이버 연합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KBO가 돈이 많아지면 여러가지 사업성 측면 및 각 구단에 배분되는 중계권료도 올라갈 것이다. 스포츠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자체를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결국 야구는 비즈니스인데.


그리고 네이버와 엄연히 비즈니스모델이 다른 티빙이 중계권을 가져가면서 라이브는 유료로 보게될 수도 있지만(혹은 저화질 무료라는 썰도 있다) 그래도 2차 콘텐츠들이 자유롭게 시장에 떠도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창작자들의 콘텐츠들이 새로운 야구팬들을 끌어모을 것이고 이는 분명 팬 유입에 큰 공헌을 할 것이다. 이것을 네이버가 치지직과 타 커뮤니티를 세팅할 때까지 야구팬보고 기다려달라고 하는 것도 좀 웃기다. 진작 준비하던지.


이제는 일반 TV를 다 끊어버리고 스마트TV로 OTT만 연결해서 TV를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 그 또한 좋은 방법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좋은 퀄리티의 중계와 함께 다양한 서비스도 내세우고, 야구팬들의 민심을 잃지 않는 행보를 보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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