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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랑 Jan 19. 2024

업무용 '솔로지옥'

2024년 네 번째 일기장


"매니저님은 집에서 쉴 때 그럼 뭐해요?"


새로운 직장에서 옆자리 여성 매니저에게 들었던 한마디. 굉장히 오랜만에 들어본 질문이라 적잖게 당황했다. 정말 웃긴건 제대로 된 말끔한 답변을 못했던 것. 공놀이 덕후인 내가 "저는 그냥 야구보고 농구보고 그거로 글도 쓰고 팟캐스트도 하고 책도 보고 모임도 나가고 그래요"라고 말하면 되는데 이쪽 세계관을 모르면 그냥 '공놀이' 하나로 정리되니까 저런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적절한지 잘 판단이 안섰다.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이긴 한데, 이번엔 새로운 환경이 문제가 아니고 나의 직무가 문제였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이 매번 새로운, 혹은 오랜만에 만나 뵙는 기자들과의 미팅이다. 당연히 내 코드와 맞는 대화를 한다는 보장이 없다. 


제일 난관일 때는 내 또래 여성 기자님들과 만날 때인데, 내 관심사와 가장 반대 극단에 서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그렇다. 사실 내가 공놀이와 같은 스포츠 얘기를 안하는 조건으로 모르는 사람과 애당초 많은 대화를 할 일이 그동안 없었다. 당연하지. 재밌는 얘기만 하고 주말을 보내도 1분 1초가 아까운데, 굳이 시간 낭비 할 필요 없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업무다. 열심히 선배와 미팅할 때 만나는 내 또래 여성 기자님들과의 대화를 들어보니 확실히 OTT 얘기가 많았다. 최근에 본 영화얘기, OTT 속 영화 얘기, 드라마와 예능 등등.


"요즘 솔로지옥 막 시작했잖아요. 환승연애 새 시즌도 곧 한다고 하던데"


OTT라고는 고작 티빙 하나. 그것도 최강야구+지니어스 덕후여서 보는 유일한 OTT 하나인데, 넷플릭스가 그렇게 히트를 쳐도 넷플릭스 앱 다운조차 받아본 적이 없는 나는 대화에 다가가기 위한 장벽이 너무 컸다.


하지만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던가. 높은 장벽을 단숨에 가깝게 해주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것은 그 유명한...



'이관희'


솔로지옥3가 지금은 다 끝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시리즈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빌런'이자 해피엔딩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프로그램 초기에는 엄청난 빌런이기만 했는데, 결국에는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으니까.


근데.... 나는 솔로지옥을 넷플릭스를 통해 보지 않아도 그 어떤 넷플릭스 시청자보다 이관희라는 사람에 대해 많이 안다. 왜? 내가 좋아하는 농구팀 LG 세이커스의 간판(?) 선수니까. 나는 지난 몇 년동안 겨울만 되면 이관희의 농구를 1주일에 2번씩은 봤는걸. 게다가 농구 기자를 잠깐 하던 시절에 인터뷰도 해봤고. 성격도 알고, 농구 플레이스타일도 너무 잘 알고, 그 선수가 경기장에서 어떤 액션을 즐겨하는지도 너무나 잘 안다. 


덕분에 대화를 낄 수 있었다. '원래 농구할 때도 그런 이미지에요?'라는 질문과 함께. 분명 난 본편을 다 보지 않았는데도 너무나도 상상 속 이미지가 매치되는게 많았다. 그렇게 나도 티키타카를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니 유튜브에 많은 후기 영상들이 올라왔고 복습을 하니 이제는 그냥 정주행 다 한 느낌이 들었다.


휴, 한 고비 넘겼다.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유일하게 최강야구와 싱어게인 때문에 구독하는(그것도 계정공유로) 티빙에 환승연애3가 있다고 해서 틈틈히 본다. 약간 업무의 연장선상이다. 업무 때문에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출퇴근 할 때 재밌게 보려고 한다.


오늘도 이렇게 '일반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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