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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24. 2023

다리는 잘 찢지만, 요가는 못합니다

넌 지금 요가하고 있지 않아!

“슬, 너는 너무 급한 것 같아.”


 직장에 요가지도자과정에 연애까지 병행하며 고군분투한 지 이제 겨우 2주 차. 

밤 10시가 되어 겨우 만나, 함께 와인을 기울일 때쯤 곰곰이 생각하던 그가 건넨 첫마디였다.


 요가지도자과정을 들으며 매일같이 만나던 연인과 이제는 주말조차 함께 쓰지 못하는 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평일 저녁, 요가 수련과 지도자과정 과제를 마치고 몇 시가 되었든 그의 집으로 달려갔다. 많이 피곤할 텐데 제발 그냥 집에서 쉬라는 그의 말에도 이게 나의 사랑의 척도인양 객기를 부렸다.  


 함께 와인을 기울였던 그날도 그렇게 모든 일정을 끝내고, 밤 10시에 택시를 타고 그를 찾아간 어느 보통의 날이었다.


“요가 지도자과정이 끝난다고 네 요가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한몇 달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소원해질 그럴 사이도 아닌 걸 너도 알잖아. 이 모든 일들과, 관계와, 여정을 단기간에 완벽하게 수행해 내려는 너의 마음이 결국 너를 갉아먹고 있는 것 같아.”


“지금 네 모습을 봐. 행복해 보여? 지금도 눈이 감겨서 겨우겨우 뜨고 있으면서 이런 상태로 요가를 두 시간 연속으로 수련한들, 나랑 시간을 얼마나 보낸 들 과연 너의 행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다그치는 듯했지만 걱정 어린 그의 문장으로 하여금 그제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행복하려고 요가를 한다면서 난 또 나 자신을 푸시하고 있었구나. 입시, 대학, 취업으로 연결된 커리큘럼에 으레 몸을 맡기며 전전긍긍했던 지난 나의 인생처럼 또 한 번, 나도 모르게 이 10주의 과정이 끝나면 모든 아사나(요가 동작)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베테랑 선생님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던 것을 말이다. 


YOGAS CITTA VRTTI NIRODHA
마음-재질 작용의 제어가 요가이다.

 요가수트라라는 요가 경전에서는 요가를 마음 작용의 제어로서 정의하고 있다. 내 마음속의 이기심과 욕망을 버리고,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마음을 온전히 다스리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뜻이다. 고난도의 아사나를 행하는 것은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훈련인 것을, 나는 또 한 번 해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잊어버리고 만다.


 지도자과정의 10주가 지난다고 짠하고 요가구루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인데. 머리로는 알면서도 왜 이렇게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려고 아등바등했을까. 다리는 잘 찢어도 아직 요가는 못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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