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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Apr 11. 2021

내가 오십견이라니!

나이 듦에 관하여

2020년 11월 16일, 왼쪽 어깨뼈 실금, 인대 파열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2021년 4월 9일, 염주상 정형외과에서 오십견 판정을 받았다. 어이가 없었다. 


지난해 왼쪽 어깨뼈를 다친 건, 2020년 11월 14일 즈음으로 기억한다. 이틀 전, 안성에서 여행작가수업 현장실습을(나는 서울 모 기관에서 수년째 여행작가 전문과정 전임강사로 일하고 있다.) 지도한 후 집에서 퇴근한 자라팅구리(옆지기를 말한다. 오빠라 부르지만 전화번로를 저장하거나 메모를 하는 등 그를 가리키는 모든 호칭은 자라팅구리 혹은 자라라고 쓴다. 자라팅구리는 자라와 밥팅 구리의 합성어다. 참고로 밥팅구리는 바보팅구리의 줄임말이다.)와 저녁을 먹었다. 이튿날, 새벽을 달려 방아머리선착장에서 대부해운 배를 타고 덕적도로 차박여행을 떠났고, 사고가 있던 아침은 소야도에서 일출을 감상했다. 조개섬을 산책한 후 주차 위치로 가던 중 길고양이를 본 겨울이 급발진(갑자기 뛰어나갔다는 말)했고 나는 별생각 없이 바다를 케어하려다 변을 당하고 말았다. 내 몸에 겨울이 리드 줄을 묶어 놓았는데 녀석이 달려 나가면서 무방비로 질질 끌려가버린 것. 결과는 참담했다. 전치 4주, 팔걸이를 해야 했고 왼팔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실금이라지만 왼팔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했다. 전주에 합격한 편의점 알바 사장님에게 사정을 전했고, 나는 그 길로 잘렸다. 


아니, 제가 오십견이라고요?



염주상 의사 선생은 사람 좋은 얼굴로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이, 실금가서 염증이 생긴 게 아니라 지금 오십견이라는 말씀이세요?"

염 선생은 다시 한번 설명했다. 원래 오십견이라는 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어깨와 팔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 경우, 어깨를 다친 후 오십견으로 변한 것이라고. 이런 걸 외상 후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 한숨이 나왔다. 74년 12월 1일생인데. 48살밖에 안 되었는데, 오십견이라니. 무엇보다 극심한 고통이 문제였다. 사실, 통증만 아니었다면 병원을 찾아오지도 않았으리.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11월에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는데 12월 하순 경 괜찮아지는 듯하더니 1월부터 조금씩 미세하게 통증이 생긴 것 같았다. 자다가 자세를 바꿀 때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잠을 깰 만큼 고통이 심해 진건 한 달이 조금 안 된 것 같다. 왼쪽 어깨 뒤쪽이 빠그라질 듯 아프고 팔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았다. 앞쪽으로도 뒤쪽으로도 움직이기 어려웠고 옷을 입거나 벗을 때에도 왼쪽 팔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다시피 했다. 일주일 전부터는 똥머리를 하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힘들어했던 것이다. 불편함이 심해졌지만 그저 단순하게 생각했다. 어깨를 다쳐서 그런 건가. 그렇다고 해도 지나치게 통증이 오래간다고만 생각했지 오십견으로 병명이 바뀌어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병원에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계속 미뤄왔던 건, 다니는 병원이 집에서 90km 거리에 있기 때문이었다. 


염 선생은 원래 오십견은 아무 이유 없이 오는 병이라고 했다. 나는 외상이 있다가 오십견으로 변한 경우지만 가만있다가 아플 수도 있다는 게 선생의 설명이었다. 그리고 충격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오십견은 가만히 두면 일 년 정도 갈 거라고 했다. 너무 오래 불편하니까 이번에는 치료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게다가 아주 열심히 치료해야 하는 병이라면서. 그는 아픈 걸 참을 수 있냐고 물었다. 내가 경기 걸린 사람처럼 도리질을 치자 컴퓨터에 뭔가를 메모하더니 그럼 약으로 치료해보자고 했다. 주 2회 방문해야 하는데 집이 병원에서 먼 관계로 치료는 주 1회로 일단 진행하고 처방약을 잘 먹고 알려주는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면서 뜨거운 찜질을 수시로 해 주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스트레칭이라고 해 봐야 왼팔을 앞에서 오른쪽으로 배꼽선까지 당기고 뒤에서 10cm(이건 딱히 설명하기가 어려워 내 기준으로 측정한 것) 가량 오른쪽으로 당겨주는 스트레칭을 수시로 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는 직접 시연을 보이며 알려줬는데 뭔가 바보 운동 같은 느낌이 들어 큰소리로 웃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오십견에 대한 충격은 조금씩 사라졌다. 그래. 어차피 걸린 병이라는데 어쩌나. 치료나 꾸준히 받을 마음을 먹는 게 중요했다. 


진료실에서 나와 수납을 했다. 1만 7천 얼마 정도를 지불하고 물리치료실로 이동했다. 물리치료실은 복도를 사이로 유리문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 12월 말경 허리디스크 탈출증 물리치료할 때 들러서 낯설진 않았다.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다음 직원이 안내한 대로 이동했다. 어깨를 모두 드러내고 침대에 누워 열찜질을 받았다. 열찜질을 하면서 약을 어깨에 침투시킨다며 살갗이 따가울 수 있다고 직원은 전했다.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는데 막상 치료를 받으면서는 다음엔 안 따가운 치료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침대 아래에서 뚜닥뚜닥 안마가 되는데 올 때마다 늘 그게 신기하다. 집에 하나 들일까. 두 번째 치료는 심 전기치료라는 것 같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스펀지를 단 뽁뽁이를 어깨에 군데군데 붙이고 전기 자극을 주는 형식이었다. 처음엔 자극이 세서 어깨가 저 마음대로 들썩였다. 내 의지 없이 지맘대로 어깨가 들썩이는 기분이란. 뭔가 자극이 센 것 같아 낮추었다. 그리고는 몇 분 후 종료. 물리치료가 끝났다. 약국에서 처방약을 샀다. 


물리치료를 받고 나왔지만 어깨 통증이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그의 제안처럼 충격요법을 한다면 좀 더 빨리 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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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진

여행작가가 본업인 취미 소설가. 지금 여기, 50을 바라보는 40대 후반의 삶을 기록합니다. 2019년부터 직접적으로 '노화'라 부를 수 있는 몸의 변화를 만나 나이 듦에 관하여 시시콜콜한 삶의 변화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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