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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I Sep 13. 2023

눈부신 성공 속에 덮혀진 어느 인간다운 삶

잭슨폴록

너무나 뜸했던 미술사이야기,

개인적으로나 시대적으로 슬럼프 시기를 겪었던 탓이라고 부끄럽게 조용히 고백해 본다.  슬럼프는 심한 독감처럼 일 년에 한  두번씩은 오는데, 그 기간이 길다. 짧으면 1달, 길면 2달까지 이어진다.


그 놈의 슬럼프는 왜 찾아올까? 고민해보니 떠오르는 단어가 “성공”이었다. 성공에 눈멀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좀 더 평온하고 안정적이며 행복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예술 세계에서의 “성공”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가을 리듬 (Number 30)

이 작품은 너무나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잭슨 폴록 (Jackson Pollock, 1912-1956)은 성공한 아티스트들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메인 네임이라 해도 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다. 그런데, 왜 잭슨 폴록이 유명해졌는지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잭슨 폴록이 성공한 데에는 그의 독톡한 드리핑(dripping) 기법도 한 몫했지만, 죽어라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노력보다는 시대적 운을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 동양에서 인간이 성공하는 데에는 세 가지의 요소가 필요하다. 그중에 하나가 “용”이다. 즉 하늘로 승천하여 날아오르는 것을 말하는 용은 시대적 운, 하늘의 운을 상징한다.

잭슨폴록이 사용한 기법인 드리핑(dripping)을 행하는  장면


당시 인기가 높았던 심리학의 양대 산맥은  프로이트와 칼 융의 심리학이 있었다. 예술적 역사가 깊었던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함을 느낀 미국은 세계전쟁을 통해 점점 문화 경쟁에서 선점할 무언가를 간절하게 원했다.



그런데 당시에 유럽에서는 프로이트의 무의식의 심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었고 니체의 허무주의를 닮은 안젤름 키퍼와 같은 예술가도 등장하고 있었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칼 융의 심리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이를 작품 세계에 반영했던 현대 작가들이 등장하는데 이 중 한 명이 바로 잭슨 폴록이었다.


참고로 미국 부호가 록펠러의 딸인 에디스 록펠러 맥코믹이 1913년 취리히에서 융에게 치료받고 큰 감명을 받아 연구를 지원하면서 미국에 크게 알려진 일회가 있다.


그럼 무엇이 칼 융의 심리학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일까? 잭슨 폴록은 무의식을 자신의 캔버스로 끌어들이면서 회화를 원시 샤머니즘과 결부된 막힘없이 흘러나오는 무언가를 따라 스스로를 채우는 작품으로 완성했는데,  미국의 예술 비평가들은 그의 드리핑 회화가 어떤 유산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새롭고 독특한 행위라는 주장을 하면서 그의 예술 세계에 힘을 실어 주었다.


평론가 에드워드 루시스미스 (edward Luice-Smith)는 이를 ”예술의 해방“이라 불렀고 해럴드 로젠버그(Harold Rosengerg)는 그것이 인류의 해방이라 붙였으니 그야말로 미국인들은 잭슨 폴록에게 온 힘을 실어주어 그들의 문화적 힘을 과시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작품에 몰두하고 있을 때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일이 끝나고 나서야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깨닫곤 한다.” (잭슨 폴록)


심리학 용어로 초자아와 자아가 만나는 지점에서 자기를 완성해내는 자아실현을 “해방”이라 부른다. 쉽게 설명하면 현재 많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매슬로우의 5단계의 인간 욕구 피라미드 구조에서 가장 최고의 상층단계인 “자아 실현“ 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미국 비평가와 콜렉터들이 주장했던 위대한 “해방”을 품어낸 잭슨 폴록. 식을 줄 모르는 뜨거운 열정의 작품 세계로 초대했던 그의 삶은 안타깝게도 1956년 8월 11 뉴욕 스프링스 부근에서 음주 사고를 일으켜 끝이 난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는 갑작스레 일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가 젊은 시절 성공이 제법 궤도에 오른 후에도 그의 삶은 우울증, 폭음, 분노, 싸움으로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들은 잭슨 폴록과 그의 작품에 관해 말하는 “인류해방”이 자연스레 관련성없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더 이상 삶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도 없는 상태에 이르러 술에 의지하며 그림을 그리며 지내야 했던 잭슨 폴록을 과연 미국의 정신성을 대표하는 예술가, 그러한 위대함에 근접했던 인간으로 여길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의 삶을 쏙 빼놓고 미술 작품들만으로 그의 유명세와 성공을 유지하는 것은 가능할까?





<넘버 17  A number 17A >는 2억 달러에 판매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2016년 폴록의 1946년 작품 <넘버 17  A number 17A >는 2억 달러에 판매되었다. 작품 소유자는 억만장자 케네스 코델이 그리핀( Kenneth Cordele Griffin) 이었다.


이 엄청난 구매액을 보면서 잭슨 폴록은 과연 우리에게 액수만큼 걸맞는 무엇을 보여주었는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점점 귀해지는 제품의 공급 측면에서 보면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는 경제적 논리가 틀리진 않았으니, 어디 예술 분야가 시장 논리에 따라서흐르기만 하던가.


권력과 돈의 논리에 휘둘린 예술가의 삶, 그가 남긴 작품 세계가 보여주는 기상천외한 금액들. 하늘에 승천하는 용의 기회를 얻었던 잭슨 폴록의 허무한 삶의 결말을 통해 성공의 결과 보다도 삶의 과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참고도서 : <인생에 예술이 필요할 때, 심상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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