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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 Jan 14. 2021

여성가장이 44%인 나라에 삽니다

파라과이 여자는 강하다

파라과이에 산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이 나라를 알아가고 있다.


파라과이는 역사적인 아픔이 있는 나라다. 

1864년에서 1870년까지, 파라과이는 지독한 전쟁을 겪었다. 



삼국 동맹 전쟁은 아메리카 대륙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의 삼국 동맹과 '파라과이' 간에 발생한 전쟁이다. 


53만 명의 인구가 약 22만 명으로 줄었으며, 특히 남성 인구는 약 90%가 사망해 단 2만 8천 명에 불과했다.

물론, 정확한 수치는 아닐 수 있으나 당시 추정치로 인구의 60-70%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 전쟁으로 파라과이는 멸망 일보 직전까지 몰렸다.



남성 인구가 90%까지 줄었으니 남은 건 노인들과 아이들 그리고 여자들이었다.


남자들의 부재로 여자들이 집안의 가장이 되어야만 했다.



파라과이에서는 '파라과이 여자(Mujer paraguaya)'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이는 파라과이 여자들의 강인함을 표현하는 용어다. 한국에서 아버지에게 부여되는 "가장의 무게"라는 표현과 비슷한 맥락이다.


아직까지 파라과이에는 미혼모와 여성가장 비율이 매우 높다. 6년 전 실시한 가구조사에 따르면 여성가장 비율이 44%나 되며 대부분 미혼모나 이혼가정 또는 사별한 여성들에 속한다. 내 주위만 봐도 파라과이 지인들은 한부모 가정이나 1번 이상의 재혼으로 이뤄진 가족이 대다수다.


남미에서 파라과이가 아닌 브라질에서도 살아봤지만 이곳은 월등히 여성들의 역할이 가장으로서 크다는 것을 느꼈다. 사귀다가 아이를 가진다 하여도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고, 법적으로 책임은 지되 일반적인 연인들이 사귀다가 헤어지듯 쉽게 이별을 하곤 한다. 때문에 파라과이에는 미혼 부모가 꽤 많고 엄마이지만 "세뇨라(아줌마)"라고 부르면 "난 아직 세뇨리따(아가씨)야!"라고 말하는 여성들이 많다.



 엄마이지만 "난 아직 세뇨리따(아가씨)야!"



난 거의 한 평생 해외에서 자란 교포지만 의외로 보수적인 면이 있다 (말 많은 한인사회에서 낙인찍히는 모습을 하도 봐와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내가 파라과이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런 '문화. 관습 혹은 살아가는 방식'을 틀렸다고 하거나 비난할 수 없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역사적으로 이어진 너무나 자연스러운 상황과 결과를 순수히 받아들이는 것일 뿐일 수도 있으니.  




< 무헤르 빠라과자 >

'파라과이 여자(Mujer paraguaya)'라는 고유명사는 파라과이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최고 존중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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