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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수 Aug 15. 2020

닭의 목을 비틀어 본 적 있나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던 중 주인공이 닭장에서 닭을 꺼내 잡는 장면이 나오자 관객들이 '어우..' 하며 고개를 돌렸다. 매일 좋다고 치킨을 뜯어 대면서도 정작 닭 잡는 모습은 눈 뜨고 못 보겠다고 하는 게 인간이니 얼마나 위선적인가.


이처럼 사람이 입 속에 먹을 것을 집어넣는 일부터가 위선인데 먹은 걸 밖으로 배출해 내기까지는 또 다른 위선들이 얼마나 쌓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엔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지불하는 치킨 값에는 기름과 튀김옷 등 각종 재료 값뿐만 아니라 '내 손엔 닭의 피를 묻힐 수 없으니 피는 내가 안 보이는 곳에서 당신이 묻혀 오쇼'라고 하는 대가도 포함되어 있다. 그건 돼지고기와 소고기에도 마찬가지.


나는 자본주의를 싫어하진 않지만 철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를 자본주의가 지닌 폭력성의 일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돈 몇 푼 만 쥐어주면 이 세상의 모든 궂은일, 고상하지 않은 일들은 모조리 다른 사람의 몫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매일 밤 치킨을 뜯을 정도로 닭고기를 좋아하는 당신이 영화를 보다 고작 닭 잡는 장면 하나에 '어우..'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리는 행위의 이면에도 그러한 폭력성의 힌트가 내재되어 있다.


언젠가 접한 뉴스에서 페이스북의 창업주 저커버그는 그런 인간의 위선이 싫어 본인이 직접 자신의 식재료를 준비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치킨이 먹고 싶은 날엔 직접 닭을 잡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 뭐 물론 닭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닭 잡는 장면을 못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살면서 한 번쯤은 우리가 먹고사는 것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정확히 목도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비단 먹는 것뿐만 아니다. 우리가 평소에 쉽게 회피하거나 타인에게 전가하고 마는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 똑바로 바라보자. 나는 그것이야말로 사람이 사람을 더욱 자유롭게 하는 일의 기본이라 믿는다. 물론 닭에게도, 돼지에게도, 그리고 소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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